끌리는 사람 vs 잘 맞는 사람
몹시도 끌리는 사람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가? 당연히 결혼 상대로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좋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눈 앞에 끌리는 사람을 놔두고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정적인 존재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약간의 허영심이 더해지면 남의 시선까지 의식하게 된다.
그럴 때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즉흥적이고 제멋대로인 해리(빌리 크리스탈분)와 까다롭고 고지식한 샐리(메그 라이언분)의 불편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둘은 시작부터 언쟁을 벌인다. 해리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로 포문을 연다.
샐리가 이유를 묻자 섹스 때문이란다. 샐리는 이 막가파식 주장에 어이가 없다.
생각 나는대로 내뱉은 말이니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논리정연한 말로 해리의 허언에 일침을 놓는다.
그러나 해리는 태연자약이다. 그는 해괴한 논리로 버티며 샐리의 공격을 피해간다.
이런 식의 대화가 시카고를 떠나 뉴욕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는 이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상당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서로를 재수없게 여긴다. 샐리는 해리의 속물근성이 역겹고 해리는 샐리의 도도함이 아니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대화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은 나이가 젊을수록 환상이 많다.
젊은 친구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남아있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매우 특별하고 근사한 연애를 기대한다.
사실 이것은 매우 터무니 없는 것으로 이런 기대가 크면 클수록 외로움의 시간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기나긴 시간동안 어찌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겠는가?
그다지 끌리지는 않으나 이상하게 만나면 재미있고 시간도 잘 가며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생겼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사람과 연애를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거나 아직 기회가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차마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경우가 있지 않았는가?
이것은 젊은 친구들이 종종 빠지는 자기모순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해리와 샐리는 다시 만난다. 그들은 여전히 툭탁거리지만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지근거리에 놔두고 관계를 이어가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그 사이 두 사람 다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했다. 그 과정은 아픔을 동반했겠지만 그들에게 성숙함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깐깐함과 까탈맞음, 거기에 남자를 질려버리게 만들기 딱 알맞은 말투의 샐리를 해리는 특유의 임기응변과 재치로 상대한다.
그러다가 둘은 생각지도 않았던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당황한 해리는 샐리와 한 침대에 누워있는 게 어색하다. 샐리는 해리의 그런 반응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기실 이 사건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키워왔던 감정이 친구 사이의 그것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일로 잠시 떨어져 지내던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송년파티에서 해리가 샐리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의 재치와 진심이 담긴 대사 때문이다.
"기온이 21도인데도 춥다는 당신을 사랑해.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는 당신을 사랑해. 눈썹을 찡그리며 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당신을 사랑해... 블라블라..."
해리의 고백에 감동을 먹은 샐리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해리, 당신이 미워... 정말 미워 죽겠어...."
이렇게 샐리는 처음에는 끌리지 않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해리를 선택하게 된다.
끌리는 상대와 잘 맞는 상대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렵다.
끌리기도 하면서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만났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정말이지 드물게 거머쥔 행운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시라.
끌리는 상대를 택한다 해도 당신을 욕할 사람은 없다. 끌리는 상대와 가슴 설레는 사랑을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 어찌 죄가 되겠는가?
다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저는 못봣던 영화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ㅎ
한 번 보세요. 절대 후회 안 하실 영화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남녀에 관한 좋은 영화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네 자주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