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0일 달날
오늘은 학기말 발표날이다. 내가 없는 학기말이지만, 전시물들을 보니 괜시리 나도 같이 준비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친구 윤지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와 배우미들의 전시물들을 쭉 둘러봤다. 다들 멋지고 대단했다. 부디 발표가 잘 마무리 돼길 바랄 뿐이었다. 학기말 발표 준비로 나도 이것 저것 고민을 하다 이 사단이 나게 됐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아쉽다. 이번에도 끝을 보지 못한 채로 중단됐다. 그렇다 해도 건강이 우선이다. 다음 학기에 기회가 있지만, 건강마저 떠나버리면 그 기회도 못 잡게 될거다.
저녁은 외식을 했다. 병원밥이 질려버린 나는 뭐 먹고 싶은거 없냐는 엄마의 말에 고기를 외쳤다. 엄마에게 고기를 먹자 외쳤지만, 정작 나는 링겔 꽂고 있는 간염걸린 환자라 외출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저번에 밖에서 밥을 먹으려다 제지를 당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안될까 걱정됐다. 다행히 링겔은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뺼 수 있었고, 간호사 언니에게 물어보니 외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속으로 ‘야호’를 연신 외치며 엄마에게 다시 전화해 몰래 안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엄마아빠의 단골집인 칠우 대패삼겹살집에서 밥을 먹었다. 병원 바로 앞이라 걸어서 5분이면 도착했다. 아빠는 삼겹살 집에 가기 전부터 이미 술이 채 ‘헬렐레’ 하고 있었다. 여기서 ‘헬렐레’는 엄마가 자주 쓰는 용어로 아빠가 낮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의미로 쓰인다. 나를 보자마자 아빠는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다. 밥을 먹으면서 아빠는 내게 그간 했던 걱정을 쏟아부었다. 그 모습이 재밌었지만 , 미안했다. 옆에 있던 엄마도 자꾸만 내 접시에 고기를 옮기며 같이 쏟아부었다. 나는 미안함에 ‘알겠어 알겠어’ 라며 접시에 담긴 고기를 먹어댔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병실로 올라가기 위해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데 뭔가 이상했다. 여긴 우리집과 멀지 않은 곳이고, 원래라면 엄마 아빠와 같이 차를 타고 집에 가야하는 게 맞는데. 원래 가족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게 맞는데. 다시 떨어져 홀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게 이상했다. 빨리 간염이 나앗으면 한다.
<멍청한 소2>
글, 그림. 공공 강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