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반이후 안보 및 주요 현안문제에 대한 평가를 해왔다. 현직에서 익혔던 나름의 능력이 안보 및 각종 정치현안 문제에 대한 평가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와 조국문제 이후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상황판단과 평가는 거의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김종인 문제는 틀렸다. 이 전번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영입을 한다고 할 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제 그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김종인의 발언을 보고 머리를 뒤통수로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시대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안에 대한 평가를 했지만 김종인데 대한 평가는 틀렸다.
김종인의 등장으로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사망신고를 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쇼킹한 것은 김종인이 미래통합당의 정치적 계급의 성격이 완전하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통합당 선거지휘의 사령탑을 맡자 말자 바로 코로나19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100조를 이야기 했다. 문제는 문재인의 100조와 김종인의 100조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100조는 기업에 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의 100조는 기업보다는 중소상인과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같은 100조이지만 김종인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가 평소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온 것으로 보아 이런 정책을 하겠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문재인의 100조는 자신을 지지했던 서민층보다는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침 폴 그루그만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좀비와 같은 행위와 같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32921185410417
정권과 정당의 계급적 성향은 정책과 예산으로 나타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면 서민정당이자 진보정당이다. 기득권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면 기득권 정당이자 보수정당이다.
김종인과 문재인이 내건 100조는 미래통합당을 서민정당,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으로 지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00조를 중소상인과 임금을 위해 쓰겠다는 말 한마디로 미래통합당이 갑자기 기득권 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그런 시늉이라도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제대로된 진보정당이 없는 우리나라에 그 껍데기는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면 그것으로 감지덕지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위기상황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역대 어떤 정권보다 기득권을 옹호하고 있는 정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종인은 이와 함께 올해 국가예산의 재편성을 주장했다. 100조를 추가로 편성해서 적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예산을 재편성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자재정을 감수하려고 하는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유감스럽게도 능력에서도 김종인이 한 수 앞선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폭넓은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김종인을 축출했다. 지금보면 그것이 치명적 실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정도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옆에 두면서 모시고 있는것이 현명하다. 왜 그런 사람을 내쳐서 앙심을 품게 했을까? 친문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해먹으려는데 방해라고 생각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여기저기 왔다 갔다하는 김종인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아직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과 그의 능력은 다른 것이다. 그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관록과 경험은 그냥 무시해서 안된다는 것을 김종인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당히 고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