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8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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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8

"그래! 우리 조직이.. 제대로 된 거처가 없어서 말이야..."

"뭐라고?!"

지호는 이마를 짚었다.
요즘 들어 나타나는 놈 마다 집 타령이다.

"집을 내 놓으란 소리냐?

"어허.. 우리를 날강도로 보나? 뺏겠다는 게 아니야.. 같이 좀 쓰자는 거지.."

".. 싫다면?"

"그럼 네가 필요한 치료도 물 건너가는 거지!.. 그리고 앞으로 네 놈들이 집에서 편하게 발 뻗고 자는 생활도 물 건너가는 거고.."

"..."

뭔가 더럽게 물린 느낌이었다.
역시나 그 빡빡이 꼬마는 화근 덩어리다.
저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 지호가 녀석이 한 말로 급하게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보았다.
지금 대화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못하면 정말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조직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꼬마는 녀석을 큰형님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녀석은 조직 내에서도 우두머리 이거나 거기에 버금가는 존재 일 확률이 높다.
이런 녀석들이 앞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단순 괴롭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보다시피.. 집이 좁아서 조직이 다 들어와서 살긴 어려울 텐데!"

"걱정 하지마. 우리도 그렇게 큰 조직은 아니라서 말이야.. 꼬맹이 까지 합치면 아홉이다."

"9명?"

조직 치고는 꽤나 작은 규모다.
지호는 조직이라고 해서 수십 명을 생각 하고 있었다.

"그래.. 그에 비한다면 집은 대궐같이 넓으니까 염려 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난 너희들에게 또 다른 부탁도 있다. 너희들 모두.. 내 동료가 되어라!"

"!"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녀석이 뜬금없는 원피스 명대사를 씨부린다.
지호는 의아한 눈으로 외시경을 다시 쳐다보았다.
얼굴만 본다면 도저히 농담 따먹기 할 견적이 아니다.

".. 동료가 되라는 건 무슨 소리지?"

"흠.. 그건 이렇게 서서 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이야기가 아닌데.. 일단은 우리 조직의 의사를 보내 주지.. 어때?"

"일단 보내 준다고?"

"그래.. 어차피 너희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나도 뭔가 신뢰를 보여야 할 테니 말이야. 그럼 난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홀쭉한 안경잡이 하나가 올 테니까 그땐 문을 열어 줘. 허준이 아니라서 문 밖에선 진찰을 못하거든.."

"..."

남자와 꼬마는 이내 문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호가 황급히 창문으로 달려가 두 사람의 행적을 지켜 보았다.
장윤도 한 박자 늦게 창문에 붙어 살폈다.
남자와 아이가 총총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르게 주변 길로 걸어 나갔다.
악당일까? 뭘까?.. 도대체 녀석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지호야.. 저 녀석들이 뭐래?"

"모르겠어.. 난데없이 동료가 되어 달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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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의사놈이 찾아왔다.
큰형이란 작자의 말대로 홀쭉한 몸매에 안경을 낀 사내였다.
누추한 차림에 까만 봉지 하나만 달랑 들고 있다.
삐져나온 청진기를 보아 진찰 가방 대신 봉지에 의료기기를 넣어온 것 같았다.

나이는 서른 후반이나 되어 보였고, 표정은 무뚝뚝했지만 더러운 인상이 아니었다.
처음 온 빡빡이 근육질 사내에 비한다면 천사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 할 순 없다.
혼자인 듯 하지만 혹시나 뒤쪽으로 사람을 달고 왔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원이 9명이라고 알려 줬지만 그것도 거짓말인지 모른다.
지호와 장윤은 바짝 긴장하며 문을 열었다.
서로 한 정씩 나눠 쥔 총에 실탄을 꽉꽉 채워서 말이다.

  • 철컥 -

"들어오시죠."

".....??"

문을 열어준 지호는 들어오라는 말관 다르게 의사라는 사내의 면상에 총을 겨누고 섰다.
지호 뒤에 있는 장윤 또한 마찬 가지다.
두 사람의 눈에는 살기가 서려있었다.
이러니 방문한 의사가 선뜻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날리있나..

문 밖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대는 의사를 지호가 팔목을 낚아채 안으로 끌어들였다.
누가 또 올세라 얼른 문을 잠근다.

"손들어! 일단 봉지부터 봐야겠어!"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이 이어졌다.
진찰도구 외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옷 까지 다 벗어보라고 할 참이다.
참다못한 의사가 입을 열었다.

"그냥 돌아갈까요? 이렇게나 못 믿으면서 무슨 놈의 환자를 보란 말입니까?"

"..."

의사는 까칠하게 받아친 후에야 병만을 만날 수 있었다.
쓰러진 듯 누워있는 병만을 보자 손으로 이마부터 대뜸 얹어 본다.
그리고는 환부에 묶여진 천을 조심스레 풀어 헤쳤다.
고름이 덩어리가 엉겨있는 더러운 천이 풀어지자 움푹 파여 진물이 흐르는 환부가 벌겋게 들어났다.
의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앉아 폰으로 라이트를 비춰 주는 지호도 걱정된 눈으로 병만을 보았다.

".. 괜..찮.. 은가요?"

"모르지!.. 본다고 아나?"

꽤나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다.
의사는 기분이 나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이 온전했다면 이런 꼬마들에게 무례를 당할 일 조차 없었었을 것 아닌가?
30대 중반인 그에 비한다면 녀석들은 나이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나 쥐방울 땅콩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뒤집히니 열심히 노력해 의사가 된 그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자신을 경계하는 장윤에게 정조준을 당한 채 누추한 집에서 더러운 환부나 보며 말이다.

"그럼.. 어떻게 되나요?"

"뭘 어찌 돼? 살든가 죽든가 하겠지!"

"네?!!"

듣다 못한 장윤이 끼어들었다.

"아니! 이 아저씨가! 아저씨 진짜 의사 맞아요? 대답이 뭐 그래?"

"왜? 내 대답이 뭐 잘못 됐냐? 쥐 콩만 한 놈들이.. 사람이 왔으면 정중히 맞아야지! 환자 보러 온 사람한테 이게 무슨 예의야? 등 뒤로 총이나 겨누고.. 이러면서 친절 봉사를 기대했냐? 욕심도 많다.. 에라이, 썩을 놈들아.."

"뭐요?!"

의사의 말에 장윤이 씩씩거렸다.
하지만 말뜻을 알아먹은 지호는 퍼뜩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외부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제발 제 친구 좀 꼭 살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사는 꿇어앉은 지호를 살짝 째려보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한다.
그러더니 장윤을 홱 돌아보았다.

"넌 계속 그렇게 총 들이대고 있을 거야?
오줌 싸겠다! 이놈의 새끼야..이래갖고 무슨 치료를 제대로 하겠냐? 안 그래?"

그제야 뻘쭘해진 장윤도 슬금슬금 총을 내렸다.
방안을 감돌던 냉랭한 분위기가 오히려 의사의 호기 덕에 풀어진다.
총이 걷히자 드디어 의사가 진찰에 나섰다.
병만의 팔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환부를 살짝 짜보기도 하다가 인상을 썼다.

"아이고.. 이거.. 팔 다 썩겠네.. 어쩌냐? 어째?"

"네?!"

의사는 푸념하듯 내 뱉는다.
썩는다는 말에 아이들은 간담이 철렁했다.
의사는 가져온 봉지에서 작은 메스 하나를 꺼내 들었다.
꽤나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레 운을 땠다.

".. 세상이 평소 같았으면 이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건데.. 요 모양이 되고나니까 별 것 아닌 것도 사람 참 어렵게 한다. 상처가 너무 오래 곪아서.. 좀 더 놔두면 팔 다 썩겠다. 더 진행되기 전에 다 긁어내야겠는데.. 어떡할래? 근데 지금은 소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상한 부위 다 제거한다고 해도 2차 감염 올 수도 있고.. 마취제도 없어서 그냥 해야 되는데.. 친구 체력이 약하면 쇼크사 할 수도 있다. 너 네가 선택해라.. 나는 하라는 대로 해주께.."

"예?!"

가슴 철렁의 연속이다.
약만 있으면 되고, 의사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 이런 전개는 생각도 못했다.
감염은 뭐고 쇼크는 또 뭐란 말인가?
지호와 장윤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낑낑대는 병만의 얼굴을 보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누운 병만이 애처로웠다.

"치료 안하고는.. 살 방법이 없는 거죠?"

"치료 없이 살았겠으면 애당초 너 네가 내 볼 일이 있었겠나? 빨리 결정해라? 자꾸 시간 가 봤자 더 좋을 게 없다."

지호가 한 번 더 병만을 보았다.
자꾸만 녀석이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병만도 이런 자신의 꼴을 아는지 앓는 소리가 커진다.
결국 우물쭈물 거리는 게 답답했던 장윤이 크게 입을 열었다.

"해요! 어차피 치료 안 받으면 죽는데, 다른 방법은 없잖아요!?
제발... 병만이 살게만 해주세요! 의사아저씨!"

의사가 씨익 웃었다.

"허허.. 등발 좋은 게 대답도 화끈하네. 그래! 사실은 처음부터 외길이었다. 환자 꽉 잡아라.. 발버둥 엄청 칠거니까.. 그리고 나는 분명히 장담 못한다고 말했으니까 뒤에 딴소리하기 없다. 알았지?"

"사나이 두 말 안합니다! 지호야.. 병만이는 내가 꽉 잡을 테니까. 너는 후렛쉬 좀 잘 비춰줘라."

"으..응.."

드디어 병만의 치료가 시작 되었다.
장윤은 아예 병만의 몸 위로 올라타 환부 주변을 꽉 잡았다.
지호는 가브리엘 폰으로 후렛쉬를 비춰 최대한 의사가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만은 메스가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발버둥을 쳤다.
그랬던가 말았던가! 장윤은 이를 악 물고 병만의 팔을 붙들었다.

"자.. 간다! 팔 꽉 잡아라!"

소독약으로 대충 닦아낸 메스가 병만의 환부를 헤집기 시작했다.
서걱이는 소리와 함께 누런 고름과 피가 팔을 타고 줄줄 흘렀다.
병만이 죽을힘을 다해 몸을 뒤틀고 괴성을 질렀다.
장윤이 악착 같이 팔을 움켜쥐었다.

  • 서걱, 서거걱, 스윽

"으아아아아아!!!!"

"꽉 잡아라! 잘못하면 뼈 찍힌다! 참아! 참으라고!"

"병만아! 버텨라! 병만아!! 병만아!!"

의사는 순식간에 땀범벅이 되고, 아이들은 셋 다 눈물범벅이 되었다.
병만의 비명이 안타까워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도 요령 좋은 의사는 병만의 미동이 잦아드는 틈을 노려 재빠르게 환부를 긁었다.
어차피 발버둥을 완벽하게 제어 할 수 없으니 약간 더 긁어내더라도 빠르게 마무리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의사도 생눈 뜬 환자의 몸에 칼질해 보긴 처음이었다.
장윤의 손과 옷은 피로 한껏 물들었고, 방바닥은 흘러나온 체액과 고름으로 난장판이 되고서야 치료가 종료되었다.

"휴... 끝! 마지막으로 엉덩이 주사 한데만 맞자!"

영원 같았던 치료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기진맥진 퍼져 버렸다.
병만은 기절이라도 했는지 미동이 없었다.
장윤은 그대로 나자빠져 누웠고 지호는 다리가 풀렸다.
그래도 의사선생은 의산지 이런 상황을 격고서도 주사 놓을 준비를 한다.
주사바늘을 엠플에 찔러 넣어 액상을 채우고, 눈금을 맞춰 바늘 끝을 손가락으로 탁탁 튀겼다.

"쳇.. 천지에 굴러다니던 게 요놈이었는데.. 이제는 구할 수가 없어요..에휴.."

푸념하듯 말하다 병만의 엉덩이에 주사를 놓았다.
지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약인데요?"

의사가 힐끗 지호를 쳐다보았다. 시답잖다는 표정을 짓더니 대뜸 답했다.

"항생제!"

"아.."

항생제란다..
아이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항생제..
지호는 가슴이 먹먹해 졌다.
뭔가 서럽기도, 기쁘기도 한 이름, 항생제였다

어쨌든 병만은 오늘 항생제를 맞았다.
이미 병만이 다 낫기라도 한 것처럼 지호는 마음이 한켠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는 아무 표정 없이 주섬주섬 자신의 도구들을 챙겨 봉투 속에 담았다.
그러더니 아이들을 슥 둘러본다.
첫인상이 더러웠어도 격어 보니 나쁜 녀석들이 아니다.
퍼져 누운 장윤놈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너 네들.. 우리 파에 들어온다며?"

"네? 아.. 그건.."

지호가 고개를 돌리며 대충 얼버무렸다.
의사는 표정이 어두워 졌다.

"에효.. 나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만.. 너 네들 얼굴 보니까.. 어떻게 말을 해 줘야 될지... 그냥 니들끼리 사는 것도.."

"..그.. 그게 무슨 뜻이죠?"

"...."

"선생님.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까 해주세요.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니야..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은 지내봐.. 어찌될지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 이제 가도 되지?"

장윤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요! 안 됩니다 선생님!"

그러더니 작은방으로 뛰어간다.
이윽고 그의 손에 딸려 한 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여자아이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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