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는 밤늦게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규호가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가고 있었다.
"어디가요..?"
일라는 졸린 목소리로 규호에게 물었다.
그는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람 쐬러 간다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았다.
'이 밤중에...?'
일라는 그가 수상쩍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에 들어온지 며칠 후부터 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횟수도 줄어들고,
낮에 일어나보면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가 생긴걸까..'
그녀는 섭섭한 마음으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당기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었다.
그녀는 사진첩에 담긴 그녀와 규호의 사진을 보았다.
일라는 사진 속에서 그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 날, 일라가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자 그는 커다란 꽃다발과 케익을 가져와서 축하해줬다.
"축하해요. 기쁜 순간에는 내가 항상 함께 할게요."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던 그는 어디 있을까.
지금의 규호는 너무 쌀쌀 맞았다.
다음날, 자기 전 규호에게 그녀는 말을 걸었다.
"저 패션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퍼스트레이디가 사업을 한다...'
규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업이 잘 되면 정권에 자금을 댈 수도 있겠지.'
곧 그가 통과시킬 제도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일라가 살아있는 반박의 근거가 될 수도 있었다.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를 강제로 부여하는 성차별적인 제도' 규호의 머릿속에서 그는 그녀를 핑계대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빠져나가고 있었다.
"좋아요. 대신 사업 잘 되면 날 도와줘요."
그녀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미소지었다.
그가 잠에 들려 하자 그녀는 그의 목에 입을 맞추며 몸을 밀착시켰다.
"오늘은 피곤해요."
그의 차가운 표정에 일라는 숨이 막혔다.
"너무해요. 다 가지니까 이제 난 싫어요?"
"아니에요,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일라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자신의 섭섭한 눈을 보고 후회하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잠에 들었다.
그날 새벽, 일라는 잠을 자는 척 하고 있었다.
그는 또 몸을 일으키며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었다.
'오늘 밤은 밤마다 뭘하는 지 알아낼 거야.'
그녀는 숨을 죽이고 자는 척을 계속했다.
흥미진진 +_+ 두구두구 무슨 일을 밝혀내려나요
+_+ 막장 드라마의 향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