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여지껏 쉼 없이 달려왔음에도 왜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생활은 빡빡해져만 가는지.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이리 편리한 세상이 되었는데 왜 항상 경기는 어렵고, 매번 위기라 하는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왜 일은 항상 차고 넘치는지에 대해서요.
얼마 전 읽은 "사실 바쁘게 산다고 OOO 해결되진 않아"라는 책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 빈곤에 관한 아이러니"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인 한중섭씨는 홍콩 투자은행 주식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한때는 바쁨의 선봉장이었습니다. 눈 코 뜰새 없는 바쁨의 굴레에서 문득 돌아보니, 자신을 비롯한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겪는 시간 빈곤(타임 푸어)이라는 현상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만연하는 시간 빈곤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 구조적인 현상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바쁨이 어떻게 시대를 잠식해왔는지를 역사, 정치,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바쁨의 탄생부터 바쁨이 강제되는 시대를 거쳐, 바쁨이 미덕이 되는 오늘날까지... 바쁨의 연대기를 따라 우리 스스로가 바쁨에 삶을 갈아넣고 있는 이유를 고찰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저자의 다른 책, '비트코인 제국주의'를 읽고나서 부터 였습니다. 주로 어떤 책을 인상 깊게 보고 나면, 저자의 다른 책 또한 검색하여 보는데요, 비트코인 제국주의를 읽고 나서 아무 망설임없이 이 책을 주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트코인 제국주의'의 리뷰도 추후에 정리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가속화 되어가는 삶의 템포를 조절하고,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바쁨은 가장 고도화된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말속에는 "나를 찾는 곳이 이렇게나 많으니 나는 무척 쓸모 있는 인간이다"라는 은근한 과시가 내포되어 있다.
현대인은 바쁨을 통해 자신의 존재 유용성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SNS에 야근이나 휴일 근무처럼 바쁨을 상징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의 심리는 표면적으로 신세한탄과 동정심 유발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과시적 생산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나 이렇게 바쁜 사람이야' 중에서 (P.126)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바쁘게 살면서 바쁨은 점차 증폭되고 전염된다. 바쁘지 않은 상태를 마치 무능력함, 게으름, 한심함 따위와 같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풍토마저 생겨났다.
...
무엇보다도 기계적으로 바쁨의 관성에 떠밀려 살다보면 정체된 질주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체된 질주란 깊이 있는 사색이나 삶의 여백이 결여된 채, 목적없이 그 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내는 상태를 뜻한다. 정체된 질주는 존재의 결핍을 가속화한다. 삶의 템포가 빠른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경우 정체된 질주 상태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 정체된 질주' 중에서 (P.53)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책이군요. 읽어봐야겠습니다.
바쁨이 야기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명쾌한 해결점 제시보다는 스스로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약에, 노동을 하지 않아도 매달 평균적인 생활비 ~ 많게는 천만원 단위의 불로소득이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다면, 먹고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바쁨은 사라지고, 선택적인 바쁨이 남거나.. 나아가서는 일상 전반에서 '여유'라는 표현도 사용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요?
작금의 무한경쟁사회에서, 큰 틀로 짜여진 프레임 안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은, 본문에 나와있는 과시욕에 포장된 바쁨이 아닌, '먹고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바쁨'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물론 본문의 케이스도 있기는 하겠지만요)
현대인이 왜 바쁘게 살까요?
스스로에게도 질문이 되고,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좋은 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
넵 맞습니다 ^^ 저 또한 본문에 인용한 케이스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수 많은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쓰미님 말씀도 지당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