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는 구구절절 TMI가 많을 것 가아서 우선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것을 짧게 요약하고 시작한다.
사실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포스팅을 못했지만(대역폭, 건강 이상) 하루에 한 가지씩 많이 도전했다.
(샐러드 1주일 분 밀프렙, 입에 초코칠 하고 도심 활보하기 < 이건 자의적으로 도전한 것이 아니고 좋은 기억도 아니다 등)
a. 집 근방 2km 떨어진 곳의 횡단보도를 건너 탐색했다.
b. 내 발로 걸어가서 링거를 맞았다.
c. 병원에서 양보했다.
그동안의 TMI는 이렇게 시작한다.
금요일 날 출근을 하다가 거의 실신할 뻔해서 집에 와서 이틀을 잤다.
정말로 억울한 게, 연휴 동안 푹 쉬고 잘 먹고 운동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 아픈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주말 일정, 약속을 다 취소해야 했다.
심지어 30일 연속 1KM 이상 러닝하기에 도전 중이었는데
성실하게 좀 살아보려니 마장(魔障)이 끼었는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아무튼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주저앉을 것 같아 지하철에서 내려 의자에 앉았는데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도 '이 의자에 드러누우면 00역 고주망태로 유투브에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정신을 붙잡고 근처의 친구, 직장에 차례로 전화를 넣어놨다. 만약 실려가더라도 연락이 먼저 갈 수 있게….
다행히 집에 돌아오는 것에게 성공해서 이틀간 내리 기절하여 잔 뒤 일어났다.
미주신경성 실신과 비슷한 증상 같은데 두 번째 경험이라 (자의든 타의든) 포스팅 제목에 넣을 수는 없었다.
정신 차리니 일요일 새벽이라 병원을 가기 위해 일어나 있으려고 넷플릭스를 틀었다.
웬만한 콘텐츠는 이미 다 보아서 다큐멘터리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다가,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에 대한 다큐인 '잠은 죽어서나'가 있길래, '아, EDM 뮤지션이니 만큼 잠잘 시간 없이 재밌게 노는 얘기겠지….^^ 워후 침대에 누워서 이비자 구경이나 해보자.'하고 재생을 눌렀다.
아뿔싸, 노는 건커녕 글로벌 급 뮤지션도 잠을 안 자고 저렇게 일에 빠져서 열심히 사는데….
(아오키는 다큐멘터리에서 세계에서 항공기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뮤지션으로 소개되어있다,
물론 이동의 목적은 일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나니 새삼스레 숙연해졌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숙연해지긴 했지만, 다행히 병원이 열자마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두명의 환자가 있었고, 막 접수를 하고 소파에 몸을 뭉갰는데, 부부 한 쌍이 들어왔다.
부인은 정말로 많이 아파 보였고,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나는 이틀 동안 자서 5분 늦게 진료 본다고 해서 쓰러질 것 같진 않아서 먼저 진찰을 받게 했다.
사실 이 정도 양보는 정말로 작은 것이긴 하지만 괜히 오지랖 부리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평소에 나라면 고민했겠지만 그래도 조금 용기를 냈다.
옆길로 조금 새자면 한 가지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 지하철을 탔을 때 환승역이라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역에 있을 때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이 지하철 문턱을 넘고 있는데
그 뒤에 어떤 여자분이 서더니 어르신이 천천히 내릴 수 있도록 양팔을 조금 벌려 다른 승객들이 어르신과 부딪히지 않도록 작은 바리케이드(?)를 쳤다. 10초 정도의 짧은 찰나였고 아주 작은 몸짓이었지만 나는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
분주한 일상 속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것도 자주 잊게 되는데
그런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그분이 너무 멋있었다.
아무튼 내가 도움이 되는 상황은 많진 않겠지만, 내가 여력이 있는 한 그런 자그마한 배려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꼈(지만 자주 잊고있….)다.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정말로 친절하셨다.
진찰을 받고, 혈압을 재고, 누워서 복통과 심장 박동수를 체크하고
링거를 맞는 김에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어쩔 수 없이 입원해야 하는 상황에서나 맞았던 링거를 처음으로 먼저 맞겠다고 말했다.
(이것도 TMI이지만, 내 인생 최초로 입원해서 링거를 맞은 적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입원을 하게 된 이유는 아주 평범한 장염에 걸렸는데 장염 3일 차에 다 나았다고 패기롭게 양념치킨을 먹다가 결국 실려 가서 1주일간 입원하게 됐다.)
멀뚱히 누워서 수액을 맞는데 본의 아니게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이야기의 50%는 의사 선생님의 안부를 묻는 이야기였다.
이 병원은 일요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진료를 보는데
도대체 의사 선생님은 언제 쉬시냐는 물음이었다.
여간 부지런한 분이 아니신가 보다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피검사 결과가 2일 만에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결과를 얘기하시는데
나보다 더 TMI를 좋아하시는 분 같았다. 병원에 내원해서 진료를 받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전화로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셨는데 아무튼 결론은 큰 이상 없으며 빈혈이 있다, 이게 요지였지만
집안 내력이 있지만, 발현이 안 돼서 어떤 병원에서도 주의 깊게 이야기 해주지 않는 부분까지 구체적인 수치로 정말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너무 통화를 오래해서 어색해서 제발 이제는 통화를 그만해주세요 따흐흑.. 싶을 정도로 정확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2n년 인생 동안 가장 꼼꼼하게 진료를 받았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 병원은 친절하고, 진료를 잘 봐서 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나 스티브 아오키와 같이 성실하고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어떡하면 저렇게 부지런하게 살 수 있을까? 아픈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병원에 돌아오는 길에 죽을 사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죽집은 집에서 2km 반경에 있으며,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내가 10개월간 이곳에 살면서 이 횡단보도를 건너본 적이 없단 걸 깨달았다.
세상에….
TMI가 난무해 포스팅의 주제가 모호해졌지만 내가 느꼈던 바는 이것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부지런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플 시간이 없다.
숫자를 분명히 1~7까지 기재했는데 도대체 왜 모두 1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