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우리 인간의 특권이지만, 거기엔 세상의 많은 질타와 비난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셀프 질타와 비난, 그렇게 우리는 멍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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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년기에 우리의 속은 시커멓게 멍들었다. “옆집의 재협이는 잘도 하는데 넌 이것도 못 하냐, 커서 도대체 뭐가 될래, 누구 닮아 공부를 이렇게 못하냐, 넌 잘하는 게 도대체 뭐냐, 평생 그렇게 살래, 머리가 왜 이리 나쁘냐...” 열거한 말 외에도 나를 멍들게 하는 것들은 많다. 부모로부터 시작된 멍은 가난한 의식을 대물림받은 친구, 선생을 거치면서 점점 커져만 간다. 멍은 나에게서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듯, 멍은 주변 만만한 사람에게 전이된다. 그 멍은 더 만만한 놈에게 전이되고, 또 만만한 놈에게 전이되고...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 더 나아가 이 세상의 쌩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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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타와 비난이 두려우니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수가 두려우니 우린 무언가 시도조차 하기 힘들어한다. 누구 탓할 사람은 없다. 내가 그러지 않았던가. 탓을 하려면 신을 탓하라고, 우리 모두 피해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평생 피해자 의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존나 가난한 의식의 대물림은 내 세대에서 끊어야 한다. 물려줄 게 따로 있지, 이걸 후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이미 알아버렸는데 그럴 수 없다. 본질마저 다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멍든 가슴 부여잡고 평생 개돼지처럼 살 수 있겠는가. 내 인생 이렇게 쫑낼 수는 없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내게 덧씌워진 굴레와 멍에를 깨부수고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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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향한 채찍을 내려놓고 사랑해야 한다. 수많은 셀프 채찍질에 아기 같은 당신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가 보이지 않는가. 그만하라. 사랑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이 우주에 없다. 사랑만이 시커멓게 타버린 내 마음과 멍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스스로를 사랑하라. 평생 당신만 생각하라. 이 순간이 지나면 영원히 안 올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 사랑하라. 오직 당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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