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eption, 그림으로 읽기
안녕하세요~ Bonesgirl입니다:)
얼마 전에 요즘 서울시의 대여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있다고 글을 올렸었어요.
그런데 한창 날도 좋지 않은데다가 한달권이 기간이 끝나서요..
다시 끊자니 이제는 한창 날이 더 뜨겁고 더워질텐데 과연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 해서 망설이고 있답니다. 저녁에만 타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고민입니다.
이제 주변 대학생들도 방학을 하고, 제가 백수 생활을 한 지도 두 달 째가 다 되어가요. 이렇게 영화나 책 리뷰도 하고 근황을 전하는 것은 너무 즐겁지만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지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좀 더 제 여유를 만끽하고싶군요!
오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Inception'에 대한 생각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스토리, 연기, 영상미, 음악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밸런스가 맞는, 영화 매체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그 매력을 극대화해낸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서요. 특히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Inception (2010)
A thief, who steals corporate secrets through use of dream-sharing technology, is given the inverse task of planting an idea into the mind of a CEO.
Director: Christopher Nolan
Writer: Christopher Nolan
Stars: Leonardo DiCaprio, Joseph Gordon-Levitt, Ellen Page, Tom Hardy, Ken Watanabe, Dileep Rao, Cillian Murphy, Tom Berenger, Marion Cotillard
인상적이었던 관람체험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학창시절이었습니다. 놀란 감독의 인지도가 높아서였는지, 주말 저녁시간이라 그랬는지는 어땠는지 몰라도 상영관은 꽉 차있었습니다. 당시에 국내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저는 맨 앞줄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맨 앞줄이라 불편한 자세를 걱정하고 고개를 의식하는 것은 영화가 시작되자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 것 따위, 생각날 겨를도 없었죠. 사실 그 때 친하지도 않았던 지방 친구 둘과 같이 보러 간 것이었는데 그 친구들의 존재자체도 금방 잊어버렸어요. 그 친구들이 생각난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을 때였어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많이 보았지만, 그렇게 일관된 집단 체험은 굉장히 생소하고 재밌어서 킥킥대다가 그때서야 옆에 있는 친구들이 생각이 났어요. 여운도 참 많이 남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의견을 많이 나눠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그 친구들이랑은 정말 낯을 가릴 때라. 영화에 대해서 그리 진지하게 얘기해보지 못했어요. 사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동시에 떠올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꿈을 소재로 한 영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을 정말 많이 꿨어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기도 하고, 이야기의 진행이 있는 것처럼 연결된 꿈을 꾸기도 하고. 종종 꿈속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했어요. 학창시절이니 생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소설 창작을 할 때에도 저는 스스로 어떤 틀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뭔가 생각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고 창의적이지 못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함이라고 할까요. 소설 창작을 하려고 해도 떠오르는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이고... 영화나 책을 통한 간접체험을 하는데도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스스로 의식하며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으로 꾸는 꿈은 항상 제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고삐를 풀고 체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어떻게 보면 편한 방법으로, 소설 창작에서도 꿈에서 본 것을 쓰거나 꿈 이야기를 하거나 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독창적인 것을 꾸며내지 못하는 제게 있어서는 그게 손쉬운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던 중 이 ‘Inception’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꿈’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저도 시도했던 것이지만, 나온 작품은 하늘과 땅차이보다 훨씬 멀었어요. ‘꿈’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어느 정도 도피이자 마른 창의력을 대신하는 것에 가까웠는데 이 영화는 그 ‘꿈’을 가지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매체 자체의 격을 높여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요. 너무 훌륭한 이야기이자 너무 훌륭한 ‘영화’였어요. 분석을 하기보다는, 사실 한 명의 관객으로, 아주 즐겁게 영화를 봤어요.
에셔의 그림과 꿈을 다룬 인셉션
이 영화 안에 많은 상징들이 차용되었다는 것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이미 신문기사로 접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어요. 극장에서 본 이후에도 여러 번 영화를 보면서 어떠한 상징들이 영화 안에 들어있는지 찾아보고 했었죠. 정말 면밀하게 보면 볼수록 많은 상징들이 있었는데, 저는 그보다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눈에 띄었던 이미지가 너무 재미있었기에 그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주인공 ‘코브’가 꿈을 설계할 사람으로 ‘아리아드네’를 섭외하면서 보여주는 꿈속의 모습을 소개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파리의 어느 카페에 노천 좌석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는 그들, 그게 현실이 아닌 꿈임을 아리아드네에게 알려주며 아리아드네가 그 변형되는 꿈의 메커니즘을 깨달아가는 장면인데요, 상상력이 풍부한 아리아드네의 의식에 따라 거리가 90도로 접히고 맞거울 속에 연속되는 이미지로 길을 만들어내고, 계단을 만들어냅니다. 꿈 속이기에 가능한 초현실적인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특별히 거리가 90도로 접히고, 벽이었던 길을 다시 바닥처럼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에셔’라는 화가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이 그림이 떠올랐어요. 이 그림은 에셔의 1953년 작품으로 판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이다. 건축과 장식 디자인 학교에 다니면서 판화 제작의 기술을 배웠고,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을 다니며 작품 활동을 했다. 초기 작품은 주로 풍경을 다루고 있으나 1936년 무렵부터는 패턴과 공간의 환영을 반복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슬람인의 모자이크에 영감을 받았으며 단순한 기하학적 무늬에서 수학적 변환을 이용한 창조적 형태의 테셀레이션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위키백과)
제가 이 그림을 본 것은 어렸을 때 봤던 미술관련 책에서였는데, 이 그림을 비롯하여 에셔의 그림 속의 세계관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었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거리가 꺾이는 장면을 보니 단번에 에셔의 그림이 떠오르더라고요. 현실적이지만 교묘하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그림. 그림이기에 가능한 현실이 에셔의 작품에서 드러나는데, 그 이미지와 너무 흡사했거든요. 놀란 감독이 그 초현실적 이미지에 (에셔는 미술 사조 상 초현실주의 화가에 포함되지는 않기는 하지만요) 영향을 받은 건가? 하고 잠깐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들이 꿈의 여러 단계로 들어가서 활약하는 도중 호텔을 배경으로 한 꿈의 단계에서 ‘아서’가 아리아드네에게 꿈의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펜로즈의 계단’을 만드는 장면을 보고는 감독이 영향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미지를 전면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scending & Descending>,1960
바로 이 장면과 에셔의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라는 작품인데요, 이 역설적인, 2차원 안에서만 가능한 공간을 고안한 것은 ‘펜로즈’ 부자이지만 아마 이 에셔의 그림이 유명할 것입니다. 저도 보자마자 에셔의 저 그림이 떠올랐고요. 영화 안에서도 불가능한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미 지나친, 서류종이를 떨어트리는 인물과 다시 마주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화가와 그림들이었는데, 영화 안에서 발견하니 더 재밌고 반가웠습니다. ‘꿈’과 그 안의 초현실적인 모습, 역설을 표현하는데 알맞은 장치였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발견했던 것은 이 정도였는데, 아마 지금 영화를 더 꼼꼼하게 본다면 더 많이 발견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염두에 두고 만든 장면은 아닌 것 같지만, 아리아드네가 거울을 마주보게 하여 긴 통로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인상 깊었는데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도 살짝 떠올랐습니다.
<Not to be reproduced >,1937
생각해보니 마그리트의 작품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의 사진도 그렇지만 주인공들의 타켓인 ‘피셔’의 꿈 속 첫 단계에서 도로로 기차가 밀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도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마그리트의 그림도 떠오르네요. 그림의 의미와 영화상에서 이미지가 상징하는 바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여담인데요,
에셔의 작품 이름 때문에 검색을 해보았다가, 곧 우리나라에서 에셔 전시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가서 봐보고 싶네요.
세종문화회관 옆 미술관에서 하는 것 같은데,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가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링크 : 그림의 마술사 : 에셔
이미지출처 : IMDB
https://www.wikiart.org/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아마 다음으로는 여행 후기를 겸한, 미술관과 그림 후기를 올려볼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사실 인셉션 못 봤는 데^^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영화를 평소에 좋아하신다면 인셉션도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팔로우 감사드려요!!^^
정성이 장난 아닌 포스팅이네요!
저도 영화관에서 일관된 경험 한 번 했었죠.
영화 : 내 이름은 코난,
관객들 : 탐정이죠!
이미지를 많이 찾아서 올린 보람이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상황을 상상하니 너무 재밌네요ㅋㅋㅋ 저도 아마 코난을 봤으면 그렇게 외쳤을 것 같아요!!
좋은영화구 좋은글입니다 좋아여
넹 저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셔 전시회 꼭 가보고 싶군요. 문화 예술 포스팅 언제나 환영입니다. 팔로우&업보트했어요 🐣
네!! 저도 꼭 가보려고해요~ 마침 타이밍이 딱 좋네요! 문화예술 관련 포스팅이라면 저도 좋아요! 저도 많이 부지런히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당! 감사드려요~^^
@bones2227
저는 인셉션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그림을 통한 접근도 매력적이네요!
본문을 읽고 에셔라는 분의 그림을 찾아봤는데, 굉장히 독특하고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작품들이 많네요.
잘 읽고 갑니다!
본문을 읽다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제가 캡쳐한 사진에 보시면 옆으로 스크롤이 생기게 하셨는데, 어떻게 하신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아 답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 저도 사실은 QUIP에서 작성을 하기 때문에 잘은 모르는데요~ 마크다운 문법으로 하는거예요!! 마침 소개글이 있어 링크 걸어두겠습니다!!
https://steemit.com/steemkr-guide/@isaaclab/steemkr-quick-start-guide-markdown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설명해드리는 것보다요...)
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셨는지 정말 궁금해요!! 사실 해석할 여지가 아주 많은 작품이죠! 제 글을 읽고 그림을 찾아보셨다니 괜히 막 뿌듯하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 링크를 남겨드릴게요.
인셉션의 결말이 의미하는 것
혹시 시간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