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장품 업체들을 나름 오랫동안 지켜봐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태동부터 OEM/ODM 업체들의 성장 스토리, 중국 진출을 통한 획기적인 성과까지 큰 수익을 낼 기회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굴의 한국인인 저는 열심히 국내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위주로 분석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해외기업들에 대한 분석을 등한시한 것은 아닙니다만, 투자 수단이 이렇게 발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은 국내 업체의 경쟁 상대일 뿐 매매를 위한 분석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참으로 안타깝네요. 정말 오랜만에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들 주가 차트를 보았는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우선 같이 보시죠.
위의 두 차트는 일본의 대표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와 KOSE의 5년 주가 차트이고, 마지막 차트는 아모레퍼시픽의 지주회사인 아모레G의 5년 차트입니다.
자,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차트 한 가지 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 추이입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47%씩 성장해왔습니다. 한국으로 왔어야 할 유커들이 방향을 바꿔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것 같습니다.
아래는 시세이도의 2017년 연말 실적발표 자료에서 가져온 차트로, 17년 시세이도의 지역별 매출 증감을 나타낸 것입니다. 아래를 보면 시세이도의 사업 현황을 엿볼 수 있는데, 일본 내수 시장의 상승도 컸고, 두 번째가 'China'입니다. 그리고 위쪽에 약 74%가 성장한 Travel Retail 보이시죠? 네 맞습니다. 면세점 매출입니다.
한국 업체들이 가져와야 할 매출이 시세이도의 면세점 매출로 가서 붙었네요. 중국인들의 소비력은 일본까지 전파되어 2017년 시세이도의 매출을 약 18% 상승시키는 데 공헌하고, 영업이익률도 4%에서 8%로 올려놓았습니다. 주가도 이를 반기듯 3배가 올랐네요.
사드 여파가 해결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화장품 업체가 반등할 것에만 신경을 써왔지, 사드 여파로 한국 화장품 업체가 타격을 입을 때 상대적으로 수혜를 보는 일본 업체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 썼습니다. 저 스스로의 무지에 한 번 실망하고, 좁았던 시야에 두 번 실망하는 하루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 세 가지 당부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기업 분석하실 때 '상대적'인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란 기업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 그 기업에 대한 관심을 끄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가 어려워 짐에 따라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봐야 합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독점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모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누가 힘들어지면 왜 힘들어졌고, 누가 그 열매를 가져갈 수 있는지 우리는 추적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두 번째. 중국인 소비는 장기적 테마입니다.
중국의 인당 GDP는 8,500불 수준으로 본격적인 해외여행 수요가 확대되는 임계점인 GDP 1만불 수준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이럼에도 불구하고 17년 중국인 여행객 수는 약 1.29억명이었습니다. 중국 인구가 15억명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소비 위주의 경제모델 변화와 더불어 중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소비 테마는 오랜 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드와 같은 정치적 이슈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완화될 것이고 중국인들의 소비 여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니 중국관련주는 계속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해외 주식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개인투자자의 강점은 유연함과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셔야 합니다. 이는 즉, 국내 주식외에 해외 주식도 투자 유니버스에 넣어두셔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오늘 보여드린 사례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요즘은 증권사 중에서도 해외 주식 투자가 가능한 곳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알아보신다면 해외 주식 투자도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국 관련된 기업들이 사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들은 30~40% 이상 하락했지만, 일본 화장품 업체로 눈을 돌리셨던 분이라면 2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셨을 겁니다. 이는 실로 막대한 차이입니다.
주식시장은 상대적이며 세계 웬만한 기업들에 모두 투자가 가능합니다. 저처럼 우를 범하지 마시고 상대적인 관점으로 넓은 시야를 가진 멋진 투자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욌네요.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스팀잇 분위기 파악중이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역발상의 역-역발상으로 화장품에 관심가져야겠네요. 소액투자자로서 해외는 모르는거 투성이네요.
사드라는 정치적 이슈가 화장품 산업의 사이클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본회사가 많은 이점을 누렸군요 @홍보해
시야를 조금 더 넓게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일본 기업들은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톡톡히 받았네요. 저는 2015년부터 시작한 베트남 투자가 대박이 났습니다. 물론 소액..ㅠㅠ
종식님은 앞서나가는 투자를 하셨군요.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
작년에 사드 문제가 터졌을 때, 일본회사들은 알게모르게 만세를 외쳤었죠.
토산브랜드가 성장세가 무뎌질때 반대로 일본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었으니까요..... (
저희회사도..)앗..직접 겪으셨다니 뒷 이야기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아무래도 필드에서 직접 느끼시는 건 확연히 달르셨을테니까요 !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항상 감사드립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지금까지 국내 기업에만 투자했던 제 협소한 시야가 답답하게 느껴지네요.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화장품 회사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ㅜㅜ
해외 주식 투자는 세금 문제와 같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조만간 투자를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저도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네 ㅎ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Home bias라는 용어로 자국민의 국내주식에 대한 선호현상이 설명되는데요.. 이게 심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라고 하더라고요. 막상 펀더멘탈이 강한 미국주식시장규모가 전세계 절반수준인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주식시장에서 종목을 발굴하고 투자하는건 오히려 해외주식하는것보다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진행될거라 본다면 주식도 이 두 국가의 힘겨루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실행되어야겠습니다. 일본투자는 사실 미국투자나 안전자산투자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네요.
지당한 말씀이세요. 한국 투자자분들도 이제 해외주식에 더 관심을 가지고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
풍선효과라고 하죠
한곳을 틀어막으면 다른 곳으로 몰려드는 현상...
저도 님의 포스트를 통해서 포커스를 집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해외품목을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국에서 생산되어지는 품목을
사려고 할때를 잘 눈여겨 보아야하지 않나 싶네요..
해외주식을 사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비했던 걸 떠오르게 합니다.
잘 보고 가요
글로벌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매니저 입장에서는 한쪽 나라 a섹터의 비중을 줄이면 다른 나라 a섹터의 비중을 늘려 벤치마크 비중을 맞추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보니.. 미리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을수도 있는데 참 안타깝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