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알거나 학교에서 만난 커플이라면 서로의 삶을 많이 공유하고 있겠지만, 사회에서 만난 경우라면 둘 이외에는 인생의 접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되도록 빨리 많은 교집합을 만들고 싶겠지만 때로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관계가 더 이상적일때가 있다. 사람은 관계를 맺는데 있어 각자 자신만의 경계선이 있는데, 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접근을 허용하는 보이지 않는 그 경계를 순식간에 좁히는 것이 쉬운일일까? 어쩌면 연인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두근거림보다도 인간대 인간으로써 먼저 가까워지면서 쌓은 신뢰인것같다. 그 신뢰를 통해 서로의 심리적 경계가 허물어지면 그때부터 자신을 보일 수 있을테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여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기만의 세계도 조금씩 확장되어 가면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의 밑바탕을 다지는 과정을 거쳐 맺어지는 관계가 오래도록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것 같다.
내가 보고 싶은 면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호감을 가질만한 무언가를 발견했을때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니까. 하지만 그 무언가는 어느순간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고 나에게 더이상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가 되지 않는 시점이 오고, 그때가 흔히들 겪는 권태기가 아닐까 하는데, 이 시기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헤어지고 만다. 그런면에서 나만의 환상에서 벗어나 상대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것이 좀 더 오래갈 수 있는 성숙한 연애를 할수 있는 방법인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그 모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을때 정말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수 있는것 같다. 그런 사랑을 주고 받는 연애를 하고 싶다. 그런 사랑을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온 환경과 맺어온 인연이 어떤가에 따라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것이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60억 인구중 5천5백만명중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연인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덜 피곤하고 싶고, 좀 더 쉬운 방법으로 힘들지 않게 사랑하고 싶은것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상대는 나와 다르다는 전제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다름의 격차를 좁히는 노력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없이 비슷한 면모만 보고 연애를 시작한다면 덜 비슷하나 많이 비슷하나 싸우는것은 똑같은것 같다.
누군가가 사람은 고쳐쓰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나는 상대를 고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나는 상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고칠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지거나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이기는 것이 의미가 있나?), 서로에게 조금씩 길들여지면서 다툼을 줄이고 현명하게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자기가 고수해왔던것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한다는 사실(노력의 정도가 아니라)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는 연애를 하고 싶다.쌍방이 아닌 일방의 노력은 이기적이며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전하지 못한 관계를 만들고, 결국 누군가는 상처받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리라는걸 알면서도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이기적이고 철이 없어질 때가 있으며,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고 맞춰가는것이 때로는 귀찮게 여겨지기도 하고, 상대가 나에게 맞춰 줬으면 하는, 사랑한다면서 그거 하나 맞춰줄 수 없는거야? 그정도밖에 나를 사랑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초기에는 주기만 하는 사랑을 하더라도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기보다는 되도록 많이 받고 싶은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내가 상대에게 더 많이 주는것 같으면 초라해지고, 상대에게 실망하게 되고,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하길 바라는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내가 보기에는 작은것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큰 것일 수도 있다. 상대에게 바라는것이 나쁘다는것이 아니다. 주고 싶은 마음보다 받으려는 마음이 클 때 그 관계는 이미 헤어짐을 향해가는 관계를 맺을 확률이 크다는 거다. (그런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한없이 주는 기쁨에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상대는 나와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생각을 상대가 모를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서 당신에게 맞춰주고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것이 있는데 이것이 쌓여 불화가 되고 헤어지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인가, 내가 이기적인것인가 하며 고민하지 말고 상대에게 나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것도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서 관계에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것도 중요하다. 대화의 기본은 경청이고, 경청의 기본은 배려이며, 배려의 기본은 나를 낮추고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이런 태도가 밑바탕이 되어야 상대의 요청에 응하는데 불편한 마음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간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맞춰준단 말이지. 서로를 알기 위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나는 365일이 세련되고 로맨틱한 연애보다도(가능하긴 한가?)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자신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는 담백한 연애가 하고 싶다.
모든것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치지 않도록 속도와 힘을 조절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말 할 수 없다. 서로의 마음이 비슷한 속도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여기에 적은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망각하게 되어 상대에게 상처주고 상처받는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연애를 할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사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시도해 보고 싶다.
사람은 고쳐쓰는것이 아니라는 부분이 공감가네요.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죠. 성격이나 버릇이 바뀌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서 오히려 헤어짐을 택하죠. 연애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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