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무 지쳤고 시간이 얼마 없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병원 중증외상 센터장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813121.html>
먼저 이국종 교수님과 생명의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돕기 위해서 애쓰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희생정신과,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이미 많이 지나간 이슈이지만, 이국종 교수님의 이야기가 네이버 메인에 오르내릴 때 써 두었던 글입니다.
오늘은 그중 첫번째 파트인 '이국종 교수님은 행복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아가 미래의 의료인으로써, '나는 왜 이국종이 되기 싫은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 보려 했습니다.
다른 글 여러편을 적는 것 보다 이 글 한편 올리는 것이 훨씬 힘드네요.
PART 1. 이국종은 과연 행복할까. ‘작은 이국종’들은 과연 행복할까?
나는 이국종 교수님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팬이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님의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이국종이 되고싶지 않다.
물론 내 평생을 다해 그처럼 살려고 노력해도 그의 발끝만치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처럼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이유는, 그가 영웅이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해도, 이국종 개인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님은 개인 빚이 8억이 넘고 한쪽 눈은 거의 실명에 가깝다고 한다.
외과, 더구나 중증 외과의 특성상 개인의 삶은 없이 환자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치며 가족을 위한 시간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렇게 열심히 자신을 바쳐 가면서 일하는데 병원에는 적자의 주범이다. 열심히 진료를 하면 할수록, 사람을 살리면 살릴수록 병원은 손해를 보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병원은 부자인데 뭐가 걱정이냐'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적자이다. '중증외상환자'의 치료에 든 비용을 다른 과에서 나온 수익으로 겨우 메꾸는 현실이다. 심지어 다 메꿔지지도 않는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병원에 적자를 남기는 의사,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유명세 한번 타지 못하고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의사가 바로 이국종이다.
주요 대학병원, 우울한 경영성적표 … 만성적자 원인은?
심지어 지금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의료 구성원들(의사만이 아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행정직 직원들 모두 똑같다.)의 임금을 속된말로 '후려치기'하여 얻은 성적표이다.
아래 이국종 교수님 인터뷰인
이국종 "다시 태어나면 외과의사 안해…사명감 아닌 돈 문제"
"돈이 가장 정직하다…힘든 일하는 진료과에 그만큼 가치 인정하라" 에서 발췌.
-외상센터는 병원에 적자를 안기고 있나.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 외상센터가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썼다.
”외상센터는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많다 보니 항상 적자다. 정확한 수치를 보면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년간 8억4900만원의 적자가 났다. 2010년3월부터 2010년 10월까지는 8개월만에 적자 규모가 8억7100만원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매년 적자가 20억원까지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부로부터 받는 외상센터 지원금으로 겨우 적자를 메우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과급 액수도 형편없다. 3달에 한번 성과급을 받는데 한 번은 120만원이었고 그 다음은 98만원이었다. 생명을 살리고 힘든 일을 하는데 성과급 치고 너무 적지 않나. 성과급을 많이 받는 동료 의대 교수와 비교하면 연봉이 3배까지 차이 난다.
천하의 이국종 교수님이 이러한 대우를 받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분개한다.
청와대 국민 신문고에 글을 쓰고, 모금 활동을 해서 이국종 교수님의 빚을 갚아 주었다고 치자. 그러나 이국종은 언젠가 또 빚을 지게 될 것이다. 그게 대한민국의 의료 구조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이국종 교수님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욱 처참한 대우를 받는, 수 많은 '이국종이 되지 못한 의사들'이 존재한다.
관심에서 조금 먼 수많은 다른 '외과의사'들의 사정은 사전 전에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국민들은 이 상황을 알지 조차 못할 것이다.
그렇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이국종이 되기 싫다.
내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국종 선생님보다 부족한 사람이라서, 나 자신의 삶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 지는 찰나, 이국종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출처 : "다시 태어나면 외과의사 안해…사명감 아닌 돈 문제"
"돈이 가장 정직하다…힘든 일하는 진료과에 그만큼 가치 인정하라"
-다시 의대 시절로 돌아가면 선택한다면 외과를 하고 싶지 않나.
”다시는 외과를 하고 싶지 않다.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나가도 할 일이 있어야 되는데 외과, 외상외과는 나가서 할 일도 없다.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의대 자체를 안가고 싶다. 아니면 환자 생사의 갈림길에 있지 않는 진료과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지금도 외딴 곳에 가서 조용히 혼자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왜 의사가 됐지', '왜 외과의사가 됐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이국종도 이국종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지쳤고 시간이 얼마 없다"
이국종 교수님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국종'을 연호하며 그에게 모든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의사 이국종'이 아닌 '사람 이국종'을 생각한다면,
"그만큼 해주신것도 감사합니다. 이제 뒷사람들에게 맡기고 좀 쉬세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국종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국종 교수님처럼 현실을 버티며 헌신하는 '작은 이국종'들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에는 짧게만 이야기하겠지만, 결국 돈이다.
명백한 의료 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에게 물어주어야 하는 비용이 '생명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에 드는 비용은 아까워 하지 않아야 한다. 떼먹지 말아야 한다. 의사에게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한두명의 생명은 성자와 같이 마음씨 좋은 의사가 자신의 돈을 기꺼이 내고 살려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의 수는 절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시스템이고, 죽이는 것도 시스템이다.
그는 불행해 '보인다'.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1/02/03/0200000000AKR20110203033000061.HTML>
석해균 선장의 총상을 치료하고도 결국 그는 2억원이 넘는 치료비를 어디서도 받지 못하였다.
이번 귀순 병사의 치료비도 아직까지 받지 못하였고, 기약이 없다.
관련기사 : 북한 병사 치료비는 누가 낼까
병원에 데려올때까지는 '우리 환자, 내 가족' 이지만, 살리고 나서 치료비를 댈 생각은 없나보다. 원래 그렇게 해오던 거니까.
이제 이국종 교수는 의사를 넘어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국민들은 그에게 기대의 눈빛을 보내고 있고, 의사들은 그가 의료 정책에 대해서 논평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뭐라도 한마디 해주길 바란다. 언론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거리를 찾아 그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어민다.
요즘 이국종 교수님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천하의 이국종 선생님 마저도 실수할 수 있음을, 실수 할 수 있음을 모두가 알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와도 우리가 건강한 사회로서 한 개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는 의느님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중 누구도 신의 이름을 부여받았을 때에 부족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감사를 힌 것은 좋지만 부디 신의 이름을 부여하지는 않기를.
더불어 여론이 그에게 등을 돌리거나, 그도 '인간'에 불과함을 세상이 알게 된다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의 편에 서서 그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진료를 했음을 기억할 것을 약속한다.
다시한번 자신을 희생해 환자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실 이국종 교수님과, 주목받지 못하고 계시는 전국의 수많은 '작은 이국종'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wow great
안탁까운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시스템의 개선이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자주 언급되는 이슈임에도 제자리걸음의 느낌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centering님.
말씀해주신 대로 단기적으로 손해를 메우는 형태가 아닌 시스템 변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데, 늘 언발에 오줌누기로 끝나 (오줌도 안눠줄 때도 많더라구요) 아쉽습니다.
맞습니다 주목받지 못하고 계시는 수많은 의사선생님들께 오늘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겠습니다
@snuff12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늘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글이네요.
르바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구조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그래도 다행히 예산이 증가해서 다행이에요!
안타깝습니다 ㅠ.ㅠ ;;;
@nps0132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의사끼리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피부 미용해주는 의사보다 돈을 못 번다는게 말이 되나요? 개개인의 자부심에 의존하는 사회는 선진 사회가 아니지요. 영웅주의로 미화할수록 시스템의 개혁은 요원해집니다.
매우 중요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rubymaker님. 이국종 선생님이 영웅이시긴 하나, 영웅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말씀만 추가하자면, 말씀해주신대로 의사의 전공에 따라서 비교하기 보다는 어떤 일이 가치를 인정받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피부과도 성형외과도 정말 필요하며 중요한 분야라고 생가합니다.
예를들어,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의사는 5만원을 받고, 제왕절개를 하면 29만원을 받는데 산후조리원은 3주에 3천만원을 받는다고 하죠. 그래서 의사들이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금 경제적으로 깨어있으신 분들은 산후조리원을 주력으로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전공 분야에서도 '보험'으로 인정되는 시술들의 가격이 비 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포스트에 기재하신 분에 대해 님이 느끼시고 계신 안타까움의 감정이
저한테도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 하나를 살려내려고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 대한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일까요
그에게서 오고내리는 여러 이야기가 굉장히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네요...
다음 포스트 기대하며
잘 보고 갑니다.
@sindoja님 댓글 확인이 늦어 죄송합니다 ㅜㅜ 요즘 시험이 정말 얼마 남지않아 정신이 없네요..
늘 따뜻한 관심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험 응원합니다.
최근에 이국종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네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nemjun님 안녕하세요? 답글이 늦었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시험준비중이라 정신이 없었네요. 뒤로 이어지는 글도 많은데 올릴짬이 안나네요 ㅜㅜ
맹독성 리트리버님. 저 티스토리에 정우주 입니다. 기억하시나요ㅎㅎㅎ
포스팅 읽고 관심을 가지다가 오늘 티스토리에 입문했습니다. 팔로우하며 친하게 지내요!
선생님!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 스팀잇에서도 뵙게 되다니 기쁘네요! 별 새로울것 없는 저의 매일매일에 하나의 기쁨입니다 ㅎㅎ
저도 재미있는 딴짓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ㅎㅎ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선생님!
저도 기쁩니다ㅎㅎㅎㅎㅎ 공부가 힘들겠지만 좀만 참으세요ㅎㅎㅎㅎㅎ 졸업하니 더 재밌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