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초보, 스타트업 초보 - 퇴사편
드디어 서비스를 런칭한 기념으로 퇴사 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보통 큰 성공을 하고 회고를 목적으로 글을 남기지만 나는 그냥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그리고 어쨌든 런칭은 “성공”했으니까....ㅋㅋ..
2017년 10월에 나는 잘 다니던 쿠팡을 그만뒀다. 16년 12월에 입사하고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다소 빠른 퇴사였지만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건 아니다. 뛰어난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짧은 기간 이었지만 많은걸 배웠다. 지금도 쿠팡은 개발자가 일하기 가장 좋은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퇴사를 한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개발자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는지에 대해 확신도 없었다. (지금도 확신은 없다) 그리고 당시 나이가 한국 나이로 27살(만으로 25살!!)이었기 때문에 퇴사 하기에도 아주 적절한 나이라고 생각했다.(ㅋㅋ...) 그래서 17년 5월 정도 부터는 어떻게 하면 아주 적절하게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퇴사를 할만한 모멘텀을 만드는건 쉽지 않았다. 회사 업무가 만만치 않았고 팀내에서 준수한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공부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개인 프로젝트는 항상 일정이 밀리고 결국 마무리를 못한채로 버려졌다. 가끔은 묻지마 퇴사를 할까 몇번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너무 무모한 짓 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시간만 흐르면서 창업은 못하는걸까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됐다.
그러던 와중 대학교 졸업 프로젝트를 할 때 잠깐 알고지내던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별로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아마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일듯) 졸업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자주 만났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졸업식때 잠깐 마주쳤지만 서로 인사만 하고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정도의 친분이었다. 아무튼 평소에도 전혀 연락하지 않다가 갑자기 만나자고 하길래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볍게 안부를 주고 받은 후 용건을 물었다. 용건은 간단했다. 창업을 했는데 잘 될 수 있을거 같다고 했다. 그 뒷 얘기는 안들어도 뻔했다. 팀을 꾸리고 싶은데 참여 할 수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을하고 전화를 끊었다. 별 이야기는 안 나눴지만 이 때 왠만하면 일단 퇴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가서 팀을 꾸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벌써 거의 1년이 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아마 선릉역에서 만났던거 같다.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만나서 역삼역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걸으면서 창업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퇴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업자를 내서 이미 비지니스를 하고 있고 매출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여행자를 타겟으로한 고프로 렌탈 서비스 였는데, 기존 카메라 업체에 비해 저렴하고 고프로에 익숙치 않은 고객들이 쉽게 대여 할 수 있는게 장점이었다. 나는 이미 매출이 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괜히 스타트업 하자고 해놓고 말도 안되는 비지니스 가지고 시간만 버리는 케이스도 허다하고 들었기 때문에, 이미 매출이 나고 있다는 건 창업자의 실행력도 좋고 일단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팀을 꾸려서 해야 하는 비지니스일까 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렌탈 비지니스를 넘어서 액션캠 및 여행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키자는 비전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만나기 전부터 마음은 일단 나가고 생각해보자는 쪽으로 약간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거 같기도 하다.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뜸을 들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생각은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몇달전부터 회사 나갈 생각을 계속했던터라 자고 일어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몇일뒤 다시 만나자고 연락을 하고 이번에는 아마 쿠팡 본사가 있던 잠실에서 만났던거 같다. 거두절미하고 퇴사 하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그쪽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렇게 쉽게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할줄은 몰랐나 보다. 오히려 연말까지 회사를 다니고 천천히 퇴사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거기에 이왕 할거면 시간 늦추지 말고 빠르게 비지니스를 빌드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역으로 제안했고 어쨌든 내가 곧 퇴사를 할거라고 했다. 이후 몇일간 의견을 좀 더 나누고 최종적으로 11월부터 시작하는걸로 정리가 됐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는 일만 남았다.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하려고 하는 날 아침에 스크럼을 진행하는데, 내 옆 자리에서 일하시던 시니어 엔지니어 분이 퇴사한다고 하셨다. 참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스크럼이 끝나고 매니저에게 찾아가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 자리를 마련한 후에 퇴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니 몇몇 시니어 엔지니어 분들이 나를 찾아와서 왜 퇴사를 하느냐고 계속해서 상담 아닌 상담이 이어졌다. 다들 이직하시는 줄 알고 이야기를 하러 오셨는데 창업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오히려 응원해주셨다. 어쨌든 몇가지 퇴사 퀘스트를 해결하고 마지막 휴가를 올리고 진짜 퇴사를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제대로 휴가를 다녀온적이 별로 없어서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정말 의도하지는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퇴사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어쩌다보니 이 기간에 4년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20대의 거의 절반을 함께 했던 친구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퇴사 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아무튼... 살면서 한 번도 엇나간적이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렇게 퇴사와 이별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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