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시대에서 석유의 시대까지
제2의 석유, 리튬의 최대 산지로 주목받고 있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이미 은의 산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16세기부터 스페인은 이곳에서 은을 채굴하여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나라였고, 중국과 아시아의 명품을 사들이기 위해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은 열심히 은을 가져다 바쳐야 했습니다. 덕분에 은 공급이 풍성해진 중국은 '은본위제'를 확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대륙에서 풍부하게 공급되는 은이 유럽의 실질적인 기축통화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포토시의 리코산으로 상징되는 볼리비아의 은은
스페인 왕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볼리비아 포토시의 리코산은 산 자체가 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국왕은 리코산을 성모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영국은 중국의 명품을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할 은의 규모가 감당이 되지 않자, 아편을 팔아서 도로 은을 가져와야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덕분에 청나라가 몰락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스페인의 국력이 쇠퇴하고, 19세기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의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은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됨은 물론 채굴량이 점점 감소하자, 은본위제는 위상을 위협받게 됩니다. 특히 스페인에 이어 해가지지 않는 제국의 위치에 오른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호주와 미국의 서부에서 금광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기축통화를 '은본위제'에서 '금본위제'로 변경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금본위제'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 뒤의 역사는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것처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피폐해진 유럽이 자신들의 금을 미국에 담보로 넘겨주게 되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금본위제의 통화 패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그러다 냉전과 베트남전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금을 담보로 통화를 발행할 수 없게 되자, '금본위제'를 포기하게 되고 이 자리를 대신 석유가 차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실상 달러의 패권을 석유가 담보하고 있는 '석유본위제'의 시대라 볼 수 있습니다.
3차원 화폐의 본질
화폐라는 것이 본래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기 위한 약속의 증표인데, 그것이 물건을 담보로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사기이고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세계는 그동안 그 '본위'의 자리에 은과 금을 번갈아 사용하며 가치를 보증해 왔고 이 시대에는 석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실물로서의 무엇이 담보가 되어서 화폐의 가치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무엇의 가치를 담보로, 종이쪼가리, 동전쪼가리가 가치를 가지게 되는 현상 말이죠. (매우 3차원적인) 결국 실물을 지배하고 있는 누군가가 권력을 가지게 되고, 그 실물에 대한 지배는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겁니다. 힘센 놈이 다 가지고 지 맘대로 좌지우지하는 약육강식의 자연 논리 말이죠. 그러므로 실물본위제에서 전쟁은 필연입니다. 본위의 지위가 또는 대상이 변화할 때마다 전쟁이 일어나고 패권자는 자리바꿈을 하게 됩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사회의 필수 매커니즘이지만 평등과 인권을 소중한 가치로 확립해 가고 있는 현대 인류에게는 반문명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이를 극복해 보려는 많은 시도를 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그렇고 이에 영향을 받은 복지국가의 시도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물을 기반으로 교환이 일어나는 화폐제도하에서는 어떠한 시도든 눈 가리고 아웅이 되고 맙니다. 100명이 동의했어도 힘센 한 놈이 총 칼 들고 위협하면 곧 질서가 되는 시스템이니까요. 본위를 쥐고 있는 놈이 고개를 흔들면 모두의 합의가 한방에 무가치해지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러나 인류는 진화의 다음 국면으로 무형의 가치를 본위로 하는 시스템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아, 이것은 4차원..) 그것이 의식의 상승이든, 신문명으로의 전환이든, 먹고사는 것에만 목을 매는 동물적 의식의 수준의 삶을 넘어, 정신적 가치와 말 그대로 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호모 종으로의 진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무형의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산업은 대표적으로 무엇입니까? 콘텐츠 산업일 겁니다. 그것은..
일단 사고 보는 산업
금, 은, 석유 본위제는 실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의 닭과 너의 소를 바꾸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에는 일단 실물이 존재합니다. 그것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것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그러므로 그것에는 신뢰라는 매커니즘이 작동할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뭐 거래를 했으니 물건을 제때에 건네주면 되는 일이지요. 물건의 가치는 사기 전에 살펴보면 아는 것이구요. 물론 반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은 매우 특이합니다. 어떤 상품을 경험해 보기도 전에 그 가치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영화가 재미있는지 어떤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영화표를 사야 하는 겁니다. 세상의 누구도 책을 읽은 다음에 책값을 지불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책을 구매하는 소수의 행동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그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작가의 명성이나 제작자의 실력, 또는 마케팅 등이 작동하고, 그것은 어쨌든 그 상품의 가치를 경험하기 이전에 대금의 지불이 먼저 이루어지는 희한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물을 본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성을 본위로 하는 것이지요. 특이하지 않습니까? 영화 보고 재미없다고 물러달라는 일은 왜 벌어지지 않고 상식이 되었을까요?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모든 작품이 명작이 아닐 텐데, 우리는 왜 일단 먼저 돈을 지불하고 보는 걸까요? 생각보다 재미가 없으니, 퀄리티가 떨어지니 반품해 달라는 요구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이것이 콘텐츠 산업의 본질입니다. 명성에 의한 가치지불. 그리고 그 명성은 그 생산자의 팬덤, 커뮤니티로부터 기인하게 됩니다. 그러니 콘텐츠 산업은 결국 커뮤니티 산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은 커뮤니티로부터 나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인 것입니다. '모든 가치는 커뮤니티로부터 나온다', 고로 콘텐츠를 구매하는 모든 소비자는 콘텐츠의 국민이고, 그것을 구매한 모두는 신분과 성별,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평등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백 장을 구매한 사람이나 한 장을 구매한 사람이나 커뮤니티 내에서의 영향력은 같습니다. 오히려 영향력은 리뷰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로 말입니다. 말 그대로 진정한 공화제는 바로 이 콘텐츠 산업에서야 구현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는 그러한 무형의 콘텐츠가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비로소 인류 평등의 세계에 다가서고 있는 것입니다.
자, 금본위제는 금을 담보로, 은본위제는 은을 담보로 그리고 지금의 달러는 석유를 담보로 패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산유국들의 이해관계가 변화하면서 석유를 담보로 한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고, 새로운 통화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위안화의 금본위제 도입을 위해 금을 엄청나게 사들이자, 일설에 의하면 미국은 은밀하게 은을 사 모으고 있다고 하는군요. 은본위제를 준비하나 봅니다. 어쨌든 그게 금이든, 은이든, 석유든, 실물가치를 담보로 하는 세계는 인류가 아무리 인격과 인권을 논해도 총칼을 앞세운 약육강식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진화하고 있는 인류에게 새롭게 도래하고 있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세계이며 그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무형의 세계인 것입니다. 새로운 산업은 그 가상의 세계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고 있고, 그 산업은 이전의 실물 산업이 만들어 내지 못한, 아니 그의 수십 배, 수천 배를 능가하는 무한한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생산물은 무엇입니까? 페이스북의 상품은 무엇입니까?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유튜브는 어떤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에어비앤비는 얼마나 많은 호텔과 객실을 건축했습니까?
새로운 산업은 기존의 오프라인 산업을 모두 가상의 세계로 가져오고 있고, 앞으로의 인류는 더욱더 많은 가상의 상품들을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는 영양주사를 맞으며 하루 종일 가상현실의 세계에 살게 될 거라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예측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기도 합니다. (이미 동네 PC방에는 그런 미래 인류들이 죽치고 있지만 말입니다.)
이 가상의 현실에서 상품은 물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저 게임 아이템에 불과한 것들에 우리는 많은 가치를 지불하게 되는 겁니다. 금과 은, 석유를 말이죠. 그리고 인간의 거래가 닭과 소의 거래를 넘어 아이템과 아이템의 거래, 영화와 음악의 거래, 콘텐츠와 콘텐츠로 확대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지불가치는 실물을 담보로만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와 엔리오모리꼬네의 음악을 교환하는 데 굳이 금과 은, 석유를 담보로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이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엔리오모리꼬네의 음악이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가치를 지불하고 볼만한 영화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교환행위의 담보가치를 내가 가지고 있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과 엔리오모리꼬네의 작품의 가치는 그들의 팬덤의 규모가 결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퀄리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내 집을 빌려준 대가로 남의 집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에어비앤비), 내 차를 내어준 대가로 남의 차를 탈 수 있는 시스템(우버) 등등) 그리고 인류의 진화와 존엄을 위해 우리는 더욱더 그 세계로 진입해 들어가야 합니다. 이 세계에서 국민은 쪽수가 많은들 총칼로 위협하면 한 줌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진정한 공화제의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1인 1표가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OO본위?
자, 그러면 암호화폐는 어떻습니까? 금본위제, 은본위제, 석유본위제를 기반으로 하는 화폐 시스템에서처럼 이 암호화폐의 시스템은 무엇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합니까? 무엇의 가치를 담보로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겁니까? 무엇을 본위로 하고 있느냔 말입니다. 이게 분명치 않은 암호화폐.. 그래서 사기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달러가 이미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미국 맘대로 통화를 찍어내고 있지만, 적어도 석유 패권을 달러가 쥐고 있는 동안은 석유를 본위로 달러의 패권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실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새로운 시대의 화폐가 될 거라는 핑크빛 전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 암호화폐는 무엇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까? 그것은 그래서 콘텐츠 산업의 분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물을 담보로 하지 않기에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바로 콘텐츠와 그를 소비하는 커뮤니티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 BTS가 코인을 발행한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의 팬들이 자신들이 가지거나 만든 상품을 BTS코인으로 거래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BTS의 신뢰도와 명성을 담보로 코인이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 커뮤니티의 규모와 BTS가 보여주는 신뢰도에 따라 그 코인이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해체되거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허접하다면 명성과 신뢰 모두 무너지게 되고, 그것을 사용하는 커뮤니티 전체에 손해를 끼치게 되고 말 겁니다. 신뢰도는 결국 지속성으로 증명되는 것입니다.
요즘 스팀엔진을 통해 코인을 발행하는 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실험 단계이고 흥미로 접근되고 있지만, 이미 누구나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그 가치는 결국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의 신뢰도와 명성에 따라 보장되며, 그 코인을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규모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시스템의 핵심은 신뢰증명이고 명성도와 커뮤니티가 그 가치의 보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거래의 핵심은 상품의 가치일 것입니다. 인기와 친분이 어떤 거래를 촉발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상품의 가치를 지속시켜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싸이와 BTS의 코인이 발행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코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상품의 가치를 지속시켜주는 것은 퀄리티와 지속성입니다. 그것이 상품 자체의 경험이든, AS의 만족도이든, 공정무역처럼 상품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소비이든, 무언가 지속적인 퀄리티로서의 상품 공급이 있어야 하고 결국 견고한 커뮤니티를 가진 명품으로써의 거래가치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성패는 그 부분에 달려 있습니다. 초기 암호화폐 시스템의 도입에서 친목을 중심으로 하는 SNS 플랫폼이냐, 퀄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냐에 대한 논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암호화폐의 보릿고개, 암흑기를 거쳐오며 그 한계를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친목하던 이들은 스팀잇을 지켰습니까? 퀄리티를 말하는 작가들은 스팀잇을 지켰습니까? 가치 중심의 커뮤니티 없이 친목으로 보팅하는 집단은 마피아와 무엇이 다를까요? 콘텐츠의 퀄리티와 큐레이션을 강조하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으로 그것을 증명했습니까? 암호화폐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자신의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스팀잇을 방문하는 팬덤을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가격의 하락과 함께 블로그로, 브런치로, 여타 플랫폼으로 돌아간 님들은 얼마나 팬덤을 움직이고 다니십니까? 거기는 0.001보팅이라도 주던가요?
결국 암호화폐는 팬덤, 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고, 그 커뮤니티에게는 퀄리티 있는 콘텐츠나 공유하고 싶은 가치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저 가격의 등락에 따라 돈만 벌겠다고 덤벼들면 사기, 도박 시스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러라고 둡시다. 어디나 암표 장사는 있게 마련이고, 암표 장사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있을지언정 암표 장사가 퀄리티를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암표 장사들은 뜨내기들처럼 이리저리 돈따라 왔다갔다 할 뿐이고, 암표 장사들이 지지한다고 조용팔이 조용필 되는 건 아니니까요.)
돌아와도 괜찮아
스팀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저가일 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안 보이던 계정들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는 게 눈에 띄게 보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약육강식의 통화 패권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금과 은, 석유를 쥔 자들의 노예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인류 최초로 금과 은, 석유를 벗어난 새로운 화폐 시스템, 통화 패권을 쥘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은과 주석, 지금은 리튬, 심지어 한때는 석유까지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남미 최빈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열강들에게 수탈만 당해온 볼리비아인들의 수난사에 비하면, 지금의 환경은 어떠한 개인이든, 힘이 아닌 자신만의 퀄리티로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매우 평등한 시스템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학력과 배경이 아니면 승부를 볼 수 없는 현실 세계에서 가수 오디션에 몇백만이 몰리는 현상과 같은 것입니다. 바늘구멍 같아도 그곳에서는 실력으로만 승부를 겨뤄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덕분에 그 산업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대표 산업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대기업이, 강대국이라고 어쩌지 못하는 유일한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런 황금기에 어리버리하게 굴다가, 이 환상적인 시스템을 기계들에게, 인공지능에게, 헌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먼저 기준을 세우고 표준을 정리하며 질서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구글이, 페이스북이 우리의 모든 무형의 가치마저 홀라당 해 버리고 말 겁니다. 유튜브는 그 스타들이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그 플랫폼이 뭘 했다고 그 부가가치를 다 가져갑니까?
비록 탈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금과 은, 석유를 본위로 하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담보로 하는 시스템에서 비로소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힘과 완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연대가 힘이 되는 진정한 공화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깨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힘과 권력에 근거하지 않은 보상, 정당한 가치의 지불은 어떠한 매커니즘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로, 그리고 서로의 팬이 되어줌으로써 그 시대를 앞당길 수 있고 보호할 수 있습니다.
도망가지 마십시오. 귀찮아도 쓰십시오.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수호할 수 있습니다. 시세는 제로에 수렴해도 쪽수만 많다면, 가치 중심의 커뮤니티를 이룰 수만 있다면, 도시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국가를 설립할 수도 있습니다. 너도 존엄한 인간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BTS의 나라 대한민국은, 은본위제 시대의 중국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곧 몰려옵니다. 한류의 팬덤들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전 세계의 미래인류들이, kr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 위해, 문화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신들의 화폐를 들고 달려옵니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뭐라도 하십시오.
읽기라도 하십시오.
우리 편 아니어도 좋으니,
같은 커뮤니티 아니어도 좋으니,
욕이라도 하고 다운보팅이라도 합시다.
쓰기라도 하고 읽기라도 합시다.
도대체 그 좋던 시절 뭐뭐 한다던 인간들,
어디서 다 뭐 합니까?
OOOOO, XXX, ???, @@@@@
코빼기 좀 봅시다!
민망해도 나타납시다.
시세 올랐으니,
쪽팔려도 얼굴 좀 디밉시다!
현찰채굴은 뭐 쉽답니까!
에라이~
휘리릭~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
와우! 대단한 글입니다
적지만 풀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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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글 잘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