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네요.
몇 해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맘 졸일 엄마들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저에겐 딸랑구 1호와 2호가 있습니다.
1호는 2015년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딸랑구 1호는 유치원을 과하게 좋아해서, 학교는 가기가 싫다고 합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죠.
'너는 학교가 싫으냐. 엄마는 더 하단다.'
1학년 입학을 앞둔 워킹맘은 더욱이 휴직, 심지어 퇴직을 고려하게 됩니다.
그래야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해서죠.
관계 기사: '초등 자녀 때문에'... 올해 직장여성 1만5000명 관둬 http://news.joins.com/article/22194083
공포의 초등 입학.. 그런 고민에 빠져 있던 차에 만났던 그림책입니다.
할머니는 1학년
- 김인자 글, 조미애 그림, 내인생의책, 36쪽, 1만2000원
책 정보: https://goo.gl/kANNWq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 간다는 건 정말 떨리고 설레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초등학교 입학이 정말 큰 이벤트였습니다. 두돌 무렵부터 어린이집, 놀이학교, 유치원 등으로 이어지는 기관 교육을 받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오히려 초등 입학은 엄마들의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온라인의 엄마들 동호회에선 “초등 준비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글씨 읽고 쓰기, 생활 습관은 물론 영어와 수학 준비, 줄넘기 등 체육활동 대비까지 망라하는 온갖 질문이 올라옵니다. 더불어 엄마가 학교에 얼마나 자주 가야 하느냐, 선생님은 어떻게 챙겨야 하느냐, 학급 엄마들과는 어떻게 네트워크를 쌓아야 하느냐, 교우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 방과 후에는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하느냐, 1학년 땐 휴직을 해야 하느냐 등 엄마에게 던져진 문제가 산더미입니다.
여기 초등학교 신입생이 있습니다. 양면초등학교 1학년 2반 여든세 살 김간난 할머니입니다. 여덟 살 학급 동기 네 명과 할머니 학생 친구까지 모두 7명이 한 반입니다. 늘그막에 학생이 됐지만 받아쓰기 시험에서 40점을 맞아 꼴찌를 한 간난 할머니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닙니다.
학교 공부에 밭일까지 마치고 일기 쓰기 숙제를 하려니 할아버지가 “ㄱ이 빠졌네” “받침이 틀렸네”하며 따박따박 지적합니다. 안 그래도 쓰기 싫은 일기 숙제가 할아버지 탓에 더 하기 싫어집니다. 숙제 좀 대신 해 달라는 청도 안 받아주는 얄미운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마늘 까기 숙제를 잔뜩 내주곤 학교로 향합니다.
할머니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체험학습을 갔더니, 그 전엔 몰랐던 글씨가 한 눈에 들어와 재미가 쏠쏠합니다. 친구들과 수건 돌리기 하며 노는 것도 즐겁고요. 내 손에 물 안 묻혀도 제 시간 맞춰 나오는 급식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할머니의 얼굴에선 고운 미소가 떠날 줄을 모릅니다. 꼬부랑 글씨도 배우고, 받아쓰기 시험도 쳐야 하고 구구단도 외워야 하지만 학교 가는 게 재미있습니다. 한평생 꿈꿔왔던 고운 꿈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과잉 교육에, 학력 인플레가 문제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배우고 싶었음에도 못 배운 한을 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습니다. 김간난 할머니는 예비 초등 학부모들이 잊고 있던 걸 일깨워줍니다.
바로 학교란 조금 어렵지만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요. 김간난 할머니가 받아쓰기에 일기 숙제가 힘들어도 즐겁게 학교로 향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학교가 힘든 점이 있을지라도 이겨내고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부모에서 학부모로 변화하는 지옥의 문이 열린 게 아니라 아이의 앞에 새로운 배움의 문이 열렸으며, 그 길을 즐겁게 걸을 수 있게 격려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예쁜 그림책입니다.
저도 이제 곧 한번 읽어봐야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하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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