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가정을 두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불륜이라 부른다. 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겠다는데 막아설 이유는 없다만, 가정이 있다는 것은 이미 사랑하는 혹은 적어도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써내려간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 따라서 그 사랑은 상처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영화 <미성년>의 주요 사건 역시 불륜이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리와 윤아, 두 사람은 우연히 자신의 아빠,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아이가 생겼다는 것!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주리와 달리 엄마와 둘이서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윤아. 상이한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은 사건을 마주하는 태도에서도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이 사건를 해결하는 것!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얽힐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미성년>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아직은 미성년인 고등학생들이 어른들의 문제에 개입하게 되며 나름의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리와 윤아의 숨은 면모를 살펴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모범생 주리의 강단있는 모습과 반항아 윤아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미성년자라는 수식어가 가리고 있었던 그들의 주체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선택을 할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며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은 어른들인데 그 일을 수습하는 사람은 아이들이라는 것이 본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만일 내가 주리였다면, 윤아였다면 상상해보았다. 그들처럼 대차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울기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속상하고 속상해서 아빠 탓 엄마 탓을 하며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 찾아왔는지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고 결과가 생겼으니 우리는 그 결과를 벗어날 수 없다는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겸허히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켜내기 위해 애쓸 수 있었을까? 모른 척, 남 탓을 해도 전혀 문제될 일 없는 아이들이 직접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드는 모습은 짠했지만, 멋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시험을 빼먹고 학교를 나서는 두 사람에게 선생님이 말한다.
"너희, 나중에 큰 일 나!"
그러자 주리가 하는 말.
"거짓말"
생각해보면, 어른들의 말은 타당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자신들의 편의성을 위해 아이들을 가두고 겁주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 말하는 주리의 한 마디에 내 속이 다 시원해졌다. 영화 <미성년>의 '미성년'은 사실은 이 사회의 무책임한 어른들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 하면서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들을 과연 어른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인지, 곰곰 생각하게 된 영화였다.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571632
- Critic: AA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명절에 티비에서 방영하여 재밌게 봤습니다. 어른들이 더 미성숙하더군요. 마지막 장면이 좀 섬뜩하긴 했지만요.
위 중간에 쓰신 글이 중복되었네요. ㅎㅎ
엇!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ㅠ!
맞아요...잊을 수 없는 마지막...! 하지만 전 뭔가 애잔하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