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3일차 (2017.06.09)
주비리 - 빰쁠로나(Pamplona) 24km .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전날 장봐둔걸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한 뒤 오늘의 목적지 빰쁠로나로 출발했어요. 출발시간은 6시반을 조금 넘었는데 전날 만난 형준이는 6시가 채 되기전에 출발하고 다른 일행들도 6시 쯤 대부분 출발해서 저희가 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오솔길. 오늘의 대채적으로 숲속길었네요. 녹색으로 가득 차고 공기마저도 상쾌한게 정말 숲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다시봐도 저 밀짚모자랑 지팡이 때문에 꼭 농부같네요 ㅋㅋㅋ 걸었던 시기가 6월이라 팔토시랑 타이즈를 안입으면 반팔 반바지 양말선따라 살이 타기 때문에 필수예요! 사촌동생은 아무것도 안해서 나중엔 결국 종아리가 거의 흑인만큼 새까맣게 타버렸어요.
오솔길을 한참 걷다보면 도로가 나오는데 이 때 저희는 오른쪽편에서 걸었어요. 그런대 얼마안가서 경찰분들이 왼쪽으로 걸으라고 알려주시더라구요 ㅎㅎ
- 팁! 순례길을 걸을 때 도로가 나온다면 왼쪽편으로 붙어서 걸어가세요. 오른쪽편에서 걸으면 뒤에서 오는 차를 인지못해 사고 날 수도 있다고 차의 진행방향과 역방향인 왼쪽편에 붙어서 가는게 더 안전하다고 해요 ㅎㅎ
도로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이 나오는데 마치 하나의 소실점으로 빠져드는듯한 오솔길을 걷다 보니 가슴이 확 트이더라구요.
날씨가 좀 흐리긴 했지만 걷기에는 이런 날씨가 훨씬 좋았던것 같아요. 적당히 바람도 불고 해도 가려서 그닥 덥지도 않기때문 이예요.
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밑에 사진같은 표지석들이 계속 나오는데 순례길 협회(?) 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한 길을 나타내는 돌이예요.
이 표지석들을 지나서 걷다보면 오늘의 목적지 빰쁠로나의 초입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구름이 걷히고 해가 쨍쨍했으면 싶더라구요 ㅎㅎ
휴식후 도착한 빰쁠로나. 오늘도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일찍 도착했어요. 뭐 그렇다 해도 30분 사이에 대부분이 도착하더라구요 ㅎㅎ 알베르게가 열기 전에 어제 알려드린대로 짐을 한쪽 벽에 줄맞춰 세워두고 오늘 걷다 알게 된 한국인 아저씨랑 맥주한잔 하고 왔어요. 이 아저씨는 앞으로 ‘선생님’이라 부르게 돼요 ㅎ
맥주한잔 하고 돌아와서 얼마 안있으니 알베르게가 문을 열고 체크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빰쁠로나의 공립 알베르게 대문은 이렇게 생겼구요!!
침대를 배정받고 들어가 보니가 론세스바예스와 비슷하게 복도 형식으로 2층까지 상당히 많은 침대들이 있었어요. 오늘도 귀마개는 필수겠구나 싶더라구요 ㅋㅋ
샤워시설도 깨끗하고 모든 시설이 깨끗했던 이곳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아 그런데 변기에 변기커버가 없어요.... 왜인진 정확히 모르겠으나 스페인의 많은곳들 중 공공화장실(?) 에는 변기커버 없는 변기가 참 많더라구요 ㅋㅋ 만약 보게 되신다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셔요!!
순례길 3일차 만에 처음 나온 대도시 빰쁠로나. 7월 초엔 산페르민 축제라고 세계 뉴스에도 매년 등장하는 황소를 길에 풀고 사람들이 피하고 다니는 그런축제가 열리기도 해요. 동생이랑 저랑 처음에 대도시가 나오면 현지 심카드를 하나 사고자 했으나 데이터 용량에 비해 가격이 비쌌기에 그냥 포기하고 30일간 와이파이의 노예가 되기로 했어요. ㅋㅋ
도시도 둘러보고 낮잠도 한숨 잤다가 저녁시간쯤 되니 선생님(아저씨) 께서 저녁을 사 주시겠다고 하시길레 저희가 장을 봐 와서 스파게티로 대접하겠다고 했어요. 다진고기,양파도 듬뿍 넣고 해서 만들어 볼로네제로 만들어 먹고선 선생님께서 와인도 한잔 하자고 하셔서 한잔 하고 오늘도 일찍 잠이 듭니다. 이 때부터 선생님은 간간히 저희들(저,동생,수민이,민성이) 의 식대를 대 주셨는데, 이게 순례길이 한번 시작하면 거의 같은 일정을 소화해 내기에 거의 매일같이 되어 버리더라구요. 저희는 당연히 저희들이 돈을 같이 내겠다 했지만 오히려 저희덕분에 재밌고 직접 한 요리도 드실수 있어 좋으시다며 종종 사주시는데 이게 나중엔 부담스러워서 하루에 2일치 거리를 걷게 되기도 해요 ㅎㅎ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고 아직까진 순례길이 그저 재밌었던 기억들이예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보팅 부탁드려요~
오늘의 가계부
햄,치즈 - 2.5유로
커피 - 1.3유로
샌드위치 - 1.5유로
라면 2개 - 5유로
알베르게 - 8유로
맥주 - 1.4유로
총합 19.7유로
힘들지 않아요?? 발에 물집 생길 수도 있다던데... 그리고 베드버그 조심하라고 하더라구요. 전 산티아고 힘들어서 못 걸을 것 같아요...
물집은 다행히 안 잡혔지만 많이 힘들었어요 ㅎㅎ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재미도 있었고 배운것도 많아서 너무나 좋은 추억 중 하나예요~
@justinelee 님의 소개로 방문왔습니다. 지금 순례길을 걷는 중이시라길래 ... 그런데 날짜보니 다녀오신 뒤 쓰신 거군요. 글이 너무 생생해서 착각하셨나봅니다. 빰쁠로나 저도 1등으로 도착해서(사실 1등이건 꼴찌건 전혀 상관없지만요^^) 문 열때까지 2시간 기다렸던 생각이 나는군요. 같은 길을 걸은 순례자 @silviue 님 너무나 너무나 반갑습니다!!! :-)
방문 감사합니다~ㅎㅎ 작년 6월부터 7월 초까지 갔던 것을 하나씩 연재하고 있는 중이예요. 저 역시 순례자셨던 @springfield 님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저도 얼마전부터 산티아고 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2015년 9월에 다녀왔습니다 :-) kr-travel 태그 다시면 @brianyang0912 님이 보팅 꾸욱 누르고 가주실듯합니다. jjangjjangman 태그 쓰시면 @virus707 님이 보팅 꾸욱 누르고 가주실 거구요. 물론 저도 꾸욱 눌렀습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저도 연재 잘 보도록 하겠습니다~
와... 첫번째 사진보고나니 눈이 좋아지는 느낌이...
엄청 청명하네요... 순례길 안전히 돌아오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역시 초록색이 시원하니 눈에 좋죠~
산티아고 순례길에 저런 숲속 오솔길도 있네요~ 연재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솔길도 고원평지도 황무지도 나중엔 자다까지 참 다양하지요 ㅎ
드디어 '김경석'아저씨도 등장하셨네요^^
우린 여기부터 걸었는데...
와~ 심장이 쫄깃쫄깃하네요.
곧 우리도 등장하려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