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지난 시간 잠깐 언급했던 대륙법과 영미법의 차이 및 불문법과 성문법의 차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법률의 정의와 제반 지식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다룬 만큼 다음 시간부터는 일반론적인 내용 외에도 현안이 되는 법률 이슈 등도 함께 다뤄볼까 합니다.
1.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말이고 아마 뉴스에서도 별로 언급될 만한 일이 없는 개념들일 것입니다. 대륙법계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나폴레옹이 정비한 프랑스 법전, 더 오래 거슬러가면 로마법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영미법계는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법체계를 의미합니다.
양자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성문법과 불문법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륙법계에서는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 권익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여야 함과 동시에 그러한 법률이 실제로 글자가 박혀서 공포가 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영미법계에서는 법률이 반드시 성문화되어 공포되지 않아도 효력을 가집니다. 즉, 영미법계에서는 지난 몇백년의 시간 동안 영미법이 적용되어 온 각 국가의 법관들이 판결하여 만든 판례를 축적하여 그러한 판례에서 언급된 법원리 자체를 법률로 삼습니다. 즉, 예를 들어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하여 "고의나 과실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라고 법전에 기재하고 있는 반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그 어느 시절 최초의 법관이 사건을 판단하면서 "B가 A에게 고의 혹은 과실로 손해를 입혔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언급하여 불법행위를 정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영미법계 국가에도 국회는 있는 만큼 당연히 성문법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현대 영미법계 국가와 대륙법계 국가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법원의 판결 내용을 법률의 일종으로 인정하느냐'에서 발생합니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법원의 판결 자체를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실상 법원도 법률의 제/개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법률과 동등하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은 법률의 내용 자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현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법원과 같은 최고법원의 법률해석에 하급 법원들이 구속되는 경향이 강하고, 대법원의 해석은 종종 법률의 문구만으로는 해석이 가능한 범위를 뛰어 넘는 경우가 있어 사실상 일종의 새로운 법률 내지 새로운 하위규정을 창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게 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는 점차 서로에게 근접해 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하기는 합니다)
2. 주요 대륙법계/영미법계 국가
먼저 유럽 본토는 대부분 대륙법계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프랑스가 거의 모든 유럽을 지배하게 되면서 나폴레옹 법전이 보급되었고, 근대 국가들 역시 이에 기반하여 법체계를 수립했기 때문인데요. 근대에 유럽으로부터 문물을 배워온 일본 역시 대륙법을 채택했고 일본의 식민지배 과정에서 그러한 근대법제를 처음 접한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 하에 대륙법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한편, 영미법계 국가는 영국을 위시하여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영국, 미국, 호주 등이 대표적인 영미법계 국가이고 홍콩은 이채롭게도 본토인 중국이 대륙법계임에도 영미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래서 영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홍콩에서도 실무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