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ot com bubble, I am in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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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퇴사하며 다른 회사로 옮긴다는 얘기를 안 했다. 그냥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 두는 거라고 말했다. 좀 미안했기 때문이다.

팀장이랑 사이가 안 좋아지자, 출판사는 굳이 4명인 팀의 업무를 갈라, 나에게 신입사원 한 명과 함께 새로운 팀을 만들어주었다. 정식으로 팀장이라 불러주지는 않았지만, 1년차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런 배려를 받은 직후 그만두려니 좀 미안했다. 하지만 뭐, 다른 팀은 아예 1년차가 6명의 팀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출판사를 퇴사하고 internet 회사, 정확히는 culture webzine, 즉 web magazine으로 옮겼다. 당시 출판사 직원들 가운데 dot com bubble을 타고 internet 회사로 옮긴 사람이 꽤 된다. 그리고 bubble이 꺼진 후 (나처럼) 다시 출판사로 돌아온 사람도...

학창시절부터 전국의 학보와 교지에 문화 관련 글을 기고했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도 시사주간지나 여성월간지, 사보 등에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문화비평글을 기고했다. 심지어 공군소식지에도 글을 썼다. energy도 넘쳤고 부끄러운 줄도 몰랐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어쩌면 blogger가 되기로 마음먹은 지금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덕분에 인맥이 닿아 있던 webzine으로부터 staff writer로 입사 제의를 받았다. 새로운 회사는 당시 우후죽순 생겨나던 어느 검색회사의 자회사로, 아직 Google이 등장하기 전, Yahoo가 세계적 강자로, 국내에서는 Daum이 유력하며, 슬슬 Naver가 떠오르던 시기였다. 우리의 모회사인 search engine 회사, 정확히는 internet portal 회사는 4-5위 정도였는데, 그 회사에는 또 모회사가 있었다. 사실 우리 webzine도, 그 portal 회사도, 모두 어느 반도체장비회사의 자회사들이었다.

우리 webzine의 대표는 반도체장비회사의 회장 자서전을 대필해준 작가였다. 회장은 자서전 출간 후, dot com bubble에 편승해 몇 개의 internet 회사를 설립하며, 우리 대표에게도 회사를 차려주었다. 그런데 방식이 좀 특이했다. 반도체장비회사가 직접 우리 webzine에 투자하는 구조가 아니라, 반도체장비회사는 internet portal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 붓고, 그 portal은 우리 webzine과 아주 후한 content 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이었다.

반도체장비회사의 회장은 portal과 우리 webzine 사이에 말도 안 되게 후한 계약을 맺게 해주고 나서, 다시는 우리 webzine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portal은 쓸데없이 회장 눈치를 보며 우리 webzine과 계속 계약을 이어갔고 우리 webzine은 신나게 돈을 받아썼다. 내가 만일 그 portal의 사장이었다면, 1년 정도 후 우리 webzine과 계약을 파기했을 텐데, 어차피 그 portal도 반도체장비회사의 말도 안 되게 후한 투자를 받고 있었던 만큼, 아주 조금이라도 투자자의 심기를 거스를 행동을 안 했던 것이다.

당연히 3-4년 뒤, 그런 portal은 완전히 망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속에나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webzine도 마찬가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