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환절기(2018): 담백함을 담은 퀴어물

in #moviereview7 years ago (edited)

마음은 계절 만큼이나 느리면서도 요란 스럽게 변한다.
계절이 언제나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를 찾아 오듯,
혼란스러운 마음도 천천히 제곳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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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 수현(지윤호)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미경(배종옥). 그녀는 수현의 가장 친한 친구인 용준(이원근)을 마치 친아들처럼 대한다. 몇년 후, 군에서 제대한 수현과 용준은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미경은 식물인간이 된 수현과 다르게 멀쩡히 살아 있는 용준의 모습이 원망스러워 그에게 모질게 군다. 그녀는 미뤄두었던 남편과의 이혼을 마무리 하고, 용준도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수현을 데리고 훌쩍 떠나 버린다. 하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용준이 찾아 오면서 그들의 또다른 이야기는 시작된다.

괜찮다고 말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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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는 퀴어 멜로물이다. 하지만, 미경의 시각에서 영화가 전개 되고 연애 중심이 아닌 가족애 중심이다. 이로 인해 철저히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동성애를 바라보게 되며,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인상을 일체 주지 않는다. 미경과 용준은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에 대한 표현을 철저히 억제 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들은 수현이 중태에 빠져 식물 인간된 순간에도 펑펑 울지 못하고 슬픔을 속으로 삯인다. 의연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괜찮은 척 묵묵히, 현실을 견뎌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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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았던 불행도, 마치 원래부터 있지 않았던 일처럼 훌쩍 떠나 버렸다. 요란스러웠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모두 걷히고 각자의 삶은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다. 미경은 운전 면허 시험에 통과 하였고, 용준도 예전처럼 자신의 생활을 하며, 수현의 건강도 회복 되었다. 그러나, 모두게 한데 모인 술에 취한 밤, 사실 그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금방이라도 사그라져 버릴 낙엽처럼 조금의 술로도 모두의 감정은 위태롭다. 수현의 건강이 회복 되었다고 해서 미경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예전 관계만 같지 않은 용준과 수현. 용준은 "왜 너만 멀쩡한 것 같냐"라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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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절기>의 마지막 장면에 애틋함이 서려 있다. 가장 괜찮은 것 같은 수현은 미경과 용준 사이에 누워 서로를 바라본다. 자신만 바라보는 엄마에게 미안 했던 것일까? 그는 미경 쪽으로 몸을 돌려 한동안 그녀를 살펴 보지만, 용준은 바라만 볼 뿐 그의 쪽을 향하진 않는다. 가족이자 연인 같은 세 사람의 미래가 정말 괜찮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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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이원근, 역시 좋아할 만한 배우다. 그윽한 눈빛과 또렷하면서 무거운 말투는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T2. 따뜻하면서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차가운 영화다. 먹먹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T3. 좋을 때 좋은 사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어찌보면 미경은 야속하고 이기적인 캐릭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