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생활]고마운 책 선물(feat.쉐어하우스 첫 게스트)

in #kr6 years ago

조지아 가로.jpg

안녕하세요, 키만과 효밥(@twohs) 입니다.
요즘 스팀잇에 활동이 뜸했죠? 조지아 트빌리시에 오픈한 '키효네 쉐어하우스'에 예약이 들어와서 손님 맞이하느라 꽤 바빴거든요. 오늘은 저희의 게스트 하우스 첫 손님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실감이 안납니다. 세계 여행하다가 게스트하우스 오픈하고 손님까지 맞은거 실화냐...? ㅋㅋ



DSC00012.jpg

키효네 쉐어하우스 오픈 3일 만에 첫 예약이 들어왔다. 당장 내일모레 입국이라고 하시길래 마음이 바빠졌다. 아침부터 대청소를 시작하고, 게스트룸 침구를 다시 한 번 깨끗하게 빨아서 침대 정리를 했다. 첫 게스트라서 떨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몇 번의 톡을 나누면서 "만나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게스트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들썩들썩 신이 났다. 꼭 한국에서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 같았다.

출국 하루 전, 첫 게스트 분에게 톡이 왔다. "혹시 한국에서 뭐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해외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 필요한 게 많은 걸 안다면서 서슴지 말고 부탁해달라는 고마운 톡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숙소 문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런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여행 짐도 많을 텐데, 우리의 짐까지 부탁하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오직 한국에서만 가져올 수 있는 것. 우리가 몹시 그리워하는 것. 볼 때마다 게스트의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고, 금방 답이 나왔다. 그건 한국어로 된 '책'이었다.

세계 여행을 1년째 하다 보니,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 필요한 것들은 다 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였다. 사실 한국어로 된 책이야, 북 리더기로 쉽게 다운로드해 읽을 수는 있지만 손으로 종이를 넘기는 그 '손맛'은 오로지 종이로 된 책에서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소파에 누워, 일정한 호흡으로 종이 책을 넘기는 그 순간의 맛이 그리웠다. 그래서 우리는 염치없지만 그녀에게 "혹시 집에 안 보는 책이나, 버릴 책이 있다면 저희 집에 버려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 날, 우리 집에 미니 도서관을 만들어 주었다.

DSC00010.jpg

택시에서 내려 배시시 웃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첫 게스트가 좋은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글은 사람을 담는다. 짧게 소멸되는 sns의 한마디라도, 말은 그 사람을 고스란히 빼닮는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우리 집에 꼭 묵길 원했고, 내가 배려한 만큼 그녀도 우리를 위해 여행용 트렁크 안에 선물을 가득 싣고 왔다.

DSC00011.JPG

고추장, 된장, 어머님이 직접 담아주신 고춧가루, 효밥이와 나의 최애 라면인 불닭볶음면, 스팸 등등 한인 마트가 없는 조지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까지.

DSC00012.JPG
DSC00011 (1).JPG

그녀와 그녀 친구가 가져다준 책은 <초콜릿 우체국/ 황경신> , <천국에서의 하루 /권대웅>, <생각하기 전에 시작하는 습관/ 마스노 슌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이었다. 다른 한 권은 아직 미처 읽지 못했다며, 여행이 끝나는 날 전해주겠다 했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고심한 흔적들이 느껴졌다. 취향을 타지 않으면서 어느 누가 읽어도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그런 책들로 골라온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저녁에 홍차 한 잔을 마시면서 <초콜릿 우체국> 책을 읽고 있는데, 읽는 내내 마음에 햇살이 내린다. 후루룩 다 읽어버리면 아쉬울까 봐, 한 장 한 장 아껴 읽고 있다.

그녀 덕분에 쉐어 하우스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나에게 있는 책이라곤, 나의 첫 책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밖에 없었는데, 친구들이 생겨서 이렇게 예쁘게 전시해두고 있다. 거실을 지나갈 때마다 작은 도서관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참 고마운 친구였다.

DSC00008.JPG

바쁜 일정 탓에 우리 집에서는 이틀 밖에 묵지 못했지만, 우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간다 이야기, 우리의 세계 여행 이야기, 해외 살이 이야기, 콩나물 만드는 법, 배로 떡 기계를 나르는 법 등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게스트를 푹 쉬게 해줘야 하지만, 우리는 매일 밤 새벽 2시까지 수다를 떨다 잠에 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친구와 함께 카즈베기로 떠났고, 여행 마지막 날 짐을 찾으러 다시 온다고 했다.

그녀가 남기고 간 트렁크를 볼 때마다, 애인이 남겨두고 간 물건을 보는 것처럼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가 우리의 첫 게스트라서 너무 고마웠다. 그녀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곳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물론 우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겠지만. (벌써부터 한숨이...)

글 by 키만



타국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는 것은 저희들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지만, 실제로 해보지 머릿속에서 그렸던 것과는 또 다른 난관(?)들이 있네요. 하지만 그런 고생스러운 일들도,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면 모두 다 덮어지는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따뜻했던 첫 게스트를 시작으로, 키효네 쉐어하우스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셨어요.ㅋㅋ 다음편은 아주머니 세 분의 이야기입니다. 반전이 숨어있으니 기대해주세요! ㅋㅋ

<키만과 효밥의 웹툰 세계 여행 이야기>

0. 백 번도 때려치고 싶었던 스팀잇 입성기 에피소드
1. 부부세계여행 웹툰 1화 : 세계 여행을 이렇게 가도 될까요?
2. 부부세계여행 웹툰 2화 : 결혼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3. 부부세계여행 웹툰 3화 : 세계 여행은 3년도 짧아
4. 부부세계여행 웹툰 4화 : 엄마의 진짜 속마음
5. 부부세계여행 웹툰 5화 : 세계여행자의 결혼 준비
6. 부부세계여행 웹툰 6화 : 세계여행 D-7
7. 부부세계여행 웹툰 7화 : 반쪽 항체만 가지고 가도 될까요?
8. 부부세계여행 웹툰 8화 : 드디어 여행출발! 근데 시작부터 입국거절??!!
9.부부세계여행웹툰 9화: 여행의 시작이 이래도 되나요?!


<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찾기>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타자연습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사람 사는 집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컴퓨터를 사고 싶어요.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메일을 씁니다
[웹툰]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기다리는 마음.
[웹툰] 55년생 현자씨의 두번째 인생 찾기: 혼자서 해낸다는 것.



[디지털노마드의 삶] 세계 여행하면서 책 출간하기
[실시간 세계 여행 소식]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다 | 태국편
[실시간 세계 여행 소식]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다 | 라오스편
[실시간 세계 여행 소식]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다 | 인도네시아편



banner.gif

Sort: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힘든 날인데, 감성적인 글과 사진이 위로를 주네요

힘든 하루 끝에 위로가 되었다니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

꿈같은 생활을 하고 계시네요
따뜻한 분들이 많아서 참 좋은 세상인것 같아요

세상에는 정말 따뜻한 분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스팀잇 세상에서도 따뜻한 댓글, 관심,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서 이 곳을 떠날 수가 없네요 ㅋㅋ

스팀잇은 편안한 안식처입니다~^^

오 오랜만입니다. 첫 손님, 첫 도서관 축하해요
518기념 풀봇드리고 가요~~

앞으로 도서관에 많은 책들이 더 입고(?)되었으면 좋겠어요 ㅋㅋ

저 도서관에 앞으로 채곡차곡 쌓여질 추억을 생각하니 아름답네요^^
잘 읽고 갑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쇼파에 누워서 보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싶더라구요. 역시 책은 손끝으로 넘기면서 봐야 제 맛인 것 같아요 ㅎㅎ

한국어로 된 종이책이 그립다는 것에 저도 큰 공감이 됐었어요! 따뜻한 마음의 첫 손님을 맞이 하셔서 다행입니다^^ 이야기가 재밌어서 다음엔 또 여기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무슨일이 생길까 궁금해지네요^^!

첫 손님을 시작으로 좋은 손님들이 많이 오셨어요! ㅋㅋ 게스트 하우스 이야기 자주 공유하겠습니다 ><

멋진 게스트시네요~

짧지만 너무 강렬했다고 할까요? ㅋㅋ 이맛에 게스트하우스 하는구나 싶어요.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빡빡한 일상에 꿈같은 일이지만... 저도 @twohs님의 게스트에 가보고 싶네요~!!

오신다면 스티미언 분들한테는 현금대신 스팀달러로 받겠습니다 ㅋㅋ

오오 따뜬한 게스트분이 첫 게스트였다니 시작이 좋네요:)ㅋㅋ

조지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것도 믿어지지 않는데... 손님이라니!! 앞으로 조지아 생활이 더 다이다믹해질 것 같아요 :)

ㅋㅋㅋ다이나믹한 이야기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멋진 호스트에 멋진 게스트분들이네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행복합니다 :)

앗 진짜 에피소드와 글 너무 좋아요!!!!!

크흐흐흐!!! 감사합니다!!! 자주 감성 뿜뿜하는 글 올릴게요. 그림을 자주 그리고 글은 가끔씩 쓰게되서 감성이 메말라서 잘 안 써지더라구요 ㅠㅠ

ㅎㅎㅎ 좋은 분들이 많이 다녀갔으면 좋겠네요 ㅎㅎ

너무 좋았겠어요. 첫 손님이 그렇게 좋았으니 앞으로 승승장구는 따논 당상이네요^^

6개월정도 집을 렌트 했는데 앞으로 저희 인생이, 여행이 어떻게 바뀔 지 정말 모르겠어요. ㅎㅎ 이렇게 열심히 꾸며놓고 다른 나라로 쓩~ 갈 때 얼마나 아쉬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