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알쓸신잡] 4월이 잔인한 달인 진짜 이유?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윤정@xkqkffnrk95입니다:)

오늘은 알아두면 쓸모있을 (진 몰라도) 왠지 궁금했던, 문학과 관련된 정보를 가져와 봤어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인용구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한국에선 특히나.. 슬프고도 아픈 기억이 많은 달이라 더욱 와닿는 문구입니다.  (저는 제주도민이라 4.3 사건 또한 더욱 마음깊이 아픈 마음이 들어요.) 

이 문장이 사실 어느 작가의 시의 첫 시구라는 걸 알고 계신가요?

T.S. 엘리엇이 바로 그 작가인데요,  20세기 시단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인 '황무지'입니다. 그 때의 4월은 왜 잔인한 달이었을까요? 함께 알아가요~


--------------------------------------------------------------------------------

4월이 잔인한 달인 진짜 이유
- T. S. 엘리엇


T. S. 엘리엇(T.S.Eliot )

해마다 봄만 되면, 특히 4월이 되면 방송에서 꼭 하는 말이 있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죠.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바로 그 구절을 쓴 사람이 T. S. 엘리엇이고, 그 구절이 나온 시는 '황무지'다. '황무지'는 1922년에 발표한 434줄에 이르는 방대한 시로, 엘리엇을 유명하게 만든 시초가 된 초기의 대표작이다.

공허의 도시,
겨울날 새벽 갈색 안개 속으로,
군중이 런던교 위로 흘러간다, 저렇게 많이,
나는 죽음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멸망시켰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 T. S. Eliot, '황무지' 中


평론가들은 대개 '황무지'를 현대 문명의 황폐함을 풍자한 시로 읽는다. 그러니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후 세대의 정신적 공허감을 노래한 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제임스 밀러라는 학자의 <T. S 엘리엇 : 개인적인 황무지>라는 책이다. 밀러는 학계의 통설인 일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황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실을 노래한 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엘리엇이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한탄한 이유는 현대문명의 폐해니 뭐니 하는 그런 거창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4월에 엘리엇이 가장 사랑하던 애인이 죽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그 애인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고,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사망한 '장 베르디날'이라는 이름의 소르본느 재학생이라는 사실이다.


-

엘리엇은 장 베르디날이 전쟁터에서 죽고 난 후, 얼마 안 있다가 비비안이라는 여성과 급작스러운 결혼을 발표한다. 엘리엇이 이 여성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큰 충격을 받고 홧김에 저질러 버린 일이라는 사실은 신혼의 아내를 호색한으로 유명한 자신의 친구가 개인적인 여행에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왔을 때, 화를 내기는커녕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는 엽기적인 에피소드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엘리엇은 매우 책임감이 강한 남자였다. 그는 그 후 수십 년 동안 적성에도 안 맞는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히스테리가 심한 아내와 꾸역꾸역 가정을 유지했다. 그러니 그의 인생이야말로 4월, 즉 봄이 되면 '황무지'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엘리엇과 그의 두 번째 부인 발레리

다행스럽게도 말년의 엘리엇은 비비안과 이혼을 하고 혼자 지내다가 정말 제대로 된 짝을 만났다. 그의 나이 68세에 이르러 30세 미모의 비서와 결혼함으로써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존경받는 노시인 엘리엇은 죽을 때까지 장 베르디날과의 관계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한 가지, 엘리엇이 자신의 첫 번째 시집의 헌사를 부모님도 아니고 막 결혼한 신혼의 아내도 아닌, 25세에 전쟁터에서 요절한 친구 베르디날에게 바쳤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한 엘리엇 자신도 '황무지'에 대해 "이 시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황무지'를 읽기 전에 '젊은 시절, 너무나도 지극했던 사랑'이라는 테마를 생각해 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4월에 죽었다. 그를 따라 나도 이미 마음속으로 죽어버렸는데, 다시 생명의 달 4월이 시작되어 온 세상이 눈부신 생명의 향기로 되살아나고 있다면, 4월은 문자 그대로 얼마나 잔인한 달이 될 것인가.

(참고한 책 : 서수경, <영문학 스캔들>)                                                                       출처  엔터스 코리아 '책 속 이야기'


P.S. 저도 희곡 관련 전공 수업 시간에 이 시에 대해 '현대 문명의 황폐함'에 대해 노래한 시라고 배웠었는데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알고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시가 다가왔어요. 해석은 다양하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아셨으니 '황무지' 시와 '4월은 잔인한 달'의 의미를 한 번 다시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그럼 다음에도 쏠쏠한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황무지 시의 전문을 보고싶으시다면 > http://www.bartleby.com/201/1.html

한글 해석본은 책을 빌리시는 것을 추천해요! 장시라 내용이 꽤 길답니다.

영어를 잘 하신다면 자신의 느낌대로 영시를 번역해 보시면 더 좋을 거예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