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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
세계식량계획의 아즈락 캠프 파일럿 프로그램은 국제기구가 블록체인 기술을 전 세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2017년 초, 유엔 본부의 직원들 중 열정적인 블록체인 옹호자들이 모여 웹사이트 하나를 선보였는데 자신들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사이트였다. 전 세계 유엔 직원 85명이 순식간에 모집됐다. 이들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노르웨이를 포함하여 각국 정부들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고, 2017년 6월에는 신규 자금조달을 받아 세계은행에 새로운 블록체인 연구소가 세워져 블록체인 기술이 빈곤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부패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자산 등록 시스템과 안전한 디지털 신원증명 시스템이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터아메리칸 개발기구 Inter-American Development는 MIT 미디어랩의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와 협업하여 어떻게 하면 라틴 아메리카의 빈곤한 농민층이 '신용'에 기반한 거래를 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상품 제고관리 영역에 블록체인의 장부기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영리국제기구인 세게경제포럼과 록펠러 재단 등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도대체 이런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기구들이 암호자유주의자들과 사이퍼펑크들이 구축한 비트코인의 디지털 기술 세계에서 어떤 미래를 본 것일까? 아즈락 사례에서 봤듯이 바로 분산된 컴퓨팅 시스템이 사회적 자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동체의 거래 및 활동에 대해 누구나 공유할 수 있으며 어느 누구라도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는 유엔의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이 어떤 유형의 가치든 서로 안전하게 상호작용하며 교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다시 말해, 이 기술은 사회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인류의 역사적 난제로 여겨지는 '불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도 강력한 해법인 것이다. 이는 많은 개발도상국에 희소식이다.
블록체인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다른 선진국들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좌판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보험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신용 시스템 안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분야는 개발도상국 또는 비영리단체 들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으며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선진국을 포함하여 포천 500대 기업들의 경영진들도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성장을 이끌 기술이라고 보고 기술적용 및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중앙화된 신뢰 매니지먼트 모델을 대체하고 사회와 경제를 이끌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은행, 정부, 그리고 수많은 중개자들의 기록관리시스템에 의존해 살아왔다. 이러한 '신뢰받는 제3자'들이 우리를 대신해 기록을 작성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믿고 가치 있는 물건을 거래해온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들이 우리사회를 잘 돌아가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문제는 이런 중개수수료를 받는 기관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자처하면서 누구든 거래에 참여할 수 있으며 누구는 참여할 수 없는지를 선별한다는 데 있다. 바로 이점에서 경제적 활동의 거래 비용 및 마찰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이들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려 보면 은행들은 정직하게 기록을 유지할 의무를 저버리고 중개수수료 징수 지위를 남용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수료를 매기는 식으로 바가지를 씌우곤 했다. 더 심각한 점은 경제적으로 비용을 따질 수 없는 게이트키퍼 권력 남용 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신용을 잃은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만약 이런 중개기관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비용을 아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이 나오기 한참 전에도 사람들을 중개기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기술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인터넷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터넷 기술이 사람들을 중개기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줬을 때도'신뢰'문제의 해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누가 방금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낯선 이가 운전하는 차에 탈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버Uber나 리프트Lyft 같은 앱은 드라이버와 승객에 대한 평판 점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신뢰의 장벽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소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확장으로 인해 가능해진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뢰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사람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낯선 사람과 직접적인 거래에도 응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P2P Peer-to-Peer 경제에도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에게 "왜 우버를 타?"라고 묻는다. 왜 굳이 우버라는 특정 회사를 이용하면서 탈 때마다 25%의 수수료를 내고 우버의 '절대적인' 평판시스템에 당신의 데이터를 제공해주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쓰이는 블록체인 기반 카셰어링 앱인 커뮤터즈Commuterz 처럼 완벽히 분권화된 솔루션을 도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트코인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기반하듯이, 카셰어링 앱도 플랫폼의 소유권이 그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고 운영되는 것이 가능하다. 커뮤터즈는 기업이 아니기에 어느 누구도 수수료를 25%씩이나 가져갈 수 없는 모델이다. 대신 유저들이 디지털 통화시스템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거래하도록 한다. 그래서 모두가 차량을 공유하고, 교통체증을 경감시키며, 이동으로부터 발생되는 모든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신뢰 관리의 주체를 모두에게 공개된 프로토콜에 의해 운영되는 분산된 네트워크에 넘기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 디지털 형태의 화폐 혹은 토큰, 아니면 어떤 자산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운영됨에 따라 사회의 근본 속성이 변하게 된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협업 또는 협력의 새로운 방식들이 생겨날 수도 있고 산업과 사회조직의 근간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블록체인이 가지 잠재성의 크기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적용 분야의 크기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조작 및 누락 등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자산 등록 시스템
주택, 차량 등 자산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 실시간으로 중개기관 없이 결제가 가능한 증권 거래
T+2일에서 많게는 T+7일까지 걸리는 결제소요시간이 사라지고 중앙청산결제기관으로 자금을 송금할 필요가 없게 됨에 따라 은행 간 결제시강에 묶였던 수 조 달러에 달하는 돈이 풀릴 수 있다.
- 자기주권 신원증명 시스템
정부나 특정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신원증명이 가능해진다.
- 분산된 컴퓨팅 파워
클라우딩 컴퓨터나 웹 호스팅 서비스 기업이 없어지고, 일반 유저들의 하드드라이브나 컴퓨터 파워를 공유하게 되는 경제가 등장한다.
- 분권화된 사물인터넷 거래 환경
중개자 없이 디바이스들까지 높은 보안환경 속에서 소통하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교통 및 분권화된 에너지 그리드분야에서의 큰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블록체인 기반의 공급사슬
여러 공급자들이 공통의 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하여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게 됨에 따라 신뢰성, 책임성, 효율성이 증진되고 특정 상품 공급에 대한 공통의 목적을 가진 이들 간에 자금조달 및 관리가 용이해진다.
- 분권화된 미디어 및 콘텐트 시스템
누구나 자신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자신이 창작한 디지털 콘텐트에 과금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또한 이론적으로 누구나 가치 있는 정보를 인터넷망에 업로드하고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1.0'을 만든 온라인 세계의 초기 개척자들이 꿈꾸던 세계이자 '인터넷3.0'이 약속하는 세계, 즉 분권화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터넷 망의 재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단순히 컴퓨터 네트워크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일부 대기업의 정보 독점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리콘밸리의 반체제 프로그래머들은 신뢰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못했다. 이제까지의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기관들의 중앙집권화 되어왔던 속성을 놓쳤던 것이다.. 이 문제는 이후 나타났던 인터넷 2.0 시대에 더 극명해졌다. 소셜 네트워크의 잠재력이 폭발했지만 선도자의 위치를 꿰찬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독점력을 갖게 된 것이다. 수확체증의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미디어 거물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여기에 해당하고,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경제 성공 모델 기업들도 여기에 해당되기는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비롯한 인터넷 3.0 시대가 예견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이런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거대 기관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들은 직접 신뢰의 연대 체계를 구축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자신의 조건에 맞는 비즈니스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성은 인터넷 거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준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21세기의 대형 영리기업들 대부분은 블록체인 기술에 새로운 가치창출 및 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누군가는 커다란 기회로 여기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중요한 위협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존하는 기업 대부분은 이제 최소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보고 기회를 모색해봐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 트루스머신, 블록체인과 세상 모든 것의 미래,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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