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대학생 이었던 내가 벌써 스타트업에 입사한 지 일주년이 넘었다.
입사하고 끝날 것 같지 않던 대학생 신분도 끝나고, 현재는 나름 만족하며 첫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생소 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이렇게 1년이나 일하게 되다니. 나름 감회가 새롭다.
우리 회사는 모바일 앱, AT를 서비스하고 있다.
학기 중 현장 실습에 자신 있게 지원하여, 처음으로 마케팅이란 걸 하게 됐다.
처음 현장실습을 지원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 만만했었다.
그래도 경영학과라고 피피티로 기업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거나, 발표도 많이 해봤으니까!
이런 이유로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넘쳤다.
하지만 입사 후 깨달았다.
내가 살고 있던 세상은 정말 좁은 세상이었구나, 하고
입사 첫 날이 아직도 난 생생하다. 23년동안 (그 때는 23살이었다)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것들을 단 하루, 몇 시간만에 너무 많이 접한 날이었다.
그 날 내가 처음 접한 낯선 것들은 대략 이러하다.
우선 사무실.
맨 처음 면접보러 사무실에 왔을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무실이지만, 트렌디하고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아, 스타트업이란 이런 거구나! 라는 환상을 주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왜인지 이런 느낌이 1도 들지 않는다.)
두번째로 업무 툴들.
이제서야 말하지만, 나는 회사 메일 계정 만드는 것부터 어려웠다. 메일조차 어려운 내가, 트렐로나 슬랙을 처음 접했을 땐 얼마나 당황했겠냐고요.
그리고 이상하게 회사 컴퓨터는 또 뭔가 달랐다. 그 때 나는 맥미니를 썼었는데, 나는 그 날 맥미니도 처음봤다. 그래서 전원키는 어딨는지, 한영키는 어딨는지 못 찾아서 헤맸던 기억도 있다.
세번째로 용어.
지금도 개발 용어를 들으면, 못 알아듣는 단어가 많다. 일 년이나 지난 지금도 이런데, 그 땐 오죽했을까. 앱 출시에 대한 개념도 아예 없었으니, 오빠들이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해가 안 됐다.
그 외에도 많았지만, 우선 기억나는 건 이 정도. (쓰면서도 써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시간이 해결해 줬던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할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해야 한다. 고로 아무도 업무 지시를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요.?
내가 입사 초기에 썼던 다이어리를 읽으면 지금도 그 울화가 느껴진다.
그만큼 내가 할 일을 모르겠다는 건 큰 스트레스였다.
나름 일머리 있는 편이라 생각했고, 수많은 알바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입사하자마자 몇 개월간은 나의 세계가 와장창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도 몇 주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찾질 못하자,
회사 직원분이 다른 회사에선 이렇게 한다며 -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후로 저는 페이스북 페이지만 주구장창 운영하게 됩니다.
사실 내 페이스북에 글 올릴줄만 알았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마케팅도 처음이었으니, 우리 앱 페이지 관리임에도 불구하고 '앱'에 대해선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난 그저 다른 페이지에서 효과 좋았던, 시의성 있는 소재를 가지고 아무거나 하루 하나씩 카드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케팅 목표도 없었고, 내가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반응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내 일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반응을 좋게 하기 위해서 핫한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 글을 공유하거나, 내 블로그에 페이지 2차 홍보를 하거나, 친구들에게 페이지 좋아요 눌러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의 현장 실습은 페이지 관리만 하며 끝나갔다.
현장 실습이 끝난다는 건,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가 끝난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그렇게 학기의 마지막 쯤이 되니, 이제 진짜 취준생이구나, 취직은 어떻게 하지 등과 같은 막연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그 때쯤 회사에서 나보고 좀 더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사실 그 땐 ... 날 .........? 왜 .......? 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그 때 내가 일을 못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고, 자신감도 완전 하락해있었다. (훌쩍)
하지만 몇 일 고민하다가, 뭐 어때, 어차피 또 취준해야 하는데, 좀 더 일하고 말지! 라는 생각으로 일을 더하게 됐고 지금까지 1년 넘는 기간을 일하고 있다.
(이렇게 안 좋은 얘기만 적었지만, 사실 자유로워서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
지금 그 때를 돌이켜보면, 그 때 그 고민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나는 일 자체도 처음이고, 이 회사도 처음이고, 이 앱도 처음인데 어려운 게 당연한 거였다.
그렇게 회사에 적응하고 내 업무 방향을 바꾼 게 이제 약 6개월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금은 글의 서두에 적은 것처럼 나는 나름대로 내 일에 만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더라.
앱 회사에서 다이어리를 만들기도 하고, 사무 공간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중국 마케팅을 위해 중국을 갔다 오기도 하고, 중국어를 1도 모르는 (사실 1정도는 안다.) 내가 웨이보 채널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등등 더 무모한 도전이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자유로운 문화 덕에 생각보다 무모하지만 의미있는 도전들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감사한다.
물론 지금도 나는 항상 내가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
그래도 여기 와서 배운 것도 많고, 뿌듯할 때도 많아서 행복하다. (이제 곧 퇴사하는 사람 같네 ㅎ,,,)
그리고 이제, 내가 이 회사에서 했던 일들이 그냥 기억 한 구석에 자리 잡기만 하는 게 싫어서 스팀잇에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이라 헤맸던 것들, 검색해도 안 나왔던 것들을 나같은 꼬꼬마 마케터들이 많이 보고, 공감했으면 좋겠다.
많은 대단한 마케터분들의 글들을 보며, 나도 언젠간 이런 글들을 써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여전히 많은 실수를 하는 내가 이렇게 글을 시작하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후에는 정말로 내가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맙소사! 정말멋있어요!+_+
저도 스타트업 회사에서 조금(아주조금)근무를 해봤엇는데..
쉽지않더라구요..ㅠㅠ정말 일을찾아서 해야한다는 말에 아주 공감했어요..
틀이 짜여져있지 않다보니 자율적으로 일을 찾아서 많이 잘(?)해야 하는 부분들이 만만치않더라구요..
잘보고가요! 업무관련 이야기라던지, 또 좋은 포스팅 기대할게요!~+_+
헛 !!!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닷. _ 헤헤
저두 항상 좋은 포스팅 잘보고 있어요 :)
열일합시다..... ㅠ,ㅠ!
열일 하다보면 좋을 날이 분명 올거에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