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나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관련 주제의 양서로부터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들에게 질문했을 때 그들이 잘 답해 주지 않는(못 하는) 것들이 다행히도 책들 속에 꽤 많았다. 궁금한데 책에도 없는 것들은 당시로선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차츰 아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궁금한 것을 그들에게 질문했을 때 역시 유의미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사람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를 자주 떠올려야만 했다. 그냥 차라리 혼자서 사색하고, 사색하고... 이제와서 보니 그 시간들도 값진 것이었다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내 배움의 방식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글을 읽고 배우기도 하지만, 이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들은 질문에 대해 이론과 실용을 적절히 섞어가며 전문적인 답을 줄 뿐만 아니라, 때때로 그 질문 자체의 존재론까지 논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로부터의 배움은 정말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솔직히 정말 재미있다. 현재 공부하는 분야가 특히 읽을거리 양이 방대하고 또 자칫 한눈 팔면 방향을 잃기도 쉽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 나름대로 탁월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첫째, 환경이 바뀌었고, 둘째, 아마도 내가 과연 "누구에게" 질문할지를 고를 줄 아는 눈을 조금은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분야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썰들을 풀며 으스대거나, 무언가 있는 듯 괜히 멋진 폼을 잡는 잡인들은 굳이 내가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어도 십중팔구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러니 저렇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선택하고 배움을 얻고 있는 그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옳고, 풍부하고, 순도 높은 지식을 들려주는 진짜배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 믿으며 달리고 있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못 되더라도 최소한 성실한 범인(凡人)으로 살려고, 그러니까,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폼만 잡는 잡놈은 안 되려고 한다.
글을 읽어보니 그 분야에 상당히 깊으실 것 같아요.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여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