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얻었다. 그의 어머니가 새로운 애인이 생겨 이혼한 뒤 일이었다.
화학 엔지니어였지만 사업을 하고싶었던 그의 아버지 알랑은 지력발전 시스템 회사를 차렸다. 방이 몇개인지도 알 수 없을만치 컸던 프로방스 방투의 외할아버지 대저택 한 구석에 자리를 빌렸다. 지력발전 시스템 설치는 지금은 호황을 누리는 사업이지만 석유값 싸고 환경오염 걱정을 하지 않았던 팔십년대에서는 시기상조였다. 간간이 주문이 들어오긴 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자 파산해버렸다.
빚은 다행히 그의 외할아버지에게 빌린 돈으로 막았다. 그 사이 어머니 마갈리는 에어 모로코에서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던, 파리 출신 부잣집 남자를 만났다. 너의 남편처럼 너를 다른 남자의 품에 가도록 절대 혼자 두지 않을거야. 열정에 눈이 먼 그 남자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리고 그녀는 알랑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남은 것은 그의 외할아버지에게 진 빚뿐이었고, 그 빚을 최대한으로 빨리 갚는 방법은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프랑스 회사의 공장 책임자로 가서 일하는 것 뿐이었다. 그는 여덟살 외동아들 앙리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갔다.
사업부도, 아내의 외도, 이혼과 빚만 남은 서른의 남자. 외동에 아버지를 스물도 채 되기전 잃은 그에게 유일한 가족은 어린 아들과 어머니였다. 그렇지만 그의 어머니는 무척이나 차갑고 독선적인 사람이었다. 헤어진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열일곱 소녀에게 창녀같은 년이라 욕지거리를 하고, 안정적인 직업 아닌 사업을 한다고 나섰던 아들을 늘상 비난하던 그녀에게 따뜻한 위로를 얻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오롯이 홀로 남은 그는 낯선 땅에서 스치는 여자들의 짙은 체취와 뜨거운 살갗에서라도 위안을 찾기를 원했을 것이다. 에이즈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 때, 장차 그가 상상하지도 못할만큼의 값을 지불하면서 그렇게 몇년 간 장인에게 진 빚을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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