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마을에 마음씨가 아주 착한 한 청년이 살고 있었어요. 그 청년의 이름은 바로 이반이었지요. 이반은 워낙 착하고 욕심이 없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늘 손해만 보았기 때문에 미련퉁이, 또는 바보이반이라고 불렀답니다.
이반에게는 욕심이 많은 두 형과 말을 하지 못하는 여 동생이 있었어요. 두 형이 늘 욕심을 부렸지만 이반은 형들에게 모든 것을 늘 양보했기 때문에 이반의 집안은 싸움 한번 없이 늘 평안했지요.
"뭐야? 저 집은 왜 한번도 안 싸우는 거야! 사람들이 안 싸우면 우리 악마들은 기분이 나쁘지... 여봐라!"
대장악마가 부하 악마 셋을 불렀어요. 그러자 작고 동글만한 악마 셋이 대장악마 앞에 섰지요.
"예, 대장 부르셨어요?"
"네네, 대장님 말씀만 하십시오~"
"대장님, 저는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장악마는 부하 악마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어요.
"저기 저 바보이반 말이다!"
"예! 대장~"
"아! 도대체 그 집안 녀석들은 싸움을 하지 않아. 그래서 이 지역을 관리하는 우리 악마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 너희들이 가서 저 녀석들이 싸움을 좀 하게 만들어라!"
"예, 대장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하 악마 셋은 그 길로 이반네 집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첫째 악마는 첫째 형에게 달라 붙기로 했고, 둘째 악마는 둘째 형에게 달라 붙기로 했지요. 그리고 마지막 셋째 악마가 바보이반에게 달라붙기로 했어요.
첫째 악마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첫째 악마는 첫째 형에게 허세를 불어 넣었어요. 그래서 첫째 형은 아버지를 찾아가 재산을 팔아서 돈을 달라고 했지요. 그 돈으로 도시로가서 장군이 되겠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안 된다. 우리 집 재산이라고는 땅이 전부인데... 그 땅은 이반이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 낸 땅이 아니냐?"
"에이 이반은 바보가 아닙니까? 바보는 저렇게 큰 땅이 필요 없습니다. 절반을 팔아서 제가 장군이 되는데 쓰겠습니다."
아버지는 한사코 반대를 했지만 첫째 형은 이반에게 가서 땅을 내 놓으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반은 웃으며
"헤헤, 형님이 필요하시면 써야죠~"
라며 땅을 형에게 양보해 주었어요. 첫째 악마는 이 일로 싸움이 날 줄 알았는데 싸움이 나지 않자 실망하며 첫째 형과 함께 도시로 떠났답니다.
얼마 후 큰 형이 땅의 절반을 가져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둘째 형이 배 아파하면서 아버지를 찾아왔지요.
"아버지 제게도 땅을 주세요. 형만 주는 게 어디 있어요? 그 땅을 팔아서 장사를 하겠어요."
"얘야! 그 땅은 이반이 열심히 일해서 만든 땅이 아니냐? 이제 절반 밖에 안 남았는데... 그 땅을 또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네 동생 이반과 여동생은 무얼 먹고 살라고 그러느냐?"
"에이 바보에게 저렇게 큰 땅은 필요 없어요. 벙어리 동생도 마찬가지고요."
둘째 형도 첫째 형처럼 이반을 찾아갔어요.
"바보이반~ 내가 도시로 나가서 장사를 하려고 하니, 네 나머지 땅을 나에게 주어야겠어. 그 땅을 팔아서 장사 밑천으로 써야하니 말이야!"
이번에도 이반은 화를 내지 않고
"헤헤 형님이 필요하시면 쓰셔야지요~"
하면서 땅을 모두 내어 주었지요.
그러자 둘째 악마도 멋적은 표정으로 둘째와 함께 도시로 떠나야 했답니다.
형들이 모든 재산을 다 가지고 가자 이반은 돌짝 밭으로 가서 돌을 골라내기 시작했어요. 그곳을 개간해서 새로운 밭을 만들려고 한 거지요. 그런데 돌들이 너무 깊이 박혀 있던지 아무리 곡갱이 질을 해도 돌들이 잘 뽑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돌이 잘 뽑히지 않았던 이유는 착한 이반 때문에 형제들이 싸움을 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 셋째 악마가 새롭게 밭을 일구고 있던 이반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히히, 내가 이렇게 돌들을 꽉 붙들고 있으면 힘이 들어서 밭을 일구는 것을 포기하고 말 걸~"
하지만 바보처럼 우직한 이반은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었어요. 잠깐 쉬었다가 있는 힘껏 땅에 박혀 있던 돌맹이를 뽑아냈지요. 그러자 이반이 밭 일구는 것을 포기한 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셋째 악마가 돌맹이와 함께 뽑혀 나와버렸어요.
"뭐야! 네 녀석이 돌맹이를 잡고 있어서 힘이 들었구만... 이 나쁜 악마녀석 내가 혼쭐을 내 주마!"
이반이 곡갱이를 들고 셋째 악마를 내려치려고 하자 셋째 악마가 사정을 했어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저를 살려주시면 신비한 약초 세 뿌리를 드릴게요."
그래서 이반은 신비한 약초 세 뿌리를 받고 셋째 악마를 놓아주었지요. 그러자 셋째 악마는 땅에 구멍을 내며 사라져 버렸어요. 이반은 세째 악마에게 받은 신비한 약초를 모자에 두고 다시 열심히 일을 했지요.
다음 날 이반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때 첫째 악마가 돌아왔어요. 셋째 악마를 도와주러 돌아왔던 거지요. 그런데 셋째 악마가 보이지 않고 땅속의 구멍만 보이자 첫째 악마는 크게 화를 내며 이반을 골탕먹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무 꼭데기에 앉아서 이반이 도끼질을 할 때마다 마술을 부려서 이반의 도끼가 나무를 빗겨나가게 했지요.
이반은 한 참을 해도 도끼질이 제대로 되지 않자 나무 아래 앉아서 "아이쿠 도저히 나무를 베지 못하겠네."라고 말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어요.
"하하 그렇지. 결국 너도 그렇게 포기하고 마는 거야! 하하"
첫째 악마는 이반이 포기한 줄 알고 나무 위에서 신나게 콧노래를 불렀지요. 그런데 이때 다시 힘을 낸 이반이 도끼질을 하자 단 두번 만에 나무가 '우지끈'하고 쓰러졌지요. 이때 나무 위에 있던 첫째 악마가 그만 쓰러지는 나무에 깔리고 말았어요.
"뭐야? 네가 또 나타난 거야? 지난 번에 살려줬더니 정신을 못차렸구나!"
"아... 아니에요. 지난 번에는 제가 아니라 다른 악마예요. 저를 살려주시면 제가 나뭇잎으로 금화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그래서 이반은 이번에도 악마를 풀어주었지요. 그러자 첫째 악마도 땅속에 구멍을 내고 사라져 버렸어요.
얼마 후 둘째 악마가 돌아왔어요. 그리고는 구멍 두개를 발견하고 크게 화를 냈지요.
"흥, 내가 추수하는 네 녀석을 골탕먹여주겠어."
둘째 악마는 이반이 추수를 할 때마다 낫의 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이반은 금새 땀범벅이 되어서 지치고 말았지요.
"어휴~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
이반이 낫질을 멈추고 허리를 두드리자 둘째 악마는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어요. 그런데 이때 갑자기 쉬고 있던 이반이 다시 낫질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둘째 악마는 피할 새도 없이 이반의 낫에 꼬리가 잘리고 말았지요.
"아야, 아야!"
"뭐야? 이 녀석이 아직도 있네..."
이반이 둘째 악마를 붙잡고 마구 흔들자 둘째 악마가 사정사정을 했어요.
"이반님 저를 살려주시면 짚으로 병사를 만들게 해드리겠어요."
그래서 이반은 짚으로 병사를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셋째 악마를 놓아주었지요.
이렇게 이반이 세 악마들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큰형과 둘째 형이 집에 돌아와 있었어요. 큰형은 처음에는 장군이 되었는데 전쟁에서 패해서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둘째 형도 큰 장사꾼이 되었지만 금새 쫄딱 망해서 거지가 되어 돌아온 거지요.
그래서 이반은 첫째 형에게 짚으로 만든 병사를 주고 둘째 형에게는 나뭇잎으로 만든 금화를 잔뜩 주었어요. 그러자 첫째 형과 둘째 형은 각각 군사와 돈을 가지고 먼 곳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지요.
이반이 너무 불쌍하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신비한 약초 뿌리가 있잖아요. 이반은 이 약초뿌리로 공주님의 병을 치료하고 한 나라의 부마(왕의 사위)가 되었고, 왕이 죽은 다음에는 왕의 뒤를 이어 왕으로 즉위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반이 왕이 되자 백성들이 고개를 갸웃했어요. 이반이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신하들이 아무리 말려도 이반은 그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직하게 농사를 지었지요.
그러자 약삭빠른 사람들은 이반의 나라를 싫어하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요. 이렇게 몇년이 지나자 이반의 나라는 이반처럼 욕심없이 우직하게 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었지요.
이때 부하 악마들이 모두 실패한 것을 알게 된 대장 악마가 이반의 나라를 망가트리려고 이반을 찾아왔어요. 그리고 황금을 뿌려대며 백성들에게 탐욕을 불러 일으키려고 했지요. 하지만 이반의 나라 백성들은 황금에 관심이 없었어요. 대장 악마가 많은 황금을 준다고 해도 거들떠 보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황금으로 뭐든지 할 수 있었는데... 이반의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하다 못해 밥 한 그릇도 사 먹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대장 악마는 이반을 찾아갔어요.
"이반 왕이여, 당신들은 너무 미련합니다.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살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진짜 현명한 사람은 머리로 일을 합니다."
"오! 그대는 머리로 일을 할 줄 안단 말이오?"
이반이 대장 악마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대장 악마는 자기가 머리로 일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반이 모든 백성들을 불러 놓고 대장 악마의 말을 듣게 했지요.
"여러분, 여러분은 미련하게 몸을 쓰며 돈을 법니다. 하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은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끄덕이며 대장 악마의 말을 귀 기울였어요. 그런데 한참 동안 대장 악마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지요.
"뭐야! 머리를 쓴다더니 입만 쓰고 있잖아!"
하나 둘, 사람들은 대장 악마에게 흥미를 잃고 자신들의 본업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대장 악마는 쉬지 않고 계속 연설을 했지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렇게 시간이 지나자 대장 악마는 너무 지친 나머지 연설을 하며 머리를 꾸벅꾸벅하며 졸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백성들이 달려오기 시작했지요.
"이야! 드디어 저 분이 머리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꾸벅꾸벅 졸면서 연설을 하는 대장 악마 앞에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피곤해진 대장 악마는 그만 꾸벅 꾸벅 졸다가 단상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높은 단상에서 떨어진 악마는 그만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어요. 대장 악마가 죽자 그 자리에 또 큰 구멍이 생겼지요.
"뭐야? 이 녀석도 그 녀석들 처럼 악마였던 거야?"
이반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밭일을 하러 돌아갔어요. 그러자 이반의 백성들도 모두 밭일을 하러 돌아갔지요. 이렇게 이반의 나라는 욕심하나 없이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하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 동화는 톨스토이의 바보이반을 각색한 것입니다. 악마가 등장하는 순서도 바뀌었고 내용도 많이 축약되었답니다.
처음에는 대본대로 구연해 보시고 그 후에는 여러분 만의 대본으로 다시 각색해 보세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