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쏟아졌고, 우린 배를 탈 수 없었다. 9시간에 걸쳐 완도까지 내려온 엄마와 나는 망연자실했다. 비바람은 그대로, 하릴없이 앉아있기엔 숙소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서울로 직행하는 차편도 없던 터라 일단 광주에 가기로 했다.
마침 광주에 내리니 비가 그쳤다. 두어시간 뒤에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 자리를 예매하고서야 아, 우리 여행은 망했구나.. 그런 감각이 되살아났다. 이대로 덩그러니 터미널에 있을 수 없었다. 나가자 보챘다. 엄마는 투덜대면서도 내 손을 잡았다.
마침 근처에 예쁜 카페가 있다고 검색에 떴다. 꽃이 많고 풀이 많다니 서울에도 흔하잖나? 이런 생각도 스쳤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망하고 말았지만 궂은 날씨처럼 찌푸리긴 싫었다. 컨테이너 모양의 카페라면 흔치는 않으리라 믿었다.
확실히 다르긴 했다. 일단 천장이 드높고 나선형 계단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그만큼의 면적과 높이를 얻긴 쉽지 않을 터. 빡빡하지 않은 카페 안, 빗소리만 간간히 들리고. 우린 추위를 녹여줄 따뜻한 차와 민트초코 브라우니를 주문했다.
민트초코 브라우니의 맛은 기이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이정도로 꾸덕꾸덕한 민트를 맛본 적이 없었다. 엄마의 언어로는 "카카오 80%짜리 초콜릿에 이상한 민트"를 샌드위치처럼 끼워둔 케이크였다. 당이 부족했던 차에 비상식량 같았다.
광주에서도 크게 뭘 하진 않았다.(위 짤을 얻은 게 최선?) 여행치곤 참 싱거웠다. 하지만 기억에는 남을 것 같았다. 터미널에서 울적하게 남지 않고 찾아갔던 카페는 싱그러웠다. 여행은 일탈이어서가 아니라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듬었다.
광주에 다시 내려간다면 한 번쯤 다시 들를테다. 다음에는 민트초코 브라우니 말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좀 더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한가로이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다. 급박한 와중에 잠깐의 휴식을 건네준 공간을 다시 추억하며.
2018년 5월 첫 연휴를 허투루 보낸 사람으로부터.
맛집 정보
kafe52
★★ - 지인에게 추천하는 맛집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죽봉대로 103
내가 사랑한 카페에 참가한 글입니다.
여행 망쳤을때만큼 속상할 때도 없는데.. 그래도 카페로 조금이나마 힐링하셨다니 다행이네요ㅎㅎㅎ 글 잘보고 갑니다ㅋㅋㅋ
ㅋㅋㅋ 심지어 숙소비도 환불받지 못하고... 넘나 곶통스러운 여행이었지만 가족끼리 계속 회자할 것 같은 에피소드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덕분에 테이스팀을 알게됐어염+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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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감사합니다!! :)))
원래 여행의 묘미는 한치앞을 알수 없다는 사실이죠~ ㅎㅎ
맞아욬ㅋㅋㅋㅋ 날씨는 정말루... 천재지변이었습니다 ㅠㅠㅠㅋ
여행은 항상 즐거움만 가득하진 않지요. 그래도 힐링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돈이 좀 아깝긴 하지만... 크흡ㅠㅠ 그래도 버스에서 내리 푹 잤습니다 ㅎㅎㅎㅎ
내가 사랑한 카페 콘테스트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larekim님의 포스팅으로 테이스팀이 더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어요.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길 바라며, 보팅을 남기고 갈게요. 행운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