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기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교환 매매의 기능
화폐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교환하는 것으로, 쌀이 필요하면 돈과 쌀을 교환하는 것
가치 척도의 기능
상품의 가치를 화폐로 나타내는 것으로 물건에 매겨지는 가격이다. 우리는 가격을 보고 상품의 가치를 금방 알 수 있다. 흔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면 가격이 싸고, 귀한 것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가치 저장의 기능
돈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재산이며, 언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구매력을 뜻한다. 돈을 저금하는 것은 이러한 가치를 저장하는 것과 같다.
화폐는 인류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해왔나?
본디 사람들은 교환매매의 기능을 가진 물품화페를 사용했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생산한 물건과 바꾸는 물물교환을 했다. 하지만 물물교환에는 여러 애로사항들이 있었다.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농부가 생산한 쌀과 교환하고자 하는데 생선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불편함이 있었고, 얼마만큼의 쌀이 생선 2마리의 가치와 같은지 가치를 측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즉 가치를 물물교환으로는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 교환할 수 없었고 이를 위해 화폐는 가치저장과 가치를 척도 할 수 있는 금속화폐로 발전되었지만, 이 금속화폐 또한 무거운 무게 때문에 운송에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금과 은 등을 은행에 맡기고 이에 대한 보증서를 지폐로써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금본위제의 시작이다. 발행량의 한계를 가진 금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미국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을 중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신용화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용화폐란 화폐의 가치를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다. (사실 정부도 화폐를 보장하지않는다. 1달러 지폐를 보면 In God We Trust라고 써있는데 그저 믿음으로써 유지될 뿐이다.)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디지털 화폐(은행계좌상의 돈), 가상화폐(게임머니) 등으로 화폐는 발전했고 현재는 암호화페로 화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중이다. 즉 화폐는 편리와 사회발전에 발맞춰 진화해오고 있다.
크게 화폐를 3가지로 나눠보자면 상품기반 화폐, 신용기반 화폐, 알고리즘 기반 화폐로 나눌 수 있는데, 상품기반 화폐는 금, 은, 동 ,물건 과 같은 물질을 기반으로 한 화폐이고 신용화폐는 앞서 말했듯이 정부라는 강력한 권위에 기반 하여 화폐의 가치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고리즘 기반 화폐는 무엇인가? 이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다. 위의 두 물질기반 화폐와 신용기반 화폐에 공통으로 흐르는 키워드는 ‘보장‘이다. 물질이나 국가의 권위를 기반으로 하여 가치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고리즘 기반 화폐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가치를 보장받는다는 말이다. 어찌 컴퓨터 알고리즘이 화폐가 될 수 있나? 이를 위해 화폐의 본질에 관해 얘기해보자.
[화폐의 본질, 믿음]
여러 사람이 각자의 나름의 기준으로 화폐를 정의한다. 가치를 보장하는 기관이나 정부의 유무, 혹은 화폐에 내재적 가치 (교환, 가치척도, 가치저장)가 있는지 여부 등으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이것이 화폐의 본질일까? 한때 유럽에서 보리를 화폐로서 사용했었다. 이 보리는 어떤 권위에 의해서 가치를 보장 받지 않았고 내재적가치의 조건에도 정확히 부합하지 않았다. 금은 어떠한가? 단지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보리 한 줌 보다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보리는 먹을 수라도 있지 금은 장식품 말고 무슨 효용이 있는가? 금본위제도가 시행되고 있을 때도 금 자체가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물건을 구입하는데 쓰이고, 다른 돈과 교환하는 데 쓰이고, 즉 사람들이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 이것은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 되었고 이것이 화폐로서 발전된 것이다. 화폐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물질이 아니다. 화폐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믿음‘ 으로써 가치를 획득한다.
더욱이 금 본위제도가 폐지된 오늘날에 신용화폐는 마치 신앙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달러라는 화폐는 달러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비로소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달러만큼이나 엉터리 같은 화폐도 없다. 끊임없는 재정적자를 매우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달러를 찍어낸다. 조폐와 장부에 기입하는 것으로 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약 달러에 대한 ‘신앙’이 무너진다면 달러는 순식간에 종잇장에 불과한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가치 있다고 믿는 그 ’믿음‘이 화폐의 본질이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딱지도 친구 사탕과 바꿔 먹을 수 있고, 아이들 사이에서 가치 있다고 믿는다면 화폐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는 것인데 어찌 화폐로서 가치가 있느냐” 라고 의문을 가지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신용화폐도 현금으로도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은행전산 상에 장부로서 존재하고 우리의 계좌에 숫자로서 존재할 뿐이지 실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신용화폐의 가치가 ’정부의 권위’라는 실체가 없는 것에 기반을 두는데 여기서 실체 유무를 가지고 화폐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실물이 없고 정부의 권위에 의해서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암호화페도 사회적 관계 속에 믿음이라는 조건만 갖춘다면 화폐가 될 수 있다.
화폐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해왔다. 1000년전 동전을 사용할 때 우리는 신용만으로 화폐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이나 해봤을까? 지금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화폐의 개념이 나오고 있고 우리는 아직 이를 100%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보고 과거의 잣대로 "화폐의 기준들에 충족되지 않으니 이건 화폐가 될 수 없어" 같은 말들은 역사를 피상적으로 이해 할 뿐 이를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한 사람의 말이다.
또한 일상에서 커피 한잔을 사는데 비트코인이 쓰일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글에서 설명하겠지만 비트코인은 가치의 저장수단과 코인 간의 교환 수단으로 사용 될 것이지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일상화폐 처럼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화폐에 대한 통념으로 암호화폐를 바라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