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 그들은 왜 싸우는가? 왜 재밌는가?)
나르코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세기 후반에 활약(?)했던 매우 강력한 마약상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다.
주된 내용은 파블로 패거리와 DEA(미국의 마약단속국), 콜롬비아 정부의 혈투를 다루었다.
위 3가지 집단은 왜 치고받고 싸우는가?
파블로는 마약상이고, 미국 마이애미를 시장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큰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이다.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블로는 정부에 의해서든 DEA에 의해서든 정의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파블로는 나머지 두 집단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끼리는?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많지 않지만, 콜롬비아 정부와 미국에 적의를 품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조직의 우두머리로 자수성가(?)한 파블로는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단순하게 나쁜 놈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을 토대로 유추해보겠다.
(참고 자료 - 국제 투명성 기구 보고서)
드라마 속의 콜롬비아는 무법천지이다. 범죄조직이 활기를 치고, 무고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고 난리도 아니다.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알아볼 수 없지만, 가장 심한 것은 정부조직의 부정부패이다. 특히 경찰과 군인의 상당수가 부패해서 충분한 돈만 쥐어 준다면 그들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파블로는 혜택과 협박으로 경찰과 군인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파블로의 경쟁 범죄조직은 주로 고위 관료를 장악했다.
범죄조직의 힘이 막강해서 사회변혁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 암살을 당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군대를 보내어 파블로를 잡아들이라 명령을 했음에도 말을 듣지 않으며, 오히려 파블로를 만난 무장군인들이 그가 두려워 못 본 체하고 포위망을 열어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온다. (국제 투명성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는 콜롬비아의 부패지수는 높은 편이다. 176개국 중 90위. 참고로 우리나라는 52위이다.)
DEA는 자기나라 국민들에게 마약을 퍼뜨리는 나쁜 놈을 잡으러 왔으니 정의의 사도일까? 중간에 법을 무시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게 했으나 큰 틀에서는 파블로를 잡으려 했고, 악행을 저질르지 않았으니 정의의 사도에 가깝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콜롬비아 정부나 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그다지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드라마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현실을 보면 답이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일부 나라에 친미정권을 세우거나 부패하게 만들어 그들의 강력한 다국적기업들이 돈벌이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했었다. 콜롬비아의 역사를 자세히 모르지만,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옥시덴탈 페트롤륨사가 콜롬비아의 정부의 허가뿐만 아니라 정부군의 비호까지 받으면서 석유를 시추하고 있고(참고 - 오마이 뉴스), 20세기 초에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FC)라는 기업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완전히 장악했다고 한다. 1928년 UFC의 바나나 농장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들이 대량 학살된 일도 있다고 한다. (참고: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파블로와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에 대해 적대감이 있고, 파블로는 정부에 대해 무능하고 지들 배만 부르게 하려는 욕심에 가득 찬 돼지로써 엉터리 나라를 만든 장본인으로 생각한다고 판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계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는 쉽게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관직을 얻자마자 기득권층의 합작으로 쫓겨나게 되었고, 정부와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이 3가지 집단은 얼핏 보면 ‘선과 악의 대결’로 보이지만, 의문을 가지고 보면 ‘3가지 권력 집단의 싸움’이다. 물론 법을 준수하는 정도는 차이가 뚜렷하다. 위 세 집단의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간단히 정리해보겠다.
파블로 에스코바르 (메데인 카르텔 조직)
- 유 – 똑똑한 리더와 그를 따르는 조직, 불법 가능, 응원하는 일부 민중
- 불 – 명분 (범죄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함)
DEA
- 유 – 엄청난 힘을 가진 미국의 뒷받침 (기술력, 힘 등)
- 불 – 법을 준수해야 함, 명분 (남의 나라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음)
콜롬비아 정부
- 유 – 명분 (사회 정의 구현), 막대한 자금과 인력
- 불 – 믿을 수 없는 내부 세력(군인, 경찰, 관료 등)
이 외에도 기타 집단이 있지만, 시즌1에서 주축은 이렇게 3가지 집단이다.
생각해보면 현실 세계에서도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승자의 역사’라고 누가 말했던가…
나르코스 진짜 명작이죠.
와... 적으신 글 보고 왔는데 글들이 다 좋네요 옥석이 묻혀있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