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며느라기' 페이스북 페이지>
저는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구조에서 '남자'라는 강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남자들은 본인이 강자라는 것뿐만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어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에서 약자의 상황을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고,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대적 약자들의 상황을 담담하지만 명확하게 표현한 작품이 '며느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만화는 우리가 기대하는 고답이(고구마 답답이)와 사이다 성 전개를 통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화의 댓글에서 가루가 되도록 욕을 먹는 구영이 조차도 악한 존재는 아닙니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들은 수 세기 이어져 온 가부장제도의 산물이며 최근 변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읽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조차도 결혼 전 아내를 부모님께 소개해드리기 위해 집에 초대했을 때 아내가 과일을 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보통은 손님이, 그것도 처음 집에 놀러 온 사람에게 과일을 깎게 하는 게 절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냥 손님이 아닌 '며느리' 혹은 '아내'가 될 사람이라는 생각에 과일 깎는 것 정도는 당연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렇듯 만화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한 것처럼 관습화된 사람들의 태도, 대화, 기대를 나타내며 불합리한 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해줍니다.
이런 상황들이 쉽게 바뀔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모르는걸 모른다는건 죄다.'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세상에서 이런 불합리한 상황들을 '모른다'라고 모른 척하고 알려고조차 하지 않건 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만화가 그런 '알기 위한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일기 위한 노력이라는 말에 공감하고 갑니다
편안한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