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타 남편.....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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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타 남편....
새벽을 흔드는
눈먼 달이 별빛따라 사라져 가면
남편은 창가에 하얀 웃음을 보이며
버스운전을 합니다
늘 자식들 그림자로 살면서
받아오는 월급봉투는 정해진 돈보다
부족한 채 제게 가져온답니다
차비가 부족한 할머니에겐
대신 내주고
자리를 양보한 학생에게는
면제해 주기까지 하니까요
비워진 걸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로 보는 저에게
싱긋이 웃어 보이고선 늘 하는 소리는
“괜찮타..... “입니다
고향 친구 빚보증에
마지막 집마저 비워줘야 했던 날에도
어둑한 적막감이
이젠 그만
헤어질 때라며 시간 위에 흐르고 있을 때
남편은 마루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뭐합미꺼 기사님 기다리시는데.. “
터벅터벅 걸어가서는
안방 문 앞에 메모지를 붙이고 나오는 남편
“겨울이면 수도가 잘 어니까
물을 조금씩 틀어 놓어시면 됩니다 “
“가스 점검일은 5일입니다”
“현관문 비밀번호는 ****입니다”
녹슨 날들을 뒤로한 채
죽순처럼 빨리 자라 버린 절망을 안고
갈곳조차 없는 이사를 하는 순간에도
저를 보고
“ 괜찮타 좋은날도 올끼다 “라고 말한뒤
트럭 짐칸에 몸을 실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웃는 것보다
기억한 채 슬퍼지고 싶어서일까요
이제는 한쪽 눈이 희미한 빛만 감지하느지라
운전을 계속할 수 없게 된 남편이
베풀 수 없는 손을 원망하며 누워만 있다
병원을 나올 때에도
“괜찮타..
. 누가 죽었나 와우노...
60 평생 두 눈 부릅떠고 산다고
눈이 얼마나 힘들었겠노
이젠
한쪽 눈이라도 좀 쉬게 해 줘야 안 되겠나 “
남편에게서 건너온 이말에
제 눈가엔 어느새 붉은 석양이 들었습니다
까만 하늘에 잔별들이
구름 위를 노 저어 거닌 밤을 지나고
일을마치고 돌아온 제게
“이제오나... “배고프제..”
성치 않은 몸으로 밥상을 차려주면서도
싱글 그리며 웃고 있는 남편에게
“한쪽 눈이 없는데 뭐가 그리 좋는교 “
“괜찮타...
그래도 한쪽 눈이라도 있으니까
그눈으로 당신도 볼 수 있고...
또 당신이 그기 있는 거 봤으면 된 기제
뭐가 더 있어야 하는기가.. “
남편의 그 말에 눈물은 필요 없는데
자꾸만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이기에
힘듬조차 행복이라 여기며
술 한잔 먹고 오는 날엔
골목 어귀부터
운전수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는
“타타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가슴 없이는
존재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듯
“사람은 난로 같은 사람이 좋은기데이..
그 난로엔 연료는 필요 없다
따뜻한 마음 하나면 되는기라“
그렇게
양철지붕의 빗물 떨어지는 헤아림으로
눈물의 마디마디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친 몸을 가누며 돌덩이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랑 전화통화를 하는 것 같아
머뭇거린 나의 귀에
“생일 축하한데이....
내 같은 사람과 결혼도 해주고
처음으로 가정이라는 걸 만들어준 사람
당신 고맙고
늘 미안코 늘 사랑한데이 “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누구랑 이야기 하나 궁금해진 저는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캄캄한 어둠만이 누워있을 뿐
남편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여보..... 저 왔어예“
대답이 없어 스위치를 더듬거려 켠 순간
식탁에선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밥상을 차린 지 오래지 않은 듯
미역국에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남편의 마음이 먼저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남편 병원비 때문에
전당포에 맡긴
제 결혼반지가 수저 옆에 놓인걸
보며 먹물처럼 번져가는 생각에
길이 들려주는 아픔의 이야기를 들어며
전당포로 간 저는
“혹 어제 이반지를 찾아간 남자를 기억합미꺼”
“아,,,,그분이 내일 아내의 생일이라며
그 반지를 꼭 손에 끼워주고 싶다고
부탁하시는 통에..
대신 이걸 맞기고 가셨습니다 “
남은 한쪽 눈도
금도금이 된 특수렌즈인 이 안경이 없으면
보이질 않는데....
준비 없이 떠난 봄처럼
가녀린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무디고 희미한 거리를 헤매고 왔을 남편을
생각하니 그만 눈물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그런 제 남편의 전부임미더
다시 이걸 드릴 테니
그걸 돌려주시면 안될까예.. “
“그렇게 하시죠 “
밤과 씨름하다 돌아온 남편은
놓여있는 안경을 보고선
“그게 뭐시라고 찾아왔노.
그것 없어도 괜찮타.. “
“당신에게 이게 전부 아임미꺼 “
말없이 안경만 내려보든 남편은
“아직도 모리나
내 전부는 당신 닌기라.. “
남편은 마지막 인사 같은 고백을 하고선
언제부턴가 전부가 되어버린
눈물길 따라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삶이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나봅니다
잔에다 자신을 따르며 속을 비워가는
저 술병처럼
배고픔도 함께하며 눈물 끝에서
청춘을 함께했기에
하늘 냄새나는
남편 앞에선 전 늘 울보가 된답니다
더없이 밝은 희망을 안고
이제는 밤에 제 반지를 꼭 찾아준다며
찹쌀떡을 팔러 걸어나간 자국마다
행복은 코 위에 있는 안경과 같다는 걸
남편은 제게 행동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던 사람
남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애틋한 사람
오늘 하루
제일 행복한 사람이
남편 이였어면 좋겠습니다
부부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참사랑법을 익혀가는 사이 이기에
행복한 가정에 꼭 있어야 할 한마디는
“괜찮타.....”
하나면 충분한것 같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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