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학생들은 3학년 정도가 되면 취직준비를 하는듯 합니다. 아니, 2학년때도 하는 친구들도 있고, 1학년때부터 스펙을 열심히 쌓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생활비를 최대한 조달하는 게 목표였고, 외부 스펙쌓기보다는 학교 수업에서 최상의 성과를 보이고, 지도교수님 수업에서는 지도교수님을 꺾고 인정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어찌보면 상처받기 두려워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오늘 학교 취업상담을 받다보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잡대라는 생각때문에 대기업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디서 어떤 근무를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학교수업에만 열중하고, 다른 스펙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 말인 2016년 12월 26일 엄마가 중상해사고를 당한 뒤에는 더욱더 두려웠습니다. 세상은 차가웠고, 돈은 사람을 속이며, 사람들은 저에게 온갖 비난을 했습니다. 잘해도 욕을 먹었고, 잘못하면 더 욕을 했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남이야 피눈물을 흘리든 말든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챙기겠다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소송은 진행중입니다.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 상태라서 매일 자기전에 생각나면 미래가 걱정되 밤잠을 잘 못자고 새벽 3~4시까지 새기도 합니다.
나는 안될거라는 패배주의가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인식은 있기에 이 부조화는 저를 끊임없이 억눌렀습니다.
17년 1학기 때는 엄마 뒷처리로 정신을 못차리고 2학기가 되서야 조금씩 남들 하는걸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자동화산업기사를 따고, 토익점수를 확보하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을 땄습니다. 그래봐야 남들은 다들 기본으로 갖고 있는 필수 아이템이란 생각에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원서 집어넣어봐라 해도 넣지 않았습니다. 떨어질거 같았습니다. 나는 안될거라고, 지금도 좋지 않은데 그렇다고 뭔가 하기도 싫다는 마음이 있었던 듯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경제적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은 끊기지가 않아서,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저번주부터 고용센터에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라는 걸 등록해봤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와는 정반대에 있어서 그곳에 왔다갔다 하면 4시간이 훌쩍 넘어가더군요. 그래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한발짝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왔다갔다 하는게 고생이어도 용돈수준의 돈은 준다는 것에, 더이상 취직얘기만 나오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마한 희망에 기뻤습니다.
희망도 잠시뿐, 고용센터에서 담당자와 첫 상담을 했는데,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제껏 학교를 다니고 나이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담당자는 당황하더니 "생기신건 모범적으로 생기셨는데, 아직까지..."하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또 두려움이 발동됐습니다. 사실 이게 두려웠습니다. '원하는 직무가 무엇이니?' 라고 물어봤을때, '어떤 기업에 가고싶니?'라고 물어봤을 때 답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그것에 답을 못했을 때 내 자신이 초라해보인다는 거.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받고 학교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이 부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 그것 때문에 취업상담을 받지도 않았는데 다시 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뒤에 상담할 사람이 기다리자 고용센터 담당자는 학교 졸업유예시니까 학교 취업지원센터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알겠다고 했지만, 망설였습니다. 몇년 전 학교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을 때 제 태도도 불량했지만, 취업상담관에게 직무도 모르겠고, 기업도, 산업도 모르겠다, 자격증 토익 전무하다고 했더니, 왜 왔냐는 듯한 말을 들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강박감은 또다시 저를 압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취업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저는 얘기했습니다. 졸업유예인 상태인데도 취직에 대해서, 직무에 대해서, 기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그래서 지원도 안했다고.
학교공부는 하는 방법을 알아서, 곧잘 따라가는 편이었는데, 취직에 대해선 1학년보다도 모른다고.
마치 죄인이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듯 제 죄를 미리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고, 모르니까 왔지 알면 왜 상담실에 왔겠냐고 해줬습니다. 그 말이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얘기를 풀어갔습니다. 예전에 했던 또래상담 동아리, 북캠프 운영, 엄마 사고이야기 등 얘기를 해보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남들과 별 다를 게 없는 경험과 이력을 가진 저도 기업에 지원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나도 지원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신입사원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분은 다른 학생들도 떨어질거 알면서 넣는다고 떨어질까봐 두려워 말고 그냥 넣어보라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학생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소리겠지만, 저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리적 장벽을 깨기가 너무나 어려웠거든요.
그러면서 학교 추천채용으로 MEMC 코리아라는 곳에서 인사교육직무를 뽑는게 있다길래 거기를 같이 보았습니다.
고정연봉 3,250만원 이상(상여 800% 포함)(기타 인센티브 및 변동급여 제외)라고 하더군요.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은 이 회사에 제출할 이력서를 다음주까지 써오는걸 숙제로 주시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대로 이 회사의 리뷰를 봤는데 반도체업황이 꺾이면 이 회사도 꺾일수 있다는 위기감이 회사 전반에 가득한 듯 했습니다.
막상 취업을 한다해도 또 상처를 받을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상처받을 준비를 제대로 해야하는데 아직 전 미숙한가 봅니다.
화이팅.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 할께요
ㅎㅎ 꾸준히 포스팅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잦은 상처 때문에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네요... ㅠㅠ
세상이 삭막하고 많이 힘들게 하지만, 부디 포기마시고 단단하게 부딪히시길 바란다는 말 밖에 달리 위로드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미안합니다.
힘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ㅎㅎ
포기하지 말아야죠. 그러려고 이리저리 해보고 있습니다!
yhwa님도 오늘 하루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