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줄 맞춤 — 정렬과 줄바꿈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많은 분들이 워드프로세서나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문단 정렬 기능을 알고 때에 따라 사용합니다. 하지만 양쪽 정렬에서의 정확한 개념과 주의해야 할 점을, 그리고 글줄 정렬에 더해 이루어지는 줄바꿈을 명확히 아는 분들은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글에서 각각의 글줄은 같은 폭을 갖지 않습니다. 똑같은 폭처럼 보이는 다른 글자라도 폭은 미세하게 다르고, 중간에 띄어쓰기나 특수문자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때문에 원래대로의 글줄은 정렬 기준의 반대쪽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단 왼쪽 정렬 (왼끝 맞춤)

하지만 양쪽 모두가 가지런하게 사각형으로 맞춰진 모양새가 어울릴 때도 있습니다. 글씨를 양쪽 끝 모두에 맞도록 맞추는 정렬, 일반적인 소설과 같은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쪽 정렬 혹은 양끝 맞춤입니다. 강제로 글줄이 동일한 폭을 가지도록 만들다 보니 글줄마다 어절 사이의 띄어쓰기나 글자 사이 간격은 조정되어 달라집니다.

문단 양쪽 정렬 (양끝 맞춤)

하지만 이 양끝 맞춤을 아무렇게나 적용했다간 오히려 정렬에 신경쓰지 않은 것만 못해지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잘못된 문단 양쪽 정렬 (양끝 맞춤): 벌어진 어절 사이의 ‘흰 강’

어절 사이의 간격이 잔뜩 벌어졌습니다. 양끝 맞춤은 원래의 글자와 어절 간격을 변형해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디자이너의 알맞은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맞춰진 글은 시선이 한 어절에서 다음 어절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합니다.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이를 어절 사이로 ‘흰 강이 흐른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글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았음을 한 눈에 나타냅니다.

그런데, 잠시 의문을 가져봅시다. 글은 종이나 화면의 폭에 맞추어 글줄이 바뀝니다. 그리고 이때 많은 어절은 줄바뀜에 의해 일부분이 다음 줄로 밀려나며 끊깁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읽어온 이런 글줄 바꿈이 항상 글을 읽는 최선의 흐름일까요? 익숙해져 있으니 쉽게 인식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어절의 중간에서 갑자기 줄바꿈이 이루어지는 읽기 경험은 매끄럽지 못하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줄바꿈을 하는 방
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줄바꿈을 어절 단위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원래 간격대로라면 들쭉날쭉할 오른쪽은 훨씬 더 들쭉날쭉한 모양새가 됩니다. 띄어지는 부분에서만 줄바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글줄 사이를 건너 읽는 흐름은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는 양끝 맞춤에 비해 가독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합니다.

문단 왼쪽 정렬 (왼끝 맞춤), 어절 단위 줄바꿈

물론 이런 어절 단위 줄바꿈은 양끝 정렬에서는 사용하기 힘듭니다. 어절 사이가 잔뜩 벌어질테니까요.

어느 정렬이 무조건 잘나고 못났다고 하기는 (어절 사이가 잔뜩 벌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힘듭니다. 양끝 맞춤은 글줄마다 어절 사이나 글자 사이의 간격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고, 어절 단위 줄바꿈에 비하면 줄바꿈에 의해 읽기 흐름이 끊기지만 전체적으로 반듯한 모양새가 잡힙니다. 왼쪽 맞춤+무조건 줄바꿈은 오른쪽이 다소 들쭉날쭉하고 역시나 어절 단위 줄바꿈에 비해 줄바꿈 지점에서 읽기 흐름이 끊기지만 어절 단위 줄바꿈에 비하면 어느 정도 양끝 맞춤에 가까운 모양새입니다. 왼쪽 맞춤+어절 단위 줄바꿈은 정렬 기준의 반대쪽이 상당히 들쭉날쭉하며 줄바꿈이 이루어지는 글줄 사이의 읽기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선택은 디자이너(더해 필요하다면 창작자와의 협의)의 몫입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다루는 잡지를 보더라도 글마다 다른 정렬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듯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 웹에서의 적용 방법을 이어지는 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블로그에 앞서 올라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