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렌디피티 (Serendipity, 2001)

in #movie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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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상대는 과연 존재할까?
어쩌면 너무나도 유치한 상상일지 모르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새끼손가락의 붉은 실을 믿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의 운명의 상대와 새끼손까락에 감긴 붉은 실로 이어져있다는 중국의 설화.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 때부터 나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나단과 사라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첫 눈에 서로에게서 뭔가 특별한 운명을 느낀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각자 애인이 있는 몸이었고, 그 날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결혼을 앞둔 두 사람. 결혼 일자가 다가올수록 행복하기는 커녕 자꾸만 서로가 그리워진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서로를 찾아 다니는 두 사람.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진정 운명의 상대였던 것일까?


영화 <세렌디피티>는 운명을 믿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봤을 사랑을 그리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스친 사람에게 찌릿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 그런 운명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더불어 연말, 그것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느 누가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결혼을 앞두고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두 사람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자 이러한 일탈을 시도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꽤 시간이 지난 영화인지라, 영상이 빈티지한 색감으로 물들어있었다. 빈티지한 영상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는 영화 <세렌디피티>의 주제와 잘 어우러지는 감정인지라,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오히려 요즘의 로맨스 영화들도 이러한 색감으로 촬영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 더 주제 표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구조가 명료한 편이라, 살짝 슴슴한 느낌이 들지만 가끔은 이런 단순한 플롯 구조의 영화가 땡길 때도 있는 법! 이상하게 연말에는 이러한 마냥 예쁜, 영화같은 이야기들이 보고 싶어진다. 이 맘 때면,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추워지기 마련이라, 나도 모르게 따뜻한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그 마음에 불을 지핀 영화 <세렌디피티>. 아직까지는 새끼손까락의 붉은 실을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에게도 언젠간 이런 운명같은 사랑이 찾아오리라, 다시 한 번 꿈꿔보게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