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연애] 오징어 전문점과 남자의 변명
대학시절 오징어 전문점만큼 가성비가 끝내주는 곳도 없었다. 오징어 한마리를 시키면 오징어회에, 다리 튀김에, 미역국에, 번데기와 고동 등등... 장정 서너명이 가도 오징어 한마리에 소주 너댓병은 순식간에 뚝딱!
가성비가 좋다고 맛이 빠지느냐? 그건또 아니다. 찰진 식감, 씹을 수록 은은히 입안에 퍼지는 단맛과 진한 고소함! 오징어회 한 젓가락에 편마늘을 초장에 찍어 우적우적 씹다가 맑은? 소주로 입가심을 하면... 하... 정말... 입에서 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제는 나이를 먹고 회라고 하면 오징어가 아닌 참치를 떠올리곤 하지만 그래도 추억의 멤버들이 뭉치면 3차 정도쯤엔 무조건 오징어 전문점이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오징어 전문점을 가면 오징어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매번 갈때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오징어가 떨어졌어요."하는 사무적인 안내를 받으니 뭔가 불편한 감정이 움트곤 했다.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여 오징어가 금징어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정확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그래도 오징어전문점 입장에선 어렵겠구나... 싶다가도 그래도 명색이 오징어 전문점인데 가게밖에 오징어가 없다는 안내를 해두는것도 아니고, 메뉴판에 따로 표기도 안해놓고 주문할때마다 "또 오징어시키네...?"(근데 당연하잖아! 오징어 전문점에 가서 누가 참치를 시키겠어!?)하는 표정과 말투로 응대를 하는건 조금... 찝찝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주인이 직접와서 석고대죄를 해야한다는건 아니다. 오징어가 너무 비싸서 조금밖에 들여놓을 수 밖에 없는걸 어쩌겠는가? 다만, 이왕이면 "하하~ 요즘 오징어가 금징어라~ 구하기가 어렵네요~ 대신 요즘엔 광어가~ 아주 좋아요~"라고 한다면 듣는 입장에서도 "에고~ 그렇죠~ 요즘 다들 어렵네요~ 그럼 오징어맛나는 광어주세요~ㅎㅎㅎ"하며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잘 넘어갈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인 상황을 가지고 억지를 부릴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그 현실적인 상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기분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니 니가 이해해야해!"라는 식으로 이야길 하면 머릿속으론 충분히 납득을 하면서도 뭔가 "나는 무조건 이해를 해야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상황이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조금만 고려하며 제대로된 이유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준다면 상대의 입장에선 이해를 넘어서 배려를 해준것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많은 여자친구들이 남자친구에게 갖는 불만 1순위는 바로 연락문제다. 분명 처음에는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하던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너무나 티가나게 연락이 줄어든다. 처음에는 바쁠 수도 있지 싶다가도 그런 일이 반복되며 사소한 불만은 짜증이 되고 화로 번지기 쉽다. 이럴때 남자친구들은 "아니... 내가 요즘 얼마나 바쁜지 알아!?"라며 항변하는데 여자친구 입장에선 바쁘다면서 할건 다하고 다니는게 뻔히 보이는데 어찌 그 해명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는건 절대 나쁜 상황 때문이 아니다. 똑같이 나쁜 상황이라도 어떻게 전달을 받느냐에 따라 기분은 전혀 달라질 수가 있다. 오징어가 너무 비싸 오징어를 많이 준비해두지 못했다면 사무적으로 오징어가 떨어졌다고만 말할게 아니라 "요새 금징어 구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요즘 광어가 아주 맛있어요~"라고 이야길 해주고 광어회 한두점 더 넣어주며 "조금더 넣었어요~"라고 생색을 냈다면 원하는 오징어를 먹지 못했어도 기분은 오히려 좋을 것이다.
이처럼 여자친구가 연락문제로 가시돋힌말을 한다면 얼마나 바빴는지 항변을 할게 아니라 당장 택시를 타고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여자친구를 꼭! 안아주고 "왕자님 배달왔습니다! 공주님!"하면 어떤 여자친구가 연락이 줄었다고 짜증을 내겠는가? 오히려 바쁜 남자친구를 이해못해준 자신을 탓하지 않을까?
바쁜 스티미언들을 위한 요약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다만,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이해해야한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뭔가 큰것으로 보답을 해야하거나 무릎이라도 꿇어야한다는건 당연히 아니다. 다만 상대방의 기분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고려한다면 상대 입장에선 이해를 넘어서 감동을 하지 않을까? 오징어 전문점에 오징어가 없다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사정을 설명하고 회 두어점정도만 더 얹어줘도 상대는 크게 감동할거다. 이처럼 바빠서 조금 소홀했다면 얼마나 바빴는지를 변명할게 아니라 상대를 꼬옥 안아주며 사랑을 속삭여주는 센스를 가져보는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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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오징어 짠하게 듣고 갑니다. ㄷㄷ
ㅋ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여기서 동족을 만나네요! 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트리님 센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욱 들렸다가요
반갑습니다. ^-^
바닐라님 피드... 시간 내서 정독해야겠따능....
그나저나 저 질문 있어용!
구남친의 갑작스러운 안부 연락은 대체 무슨 의도일까요.....
전 여자인데요, 구남친 안부연락은 대충 넘기시는게 좋아요. 대충 넘기고 나서도 연락이 계속 온다면 진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거고요, 아니면 그냥 한번 찔러보는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해요...!!!’😭😭
상대의 의도를 따지기 전엔 내가 왜 상대의 의도를 따지는지를 생각해보는게 좋을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구남친의 갑작스러운 안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사실 전혀 모르는건 아니겠죠?
다만 뭔가 정확하게 알고 싶은데 상대에게 물어보기는 좀 그렇고, 그냥 넘기자기 뭔가 찝찝하고.... 저는 그 마음안에 크든작든 호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작아서 호기심에 가깝더라도요.)
구남친의 갑작스러운 안부연락의 진짜 의도를 알려면 당연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만나봐야 알겠죠? 그러니 상대의 심리를 궁금해하기보다 본인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시고 호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당하게 다가가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연애 칼럼이 맞는것 같은데 글 보고 나니 왜 이렇게 오징어가 땡기는 건지...?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ㅎㅎ
저는 글 쓰면서 땡겼습니다..ㅎㅎㅎㅎㅎ
갑자기..
오징어 회가 땡긴다능...
요즘 진짜 오징어 한마리에 만원씩 하던디...
회집에서는 금징어란 말이 맞겠군요 ㅎㅎㅎ
그쵸?? 가격을 무한정 올릴수도 없는 일이고...
고민이 많을것 같긴해요.
아 오징어회 .. 제가 회중에 가장 좋아하는거예요. 입에 착착 감기는 맛.. 갑자기 떠오르네요 ㅠ
정말 입속에서 촵촵촵 소리가나죠! ㅎ
ㅎㅎ 공감됩니다. 그나저나 요즘 오징어가 비싼가봅니다. 저도 오징어전문점 많이 좋아했는데 말이죠
이제 오징어회도 곧 싯가가 되지는 않으련지...ㅠㅠ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말인데 정말 이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금만 생각한다면 될텐데...
사실 저도 마냥 쉽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ㅎㅎ;
상대를 배려하는깊이있는 생각같아요 마음에 드는 문구입니다 ㅎㅎ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좋은하루되세요!
바닐라님. 스팀챗 kimthewriter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스팀챗으로 연락드렸습니다!
간단한 배려가 감동을 선사할 때가 있는데 말이에요...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치킨을 시켜주면.... 화가... 풀림....
음식을 주제로 이렇게 풀어나가며 글을 쓰는게 너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