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은 "엔 아르케"로 시작한다. "처음에는"이란 뜻이다. 마가복음은 그냥 "아르케"로 시작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처음". 이제부터 세례요한의 이야기로 예수의 복음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가 아니다. 16장 8절에서 "그들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로 끝나고 있는 마가복음이다. 이 끝절까지 아우르는 내용이, 마가복음이 쓰여질 때에는 이미 만방에 퍼진, 예수 복음의 "시작"이었다는 말이다. 마가복음은 그러므로 1장부터 16장까지 전체가 "시작"에 불과하다. 복음의 내용은 무엇인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의 무덤은 비어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마가복음 한가운데에 적힌 예수의 변화산상에서 주장되고 마가복음 끝에 적힌 빈무덤에서 확증된다. 여기에 제자들이나 여자들이나 낄 틈이 없다. 그들은 예수의 하나님의 아들됨도 믿지 못했고 빈무덤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복음을 믿고 전해야할 사람은 이 유대인 제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빚지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 마가의 청중들이다. 마가의 청중들이 복음의 또 다른 시작이 된다. 예수가 혈통적으로 지역적으로 자신들에게 속했다며 거들먹거리면서도 할례와 음식법을 들먹이며 이방인 제자들을 못살게구는 유대인 제자들에게서 복음의 기원을 찾지말자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