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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비 이야기 :

in #sago5 years ago

저는 우산을 잘 쓰지 않습니다. 우산을 쓰는 날만큼 레인코트를 걸치고 돌아다닙니다. 모자를 쓰고, 워커를 신고, 레인코트 걸칩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물방울이 모자챙을 넘어 얼굴에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물들을 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워커를 신은 덕에 물웅덩이를 지나가는데도 거리낌없지요. 비를 온몸으로 맞습니다. 레인코트에 떨어지는 빗물의 촉감은 살갗까지 울립니다.
언젠가부터 비를 맞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커다란 우산이 있음에도 코트를 걸치고 비를 맞으러 나가기도 합니다. 비를 대신 맞았던 날들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코트를 걸쳐주며 나는 비를 맞고, 비를 피하게 했을 때 비소리는 정막으로 존재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맞았던 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