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면서 여러 관계들 사이를 넘나들다가 문득 5년, 3년 후 아니 1년 후 이 중 몇 명이나 나에게 남아있는 관계들일까 궁금해진다. 핸드폰을 열어 주소록을 뒤지면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번호들이 쌓여있다. 그렇다고 과감히 지우는 용기는 없다. 몇 명 지우자면... 아이 셔틀버스 아저씨, 없어진 세탁소, 016으로 시작하는 번호들... 정도다.
어려서부터 소수의 친구들과만 가깝게 지내는 편이라 친구의 숫자에 별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일하는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따라 일 친구들도 물갈이가 된다. 인생 친구들로는 대학 동아리 친구들 10명 남짓이 다다. 평생 친구로는 아마 가족이 해당되지 싶다. 그 중 남편은 가장 중요한 평생 친구이다.
좋은 친구가 되는 위해서는 진솔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일 친구들과는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게 한계가 있더라. 내 속상한 이야기들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서 돌아오지 않을까, 나를 약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인생 친구들과는 어느 정도 이야기들을 허물없이 나눌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는 오히려 진솔하게 속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왜 일까?
부부만 해도 아내와 남편으로, 아이의 부모로, 부모의 자식으로 여러 관계들 안에 놓여있기 때문에 일종의 이해관계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긴 특정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여러 역할이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와 남편간의 이야기로 옮겨가고 그러다가 다시 여와 남의 이야기로 번지게 된다. 그래서 부부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싸움이 되기 쉽다. 나 속상한 것을 이야기 하는데 상대방은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대화법의 기술이 부족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나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상대방에게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는데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여러 겹의 결로 이루어져 있다. 슬픔 안에도 여러 감정이 들어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채로운 감정을 단어 하나에 가두어버리곤 한다. 나의 슬픔 안에는 외로움, 무거움, 애잔함 등 다양한 감정과 감각이 들어있다. 감정은 마음에서 느껴지는 거라 생각하지만 몸이 말해주는 부분도 많다. 따라서 감정을 깊고 진솔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 모두에 집중하며 알아차려야 한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도 훈련이 가능하다. 마음챙김이나 명상 등도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심층 음악감상(deep music listening)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평소에 습관처럼 음악을 듣거나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수많은 음악에 노출되어있다. 이 때에는 음악과의 관계가 그다지 견고하지 못하다. 심층 음악감상은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면서 음악에 대한 나의 몸과 마음의 경험을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오늘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음악이 주는 감정경험에 집중하는 것으로 좁혀보자.
이 때 가사가 있는 음악은 제외하고 연주곡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사는 일종의 언어이기 때문에 감정보다는 우선 인지적인 과정을 촉진하게 되고 내 감정을 가사 안에 가두어 버리게 되서 깊은 감정 탐색을 방해할 수도 있다.
Andre Gagnon의 Prologue를 들으면서 내 감정의 층과 결을 탐색해 보자.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3-4회 정도 반복한다. 호흡을 할 때 숨이 지나가는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음악을 듣는 동안 마음을 열어둔다고 다짐한다.
방법 1.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감정의 단어들을 적어본다.
방법 2.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것을 색으로 표현해본다.
음악을 3, 4번 정도 연속적으로 들으면서 조금씩 더 깊은 감정의 층을 탐색한다. 음악이 나를 과거의 기억이나 미지의 장소로 데려갈 수도 있다. 그 경험에 이름을 붙이지는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내 마음에서 무엇이 어떻게 펼쳐지는지가 중요하다.
자꾸 해야 할 일이 생각나거나 어렵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 마음 자체를 인정하면서 다시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자.
20여분 음악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경험은 어떠했을까? 음악을 듣는 동안 무엇을 알아차리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오홋 스팀잇에 오셨군요. 환영~
안녕하세요 ^^
Doctor kim.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