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독과 그리움으로 나의 가슴을 채우던 여인들이 있다. 설도와 매창이 그랬고, 허난설헌이 그랬고, 전혜린이 그랬고, 나혜석이 그랬고, 이영도가 그랬다.
오늘밤 나는 이영도의 시를 꺼내 읽으며, 고독과 그리움의 가슴을 수놓는다. 이토록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던가!
"진실로 나는 아름다운 시 한 수를 쓰고 싶다. 청수같이 맑은 시를 쓰고 싶다. 온 세상이 오염에 얼룩져도 새벽하늘 밝히는 별빛같은 시 한 수를 쓰고 싶다." - 이영도
무제 / 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