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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MMS 연구실에서는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버 관리자, 사운드 디자이너, 개발자, 품질 관리자, 음원 배포 담당자 등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혹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허공에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일하고 있었다. 콰이진은 탕비실에서 직접 갈아내린 커피를 들고 연구원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때 제임스가 콰이진을 향해 손짓했고, 콰이진은 제임스의 자리로 걸어갔다.
“콰이진, 이 곡 들어봤어요?”
콰이진은 제임스가 건넨 파일을 받아 자신의 헤드셋에 재생했다.
“무슨 곡이지?”
“스트롬이 댐렙 엔터테인먼트에 줄 신곡을 작업했는데, 이거 좀 이상해요.” “문제라도 있어? 좀 복고 느낌이 나긴 하지만, 좋은데.”
콰이진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몽환적인 전자 피아노와 패드 사운드를 배경으로 그루브감 넘치는 신스 베이스가 통통 튀는, 10년 전에 유행했을 법한 가요였다. 스트롬이 합성한 남성 보컬의 가이드 음색은 말이 될 듯 되지 않는 가사를 읊으며 멜로디를 부각시켰다.
“이 곡만 좋고 보면 문제가 아닌데, 최근에 스트롬이 작업한 가요를 모아 놓으면 문제에요.”
제임스는 콰이진에게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건넸다.
콰이진은 자기 모니터에 나타난 플레이리스트의 곡을 하나씩 들으며 말했다.
“이거... 스트롬이 왜 이러지?”
“제 말이.”
“상당히 스타일이 일관적이네. 정말 스트롬이 맞아? 열 곡이 넘는 작업물에서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다니.”
스트롬은 처음 개발된 이후 응용 분야가 점점 확장되면서 온갖 장르와 스타일을 섭렵했고, 이제는 곡의 용도와 요구 조건에 맞게 천차만별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용도 음악 엔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리 열 곡이 넘게 유사한 스타일로 작업했다니? 콰이진은 당혹스러웠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넣고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통계적으로 생각해 볼까? 모티프 데이터베이스에 유사한 모티프가 너무 많이 누적된 거야.”
“이미 누적된 모티프가 몇억 개인데, 거기에서 유사한 그룹을 뽑아서 열 곡이 나오려면 전체의 반 이상이 그 그룹에 속해야겠네요.”
“그래, 그 가설이 맞으면 정말 이상한 상황이겠네. 같은 모티프가 유사한 모티프로 늘어나려면 상속 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자.”
콰이진은 모니터에 스트롬의 모티프 데이터페이스를 띄우고 시각화를 시킨 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모티프는 스트롬이 음악을 요리하는 재료였다. 음악 이론에서는 특정한 길이를 가지지 않는 선율의 패턴으로 정의하지만, 스트롬을 정의하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소리의 음색, 선율, 화성, 리듬, 다이내믹 등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하면서도 세부적인 구성 요소를 지칭했다.
시각화되어 나타난 스트롬의 모티프 구조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였다. 콰이진이 가정했던, 특정 모티프 그룹이 과다하게 발현되는 현상은 없었다. 제임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혹시, 유행 예측이 편향된 건 아닐까요?”
“유행 예측 알고리즘이? 그것도 가능한 일이긴 하지. 그렇다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예전 음악을 대상으로 방향을 설정한 적은 없었는데. 같은 방향으로 이렇게나 많은 곡을 써낸 것도 희한하고.”
그 때, 콰이진의 휴대전화가 부드럽게 울렸다. 콰이진은 전화를 쳐다보고 제임스를 돌아보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점심은 밖에서 먹고 올게.”
“웬일로요? 여자친구에요?”
“응, 며칠째 얼굴을 못 봐서, 오늘 점심은 같이 하기로 했거든.”
콰이진은 재킷을 걸치며 말했다.
“자네도 식사하고 와. 이따가 한번 깊이 들여다보자고.”
“물론이죠.”
콰이진이 방을 나가자, 제임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 물어봐서 해명하게 하면 되는 거잖아?”
전날 새벽에 콰이진이 스트롬의 자연어 모듈을 잘 손봤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제임스는 스트롬의 음성 대화 시뮬레이션 창을 작동시켰다. 창 속에서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스트롬의 아바타가 나타났고, 제임스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청량감 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목소리를 조금 더 허스키하게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안녕, 스트롬. 물어볼 게 있어.”
[물어보세요.]
“요즘 왜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계속 만드는 거야?”
질문 이후 이어지는 정적. 몇 초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스피커에서 스트롬의 답변이 들려왔다.
[질문이 잘못됐어요.]
“뭐?”
[답변하기 애매모호해요. 요즘이라는 시간의 길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범주를 정의해 주세요. 제가 온라인이 된지 3142일 7시간 54분 35초가 지났고, 배포한 곡 수가 24만 5천 2백 43곡이에요.]
제임스는 눈을 끔뻑이다가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생각 좀 하고 물어볼게.”
제임스는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시뮬레이션을 종료시키며 혼잣말했다.
“망할, 콰이진. 나아진 게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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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너무 바빠서 스티밋에 발길이 뜸했네요 ...
사실 이야기도 좀 쓰다 만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ㅎㅎㅎ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잘 읽었습니다~
점점 흥미진진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