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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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보다도 훨씬 더 먼저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을 발견한 책

호모사피엔스와 유사하지만 전반적으로 원시적이고 열등한 종으로서 경쟁에서 밀려나 멸종했을 뿐 현생인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알려졌던 네안데르탈인들. 그들과 호모사피엔스 사이에 교잡은 전혀 없었을까, 현생인류가 갖고 있는 DNA 중 적어도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학자들 사이에도 있었습니다.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진 화석도 발견되었고요.

DNA 분석기술 발달 덕분에 2010년 5월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는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사는 코이산족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현대인은 DNA의 5% 전후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그 후에도 세계 각지의 여러 연구소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호모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교잡설은 주류 학설로 확립되었죠.

이 책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그냥 고대인류에 관한 판타지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학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충실하게 반영한 책인 것 같았습니다.

어! 그런데 이 책은 무려 2003년에 쓰인 책이네요. 한국어판은 2010년에 나왔지만 원서는 2003년에 출간되었다니...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에서 2010년 5월에 관련 발표를 했으니 시대를 한참 앞서서, 학자들보다도 훨씬 더 먼저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을 찾아낸 책입니다. 아오와 아키 나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곧 현재의 인류 전체를 상징하는 셈이니까요.

이전에는 네안데르탈인들이 현생인류에 비해 언어 발화 능력이 크게 뒤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연구로는 그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역시 어느 정도의 학습을 거친 후 호모사피엔스의 언어를 습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단순한 픽션을 넘어선 통찰을 보여 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해요. 다른 종족인 아오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아키 나아의 호모사피엔스 부족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살펴보면 현대사회의 다양한 차별이 투영됩니다. 사냥의 희생양을 존중하며 나름의 제의(祭儀)를 치르는 아오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수렵생활을 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에게도 남아 있지요.

같은 프랑스 작가여서인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오버랩되기도 하비다. 베르베르는 SF 매니아들에게는 까이고 있다지만요. 이 책의 대담한 전제가 나중에는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셈이니 베르베르가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선보였던 황당무계한 가설(인간은 유인원과 돼지의 잡종이다)조차 먼 훗날에는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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