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날이 좋은 날, 생각나는 여행지입니다.
업스테이트 뉴욕, 어느 산자락에 위치한 티피입니다.
티피(tipi 또는 teepee)는 원주민들이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동물 가죽을 덧대 만든 그들의 전통 가옥입니다.
비포장 도로를 한 십여분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한참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잔뜩 녹 슨 트레일러 옆에 주차하고 크게 숨을 들이킵니다.
맑은 공기가 우리 부부를 맞아줍니다.
티피를 운영하는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티피가 위치한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탄성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감탄하는 사이 와이프는 이미 신발을 벗어들고 잔디 위를 아이처럼 뛰어 다닙니다.
왼쪽에 보이는 저 티피가 우리가 이틀밤을 보낼 곳입니다.
자 이제 부푼 마음으로 티피 안으로 발을 들여 놓습니다.
들어서니 고양이 한마리가 침대 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인이 키우는 고양인데 잔디위를 헤집고 다니다 피곤하면 티피로 들어와 이렇게 한숨 청한다 하시니...
이 녀석 게스트가 왔는데 비켜줄 생각은 없는 듯 하네요.
어딜가나 제 신분은 고양이 집사를 벗어날 수 없나봅니다.
뒤늦게 스토브와 장작, 침대, 기타가 눈에 들어옵니다.
티피를 운영하기 전 뉴욕에서 사진작가를 했었다는 주인의 센스가 이곳저곳 돋보입니다.
침대에 누우니 머리위로 환상적인 하늘이 펼쳐집니다.
음악도 소음이 되는 이 곳에서 핸드폰은 돌 보다 못한 존재입니다.
어차피 기지국도 인터넷도 없는 곳이니, 미련없이 꺼둡니다. (그래도 밤에는 전등으로 유용하게 쓰였지요)
밤새 전등 역활을 톡톡히 해낸 핸드폰은 1%의 배터리도 남기지 않고 하루를 마쳤습니다. (뒤로 사진이 없는 이유이기도...)
이 곳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습니다.
모닥불이 밤을 밝히고 스토브가 티피안을 데워줬습니다.
덕분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잔디 위에서 온전히 서로에게 귀 기울일 수 있었고,
덕분에 나무 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서로의 체온에 기대 따뜻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틀밤을 보내고 거지꼴로 돌아왔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돌아와서도 며칠 간 머리카락에 밴 장작 탄내를 흩뿌리고 다녔지만, 아마 우리 부부는 이번 여름에도 이곳을 찾아갈 듯 싶습니다.
정말 운치 있네요. diconnected life. 멋집니다.
@홍보해
아직 초짜라 소통도 포스팅도 원할하지 않은데 이리 맞이해주니 감사합니다-
자주뵈요~~
응원 감사합니다-!
오...그 곳의 청량한 냄새까지도 느껴지네요. 바이널씨님 반갑습니다.
참 글이 좋고 진솔해요. 친구해요 우리.
반갑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