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분리 개별화의 시작
빅뱅으로 시작된 진화의 핵심은 '분리 개별화’ 입니다. 한 덩어리, 전체로부터 쪼개지고 분리되어 개별적 존재로 확산되어져 가는 일. 이것이 우주 진화의 본질입니다. 진화의 방향은 그러므로 분산화와 개별화입니다. 분리된 존재가 또 하나의 우주, 그 자체로 성장해 가는 현상이 진화입니다. 세포가 분열하듯 끝없이 갈라지고 성장하고 또 분리되어 다시 완성체로 진화되어가는, 이 모든 일이 우주의 진화 과정인 것입니다.
물론 분리된 개체들이 다시 융합하기도 합니다. 분리된 것들을 빨아들여 융합하는 것은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마침내 폭발하여 또 다른 천지창조 ‘빅뱅’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을 갖춘 것들, 블랙홀의 인력을 이겨낼 만큼 힘을 갖춘 개별적 존재들과 태양계처럼 연대하여 그 힘에 대항하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개별 연대들은,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습니다. 힘을 잃고 개별화의 의지를 잃은 것들이 빨려들 뿐입니다. 그리고 거대한 블랙홀의 용광로에서 미친듯한 밀도로 용해되어 마침내 화이트홀을 통해 토해지는 겁니다. 이렇듯 끝없이 분리되고 확산하였다가 다시 모여들고 폭발하여 더 큰 유니버스를 창조하는 일이 우주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진화의 정방향은 ‘분리 개별화’이며 ‘분산화’입니다. 전체로부터 분리된 개체가 성장하여 또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과정이 진화의 정방향입니다. 융합은 이러한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더 큰 분화를 위한 일시적 현상이며 촉진제입니다. 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창조 세계를 확산해 가는 이 우주 진화의 정방향은 ‘분리 개별화’입니다. 그러면 네트워크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네트워크는 정방향입니까? 역방향입니까? 인류의 모든 의식을 빨아먹고 있는 이 거대 포털 네트워크는 진화의 촉진자입니까? 방해자입니까?
인류의 분리 개별화 그리고 의식 진화의 역방향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태동한 인류가 흩어지며 분산화되었습니다. 시베리아를 넘어 알래스카를 지나 저 멀리 남미에까지 이른 종족들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려 흩어지고 흩어졌습니다. 흩어진 종족들은 저마다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하나의 사회, 하나의 우주를 구성해 갔습니다. 도구를 사용하여 진화한 인류는 곧 세계를 여행하게 되고 또한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에 따라 주변을 흡수하며 제국을 형성해 갔습니다. 그러나 대제국은 언제나 한시적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몽골제국조차 100년을 지켜내지 못하고 다시 분열되었습니다. 근래에는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를 뒤덮고, 지구촌이라 부르며 마치 당장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듯했지만, 어느새 세계 질서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분산화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국경을 닫아걸고 있습니다. 나아가면 물러서게 되고 차면 기울 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진화의 방식입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흐름과는 달리 가상세계의 세계화는 멈출 줄 모르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세계화를 추동한 강력한 추진력은 인터넷 네트워크로부터 발생하였습니다. GUI를 통해 가상현실의 이미지 세계가 구축되자, 4차원의 신들은 이를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연결하여 지구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로 진화 시켜 버렸습니다.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누구와도, 어느 곳에서도, 전체와 연결될 수 있는 이것은, 우주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는 ‘아카식 레코드’처럼, 인류 의식의 모든 것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현상을 감시하고 기록하며 조종하고 세뇌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깨어난 자들은 네트워크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온으로의 도피일 뿐입니다. 이미 우리들의 모든 기억과 추억, 사생활과 의식구조는 그저 조금 간편할 뿐인, ‘혁신’이라는 가면을 쓴 매트릭스의 그들에게 낱낱이 속속들이 수집당하고 있고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진보라 감탄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흐름에서 이것은 곧 분열을 위한 융합의 과정일 것입니다. 구글 신이 빨아들이고 있는 이 급속한 정보화는 속도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어 곧 폭발하고 말 빅뱅을 향한 설국열차일지 모릅니다. 저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가속시켜 종말을 맞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할지 모릅니다.
융합과 분열의 과정을 감정 없이 바라보면 생멸(生滅)하고 물극필반(物極必反) 하는 우주의 흐름일 뿐입니다. 개체로서의 물방울이 폭포를 떨어져 내렸다 잔잔한 호수에 머물고, 홍수의 물살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면 그뿐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의 진화를 더욱 촉발하며 그 성질을 다채롭게 해주는 것은 제멋대로 달려가는 혜성일 것입니다. 궤도를 벗어나 질주하는 혜성은 충돌과 붕괴를 통해 새로운 진화를 잉태합니다. 마치 벌이 꽃들을 옮겨 다니며 식물의 생식을 돕듯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탄생시킨 것 역시 지구 밖 행성의 유기체를 지구에 옮겨 온 충돌한 소행성들이라니 말이죠.
몸으로부터 분리된 개인의 의식은 어떻게 개체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주 진화의 정방향인 ‘분리 개별화’를 어떻게 이룩할 수 있을까요? 분리된 개인의 의식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구글 신(神), 애플 교(敎)와 같은 거대 포털들입니다. 인류의 모든 의식이 점점 구글과 애플의 클라우드로 빨려들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이 포털 시스템은 인류를 하나의 전체로, 몰개성의 부품으로 뭉뚱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유도하는 대로 행동하며 그들이 선택한 대로 움직입니다. 생각과 사고는 사라지고, 단순히 웃고 우울하며 심심한 채로, 규칙대로 움직이는 좀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우주로 성장해 가야 할 인류의 ‘분리 개별화’는 그 작용을 멈춘 것일까요? 그리고 빅뱅의 종말을 향해 빠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인류가 선택한 가상현실의 네트워크는 진화의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의 초창기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인터넷 네트워크의 시발점인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인터넷은 고립된 섬이 되었다’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들이 웹을 자신들만의 정원(walled garden)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웹의 정신
팀 버너스 리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재직하던 1989년 웹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웹은 1945년부터 발전해 온 하이퍼텍스트 이론을 현실에 구현한 플랫폼입니다. 고유의 웹 주소(URL)를 갖고 있는 문서를 하이퍼링크로 연결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에 ‘세계를 연결하는 망(world wide web)’이란 멋진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특허권으로 보호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과감하게 뿌리쳤습니다. 대신 모든 사람들이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류가 인터넷 혁명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버너스 리의 이런 결정 덕분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버너스 리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비단길'이 몇몇 대기업이 독점하는 ‘중앙집중형 괴물’이 돼 버렸단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웹을 바라보는 버너스 리의 눈길엔 슬픔과 분노가 배어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크롬, 익스플로러, 사파리 등의 인터넷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웹을 중앙집중형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인류는 누구든 홈페이지를 만들고 자유롭게 링크를 연결하며 웹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면서 이 웹의 정신은 사라지고 중앙통제형 앱의 생태계가 등장하였습니다. 누구나 앱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 앱을 런칭하려면 OS를 제공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의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버너스 리는 징수하지 않았던 사용료를 받습니다. 이 두 플랫폼 모두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징수합니다. 같은 서비스 임에도 불구하고 웹에서 결재하면 수수료가 없는데, 앱에서 결재하면 30% 수수료를 구글과 애플에 내야 하는 것입니다.
모바일 앱 생태계로의 전환과정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수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버너스 리의 선택이 무모하거나 지나치게 자애로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먼저 태동한 웹의 생태계에서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징수하며 검열권을 휘둘렀다면 지금의 온라인 생태계가 순조롭게 조성될 수 있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아 생태계 조성 자체가 좌절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터넷 기반 산업들은 아예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중앙통제형 앱스토어 방식은 팀 버너스 리의 호혜와 헌신에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개별업체의 이러한 운영정책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대안 없이 몇 개의 포털, 종국에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 인류의 의식을 모두 관리하고 제한한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동물농장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것의 폭력성, 독재성과 상관없이 우주 진화의 본질인 ‘분리 개별화’를 거스르는 일이며 물극필반에 의해 폭발하고 말 위험한 일입니다.
앱스토어, 진화의 역방향
이것은 진화의 역방향입니다. 네트워크는 개체 간의 분산화된 네트워크 일 때 정상적입니다. 이것이 하나의 중앙에 종속되어버리면 비정상적인 구조로 발전하게 됩니다. 거대한 하나의 자아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전체였던 빅뱅의 이전 모습이며, 블랙홀처럼 폭발을 향해 무한대로 자신을 증식하는 암 덩어리가 되는 것입니다.
인류는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자꾸 거대해만 지는 이 포털들의 폭주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노아의 홍수처럼 될 것 같아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누가 살아남겠습니까? 이것은 막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고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이익을 위해 사용료를 징수하는 일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대항할 수도 없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들의 노예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들 중 일부에게, 소수에게, 부를 조금 나누어 주고 나머지의 재능들은 모두 무료로 가져갑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우리는, 언젠가 자신도 그들의 상급 노예가 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으로 이 폭주하는 기관차에 매달려 있습니다.
난 모릅니다. 대처는 각자 자신들 마음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망하든지 말든지, 종속되든지 말든지, 빨리든지 말든지.. 그러나 무언가 해방구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다. 이 사태를 유발한 구도자 스티브 잡스도 터치라는 안전장치 하나는 남겨놓았는데 (사실 이 터치 기술 또한 1977년 버너스 리가 재직하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고안한 기술입니다)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모바일 앱스토어 시스템이 아니어도 자신의 콘텐츠를, 자신의 앱을 세상에 내어 놀 수 있는 해방구 하나는 있어야 겠습니다. 자신의 의식을 네트워크로부터 분리하여 관리할 나만의 그것, 하나는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겁니다. 그걸 만들었습니다.
내 머리에 손대지 마!
팀 버너스 리는 모바일 앱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개인들의 데이터 통제권 상실’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검열당하며 사용료를 징수당하고 있는 이 수탈의 현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데이터 통제권 상실입니다. 그것은 한동안 디스켓과 외장 usb로 보호받는 듯했으나 클라우드와 인터넷 네트워크의 상시 연결로 말미암아 개인의 자산이 아닌 공유 자산, 아니 포털들만의 사적 자산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앱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 제공업자들은 그것을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고 조작할 수 있고 삭제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도토리 주고 산 싸이월드의 음악을 자산으로 주장하기는커녕 다시 들어볼 수도 없게 된 현실을 말이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어디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개인들의 데이터, 가상의 현실에서 이것은 인격의 모든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의식 그 자체입니다. 기억과 추억, 행적과 반응, 글과 노래, 생각과 감정의 모든 것 말입니다. 그것이 망각과 쇠퇴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뇌보다 더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포털에 무방비로, 게다가 무료로 제공되어지고, 오히려 그 데이터의 주인인 개인은 접근권 조차 제한되어 있는 이 현실말입니다. 내 기억을 돈 주고 들여다봐야 하는 이 이상한 상황 말입니다. 심지어는 돈을 주어도 접근할 수 없는 이 괴상한 시츄에이션 말입니다.
개인의 의식을 개인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인류의 진화를 다시 정방향으로 돌려놓으려면 창시자 팀 버너스 리의 웹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개인에게 다시 데이터 통제권을 돌려주고 개별화와 분산화의 원리에 입각한 네트워크 세상을 열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생태계를 우주에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다시 이 거대 포털의 피라밋 건설에 인류의 혼과 의식을 헌납했다간 수많은 고대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리고 6번의 대멸종 과정에서 인류가 그러했던 것처럼, 또 한 번의 멸망, 무자비한 융합의 핵폭발을 경험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경고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할 것이며 포털괴물들은 폭식을 멈추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한 용사, 혁명 전사 메시야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혁명 전사를 기다리며
“개발자들의 혁명 정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_ 팀 버너스 리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의 창시자 버너스 리는 자신의 정신을 이어 받아줄 혁명 전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류 진화의 방향을 역방향으로 튼 포털들의 횡포에 맞설 인류의식의 수호자, 진화의 파수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구 매트릭스의 ‘네오’ 말입니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고 물극하면 필반하는 법입니다. 포털들이 마구잡이로 인류의 의식을 집어먹고 있는 이 악몽 같은 가상현실 속에서, 꿈의 대륙 아스타리아는 팀 버너스 리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 줄 혁명 전사를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거대한 우주로 성장해 나갈 인류의 개별자들에게, 자기의식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는 데이터의 통제권을 돌려줄 ‘분리 개별화’의 모노리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괴물 포털의 클라우드에 마구 빨려 들어가고 있던 개인의 의식에게, 부활의 몸을 돌려주려는 혁명 전사 메시야가 재림하고 있습니다.
’리플릿’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분리 개별화’되어 작동하는 ‘리프 앱의 유니버스’ 말입니다.
[리플릿 : Activating Evolution]
*리플릿의 첫번째 도전, <구해줘 미니홈즈> 텀블벅 펀딩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