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이 박물관

in #mylai6 years ago (edited)

밀라이 박물관(선미증적박물관)에 두 번 갔다.

한 번은 2000년 5월이고, 또 한번은 2016년 1월이다. 

2000년엔 근처 꽝응아이 한국군 학살 지역을 취재갔다가(이곳 꽝응아이성은 1966년 8월부터 1967년 12월까지 한국군 해병 주둔지역이었다) 그냥 한 번 가보자 해서,

2016년엔 내가 참가했던 베트남 평화기행의 코스로 잡혀서 갔다. 경기도 고양시의 이주노동자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이 주최한 '베트남 평화인권기행'이었다. 

취재 모드로 간 적은 없다. 

둘 다 '단순 견학'모드였다.

긴장감을 갖고 뭔가 조사를 하고 기록한 적은 없다. 

한번 쭉 둘러보거나 카메라 셔터 몇 방 누르고 말았던 것 같다.

아마도 이미 많이 보도된 미군의(한국군이 아니라) 학살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16년에 촬영한 밀라이박물관 내 조형물이다.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형상화해놓았다.

우물 조형물이 가장 끔찍했다. 

정수리에 총을 맞은 노인의 주검이 우물에 빠져있다.

우물 이야기는 한국군 학살 지역의 목격자들에게도 많이 들었던 바다.

우물에 던졌어요, 우물에 던졌어요, 우물에 던졌어요, 우물에 던졌어요, 우물에 던졌어요, 우물에 던졌어요.

당장 주검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그랬을까? 

우물의 주검은 한국전쟁에서도 익히 등장하는 이야기다.


밀라이 학살은 상당히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더욱.


 밀라이는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의 대명사다. 하루만에 504명(최대치 통계, 최소치는 347명)의 민간인이 한 마을에서 군인들에게 몰살당했다. 대부분 힘없는 어린이, 여성, 노인이었다. 1968년 3월16일의 일이다. 그 실체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이듬해인 1969년 11월12일. 미국의 독립 탐사 저널리스트 시모어 허쉬가 미군 병사들을 취재해 <AP>를 통해 폭로하면서다. 이후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 <타임>, <라이프> 등의 보도로 번졌고 전 세계 신문과 방송의 지면과 화면을 장식했다.   (중략)
밀라이는 미군 작전지도에 붙은 이름이었다. 실제 이름은 ‘선미’다. 남베트남 정부가 통치하던 꽝응아이성 선띤현 선미마을. 사건 당일, 선미에 들어간 미 육군 제23사단 11연대 1대대 찰리 중대는 비무장 상태의 주민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M16소총과 M60 기관총을 난사했으며 집 방공호에 수류탄을 던지고 가가호호 불을 질렀다. 미친 살인의 축제였다. 주민들을 박멸해야 할 적으로 볼 근거는 없었다. 대부분 노인과 여성, 어린이들이었다. 미군들은 며칠 전 동료 5명이 부비트랩에 걸려 사망하자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를 했다.  (내가 스팀잇에 영어버전으로 쓴 글 중에서)


한국전쟁의 노근리 학살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마침 오늘(2018년 7월28일) 아침 <한겨레> 토요판은 노근리 학살을 커버로 다뤘다.

한겨레 토요판-노근리 학살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밀라이 사건이 미국 언론에 보도된 시점인 1969년 11월경에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1년반 전 발생한 퐁니.퐁넛 학살(1968년 2월12일) 관련자들을 남산으로 불러 조사했다는 사실이다. 해병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1중대 장교와 하사관들이다.

장교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대통령 특명 수사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이밍턴 청문회를 3개월 앞두고 있던 때였다.

사이밍턴 청문회란 미국 정부의 돈으로 베트남에 파병을 하거나 기지를 제공했던 아시아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따지는 자리였다.

사이밍턴 한국 청문회에서 한국군의 잔혹행위 의혹이 의제로 오른다는 정보가 돌던 때였다.

밀라이 학살에 관한 시모어 허쉬의 탐사보도가 없었다면

중앙정보부의 수사도 없었을 거라는 데 백만원을 건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참전군인들을 수사했다는 증언만 있었는데

곧 수사자료도 세상의 빛을 볼지 모르겠다.

어제(7월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중요한 진전이 될 만한 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겨레> 기사는 다음과 같다.

법원 “국정원, 베트남학살 참전군 조사 문건 목록 공개하라



밀라이 박물관 내에 전시된 미군 사진이다.

밀라이 박물관은 학살이 벌어졌던 현장에 있다.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선띤현이다. 

이곳에 가려면 다낭에서 버스로 2-3시간 걸린다.

2000년 5월에 찍은 밀라이 박물 전경 사진이다. 

해마다 3월16일이 되면 적지않은 미군들이 찾아와 참배한다고 한다.

바로 아래의 이 조형물 앞에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친다.

2000년 5월에 찍었다. 

아래 사진은 좀 각도가 다르다. 2016년 1월에 찍었다.


평화기행에 참여한 한국인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학살 지역의 위령비들 중엔 죽은 아기의 주검을 안고 팔을 치켜든 엄마의 모습이 많다.

이 분은 2016년 당시 밀라이 박물관장이었던 팜탄꽁 씨다.

평화기행 참가자들에게 밀라이 박물관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학살 당시 12살이었다고 한다. 

2016년 3월 회고록 <<핑크빌(Pink Ville)의 증인>>을 미국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이 분의 책 이야기와 기구한 사연은 아래 링크를 참고.

팜탄꽁 이야기

2016년에 찍은 밀라이 박물관 경내 희생자 조형물이다.

왜 한번도 밀라이에 가서 박물관만 보고, 생존자와 목격자 증언을 청취할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닌지.

그러고보니 한국인 기자가 밀라이에 가서 취재해 쓴 기사는 한번도 못 봤다.

다음에 해볼까 말까 생각중이다.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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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안녕하세요. ^^ 저도 어쩌다보니 스팀잇을 시작했습니다.^^

반가워. ㅎㅎ 나도 팔로우했음.

두 분 모두 열심히 하셔야...

김성훈, 넌 몸이 몇개냐?

2019년에.. 밀라이 기사! 기대하겠습니다!! ^^

꼭 쓴다는 건 아니고요~ 감사합니다.

쓰시길 바라는.. 바램! 이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