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내용이 나옵니다.
이수 아트나인에서 영화 '패터슨'을 봤다. 작가주의 감독 짐 자무쉬의 2016년 작이다.
뉴저지의 도시 패터슨에 사는 남자 '패터슨'의 일상은 단조롭고 반복적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시리얼을 먹고 옷을 입고 버스기사 일을 하고 돌아와 술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영화는 패터슨의 어느 월요일부터 그 다음 월요일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반복은 영화의 중요한 주제다. 일상은 반복되고, 사람도 반복된다. 형태적으로는 우연히 마주치는 쌍둥이들을 통해 드러난다. (쌍둥이는 여자친구 로라의 꿈에서 처음 등장한다. 꿈의 소재가 재현되면서 영화 초반부는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가 기르는 개의 초상화도 두 개가 걸려 있다. 반복과 숫자 2라는 주제는, 로라의 패턴 디자인에서도 나타난다.
패터슨은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달라지는 것들도 있다. 그가 취미로 쓰는 시는 한줄 한줄 나아간다. 그의 여자친구는 변덕스러워서 날마다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일상에서 겪는 위기도 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그에게 통화가 필요한 긴급한 일이 생기고, 단골 술집에서는 치정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평온함 속에서의 이러한 변주는 잔잔한 재미를 준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조롭지는 않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그가 기르는 개로 인해 벌어진다. 그가 외출한 사이에 그의 시를 모아놓은 비밀노트를 개가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 패터슨은 충격 속에 멍한 표정이 되어 산책을 나선다. 벤치에 앉아 허망하게 경치를 바라보던 중, 일본인 시인이 옆에 앉는다. 시에 관해 짤막한 대화를 나누고, 일본인 시인이 빈 노트를 패터슨에게 선물하고 떠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 잔잔한 영화. 상업 영화를 기대한다면 아주 지루한.
- 남자 배우 애덤드라이브의 담담한 표정과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였다.
- 요일별로 장면이 나뉘지만, 이야기는 분절되지 않고 연속된다. 쌍둥이는 로라의 꿈에서부터 현실로, Water Fall은 소녀의 시에서 벽에 걸린 액자로.
- 두 명의 주인공은 입체적이다. 로라의 말에 언제나 오케이를 말하는 패터슨은 소심해보이지만 술집에서 난동 부리는 남자를 단번에 때려눕힐정도로 적극적인 면도 있다. 로라는 변덕스럽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컵케익 장사에 성공한다. 이러한 성격은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소소한 변주의 일환으로 살짝 비춰진다.
- 감독이 장면을 하나씩 던지면서 '평론 해봐라'하고 요구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쁘게 말하면 평론가를 위한 영화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