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J를 알게되면서부터 보게 된 대만드라마의 최종회가 Netflix에서 방영되는 날.
오늘은 J와의 만남을 추억하는 날로 정해두었다. 오늘만큼은 제어없이 마음껏 J와의 추억을 생각하고 그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날로 정했다.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어 역으로 가는데 어떤 남자가 코트를 벌어제끼고 성큼성큼 내 방향으로 오는데 그는 코트속에 곰돌이 푸의 친구 Tigger의 캐릭터가 크게 그려진 윗옷을 입고 있었다. 보는 순간 J가 생각이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친구를 만나러갔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내 자신을 위해 등을 깨끗히 씻어줄 바디브러쉬를 사주고 영어책방에 가서 영어로 배우는 좋은 중국어 책이 있는지 봤다. 요샌 정말 어플이 너무 잘 나와서 왠만한 교과서는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뿌뜻하게 집으로 향했다.
바디브러쉬로 시원하게 등을 닦고 중국말 공부에 전념했다. 아무래도 내가 대만문화와 대만계 미국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원인의 시초로 돌아가봐야된다는 생각에 17년전 대만인 전 남친에게 소개받은 대만계 미국인 가수 David Tao의 飛機場的10:30 (10시반 비행기)라는 노래 가사를 파헤쳤다. 이 노래는 한국 가수 조규찬이 Baby Baby라고 아주 느끼하게 재해석을 했다. 원곡이 훨씬!! 좋다. David Tao는 대만 아니 중국본토까지 R&B를 전파한 가수이다.
가사를 번체로 읽고, 간체로 읽고, 병음 표기로도 읽고, 영어와 한국말로 뜻도 해석하고. 와 정말 17년간 생각 날 때마다 즐겨 들은 노래인데 17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뜻과 읽는 법을 알다니. 17년전의 시절을 회상하다 보니 문뜩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 신승훈의 I Believe. 대만에 David Tao가 있다면 한국은 신승훈이 있다.
그냥 별 생각없이 듣는데 순수한 감성이 담긴 노래라서 마음이 따뜻하게 적셔졌다.
I believe 그댄 곁엔 없지만 이대로 이별은 아니겠죠.
I believe 나에게 오는 길에 조금 멀리 돌아올 뿐이겠죠.
모두 지나간 그 기억 속에서 내가 나를 아프게 하며 눈물을 만들죠.
그래 가사대로 J를 생각해 보자. 캬아, 정말 죽인다. 정말 말도 안되는 멘붕사건이 아름답게 포장이 되었다.
블로그의 글도 오늘만큼은 내가 내키는데로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싶다.
J, 너 정말 엽기적이었지만, 그만큼 생각나고, 너가 잘해줬을 때는 정말 최고로 행복했어. 때가 되면 넌 나를 다시 찾겠지. 그 때 남자답게 사과한다면 내가 용서할게. 너만한 남자가(여러가지 의미로) 정말 이 세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