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복절이 화요일인 관계로
차라리 당겨서 월요일에 쉬자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연휴기간중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원래는 혼자 에버랜드를 가볼까도 했었는데
그건 아직은 차마 못하겠기도 하고....
그래서 누운 채로 핸드폰을 켜서
숙소를 예약하고, 일요일 오후에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차에 몸을 실은 채 흘러가다 보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미 시간이 늦기도 했고...
날씨는 어둑어둑하니 석양을 보긴 글렀지만,
일단 바다로 갑시다.
영종역에서 내려 버스편을 알아보니
버스편이 대략 20분에 한 편 꼴로 있습니다.
기다려 버스를 타고 30분여.
일단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풉니다.
시간은 제법 늦어 7시를 넘긴 상태.
소셜커머스로 예약한지라
애매한 층수를 줄까 걱정이었는데
웬걸. 최상층인 20층 객실입니다.
신나서 올라가 짐을 풉니다.
바다가 코앞인 뷰는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바다는 보이니까!!
짐을 풀고 가까운 항구로 나가 봅니다.
보아하니 어업이 메인인 항구의 느낌은 별로 없고,
바다낚시를 온 일행이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 잔 하려는 사람들로
제법 복작거리는 동네입니다.
적당히 둘러보다가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옵니다.
메뉴는 닭강정(9,000원), 떡볶이(4,000원), 오징어튀김(7,000원).
굳이 바닷가까지 와서 왜 메뉴구성이 이러냐고 물으신다면
회는 그닥 좋아하질 않고..
새우는 알러지가 있는 관계로
원래의 식성 그대로 골라왔습니다.
오징어튀김은 열 개에 7천원인데 제법 실하긴 합니다.
좀 식어도 튀김옷이 바삭바삭한게
제법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에 든 오징어도 실한 편이구요.
닭강정은....음...어....
사실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거 고를려고
순살인줄 알고 닭강정을 고른 거였는데
집에와서 까 보니 양념치킨이랑 비슷한 물건이네요.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나 뼈 발라먹기 귀찮았다고...ㅠ
사진이 누락됐습니다만
떡볶이도 매콤하니 양념을 잘 먹어서 좋았습니다.
특이점이라면 떡이 좀 두꺼운 칼국수면처럼
넓적하고 길게 생겼다는 점?
맛은 대체로 다 좋았고...
역시나 양은 많았기 때문에
남긴것은 다음날 아침식사가 되었습니다.
먹고 숙소에 누워 창밖 바다를 물끄러미 보다가
사람이 한산해질 시간즈음 해서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아까까지 번화하던 바닷가는 그새 사람들이 사라지고
적막함마저 감도는 동네가 되어 있습니다.
검고 짙푸른 바다가 가까운 조명을 반사하며
자신의 위치를 주장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난 고요함 속에서
이따금 파도가 부딛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내륙을 바라보는 방향에 있었기 때문에
물 저 멀리 건너편으로는 인천의 조명이 보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잘못 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GOP에서 근무하던 시절
건너편에 멀찍이 보이던 투광등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얼마전 덩케르크를 보고 온 휴우증인지,
밑바닥까지 훤히 드러나있는 배를 보자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으로 지나갑니다.
이곳이 섬이라는 걸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바다.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터라
궁상떨기엔 정말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근처를 몇 바퀴 휘휘 돌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잔 탓인지
제법 푹 잔 모양입니다.
영종역으로 가는 버스편이 희귀한 탓에
그냥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부터 공항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고 즉흥적인 여행이었지만,
이런게 또 나름의 재미가 있어
유쾌하고 즐거운 일상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