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의 과누적 + 열세 번째 이야기 + 출생의 비밀

in #sct5 years ago (edited)

어제도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는 저와 대화하고 싶어서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죠. 늘 자정이 넘어야 퇴근하는 저, 종일 두 아들에게 시달린 아내. 우린 피곤하지만 대화의 시간을 한 시간 정도 가졌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매일 거의 비슷합니다. 특수학교 가야 할까 일반학교 가야할까. 오늘 치료실에서 만난 다른 엄마와의 대화내용. 미운 네 살인 둘째를 어떻게 해야할지. 등...

대화내용은 매일 비슷해도 매일 발전합니다. 특수학교에 가야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계양구로 이사가야 하는지 서구로 이사가야 하는지를 놓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조언을 듣습니다. 서구로 가라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계양구로 가라는 사람의 의견을 듣는 우리는 정보를 통합해서 비교합니다. 요건 다시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내와의 대화는 한 시간 이상 이어지지 못합니다. 제가 일을 해야 하거든요. 저는 대화를 마치고 골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놋북을 켜고 일을 시작합니다. 졸려옵니다. 벌써 두 달째 이 생활. 잠이 너무 부족한 저는 하루 걸러 하루 졸려옵니다. 지난밤에 5시까지 일하다 잤으니 오늘밤은 졸려올 차례입니다. 어김없이 졸려와서 두 시간만 자고 일해야지... 하고 잠을 잡니다. 눈을 떠보니 아침입니다. ㅎㅎㅎㅎㅎ



ISBN : 9788992036269

출근길에 제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제가 예전에 쓴 제 출생의 비밀이 적힌 책리뷰를 발견했습니다. 3년전에 쓴 책리뷰를 글쓰기 연습도 할겸 재구성 해봅니다.

처음 접한 다니앤 세터필드의 소설입니다. 저는 긴 호흡의 소설을 싫어해서 400쪽 넘어가는 소설엔 손을 잘 대지 않지만, 너무 재밌다는 지인의 추천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읽어버리며 소설 속으로 깊숙하게 빠져버렸습니다. (앞부분 헌책방 이야기가 책을 좋아하는 제 취향과 잘 맞아떨어져서 매우 재밌습니다.) 자신이 쌍둥이였다는 비밀을 가진 화자인 '나', 그리고 당대 최고의 소설가인 또한명의 주인공도 사실은 쌍둥이였다는 설정만 아니라, 화자인 '나'에게 깊이 감정이입이 되어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대 작가 비다 윈터. 그녀는 비밀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진실로 인터뷰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느 누구도, 어느 기자도 그녀의 과거를 알지 못 합니다. 아니, 그녀가 소설가가 되기 전의 과거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나'인 마거릿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요.

'나'는 아마추어 전기작가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전기만 씁니다. 전기 쓰는 일이 주 직업도 아닙니다. 그냥 취미로 또는 좋아서 씁니다. 그래서 세상은 '나'인 그녀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대작가 비다 윈터가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영광스러워야 할까요? '나'는 일단 윈터의 제안을 받습니다. 대신 조건을 제시합니다. 진실만을 말할 것. 그리고 윈터도 그녀의 제안을 받습니다.

그렇게 전기 쓰기는 시작합니다. 병이 위독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윈터는 사실만을 말하고 '나'는 의심을 하면서도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그리고 윈터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보는 작업까지 병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름 끼치도록 뭔가가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엔젤필드 가에선 어떤 일이 있던 것인지, 화재가 난 날의 미스터리, 자신의 죽은 쌍둥이와 비다 윈터의 죽은 쌍둥이들의 관계가 서로 얽히고 맞춰지며 하나하나 비밀이 벗겨집니다. 저는 읽는 내내, 마치 수수께끼를 풀듯 풀어지는 실타래들이 서로 얽혀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세계 속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꺼운 소설책이 얇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경험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반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제가 쌍둥이가 아니기에 전부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신비함이 느껴지게끔 만드는 작가의 글재주가 놀라웠거든요. 궂이 쌍둥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형제가 없는 독자라면 더 특별하게 읽혀질 것 같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잊혀지지 않던 한 문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저는 지금까지 글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제 탄생의 비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어쩌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40여 년 전(헛, 제가 불혹이라는 건 비밀입니다), 어머니는 임신을 했다가 유산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지나다가 빠져 크게 다쳤고 그 바람에 유산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다시 임신을 했는데 그게 저라고 합니다. 만약에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지 못했더라면, 만약에 자전거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저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세상에 우연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수학자들은 우연은 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건은 계산적이며 어떠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하와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은 있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며, 나보다 먼저 어머니의 태 속에서 생명으로 존재한 내 형제도 빛도 보지 못하고 짧은 생을 살다 갈 운명이었다는 것입니다. 대작가 비다 윈터와 아마추어 전기작가 마거릿의 만남처럼요.


질문.
혹시 출생의 비밀이 있나요? 있다면 살짝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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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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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태어난 비밀은 안비밀이라는~^^ 💙
다시 고향으로 가는 그 날이 이서 열리길~

스팀 우주로 가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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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넘어 퇴근에... 아내분과 대화...지난밤에 5시까지 일하다 잤으니 ~
헐... 나하님 철인 인가요? 몸생각도 하시면서 하세요!! ㅠ

나하님에게 이런 출생의 비밀이 있었군요 ㅎㅎ

너무 과로를 하시는 것 같네요.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