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창작된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가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혹은 다른 영화를 기반으로 그 이야기를 각색해 만드는 경우는 많다. (주로 소설) 원작에 관심이 생긴 경우 책을 찾아보고 비교해 살피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원작이 반드시 알아야만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무엇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감상하기 위해 코믹스를 찾아 공부해야만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그러니 세 편의 영화 <타짜>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도 만화 이야기를 굳이 꺼낼 의무는 없겠다. 이번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에서 작중 다뤄지는 도박의 소재가 화투 대신 카드로 바뀐 게 원작을 따른 것이라는 사실도 검색을 통해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장'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매체를 말하는 데 있어 일단 원작이 어땠는지를 논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일단 말해두고 싶다.
그렇다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비교점은 당연히,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와 강형철 감독의 <타짜-신의 손>(2014)이겠다. 이번 신작을 보면서 지난 두 편의 영화에 대해 제대로 기록하거나 평을 남겨둔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데, 지난 자료를 들춘 건 <타짜: 원 아이드 잭>이 그만큼 <타짜>와도, <타짜-신의 손>과도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안 좋은 쪽으로. 느끼기에 두 편의 전작이 소재 자체의 재미를 살리면서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손맛'의 느낌과 거기서 오는 긴장감을 살린 쪽이라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그것보다는 공동의 타깃 혹은 적을 상대하기 위한 '팀플레이' 자체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건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는가.
다행스러운 건 포커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상대보다 더 나은 패를 갖고 있어야 돈을 딴다'는 정도의 지극히 상식적인 것만 알면 된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화투의 손맛 같은 건 이번 포커에서는 자연히 퇴색되었다. 일단 몇 편의 겜블링 혹은 케이퍼 소재의 영화를 봐 온 관객이라면 주인공이 특정한 상황에서 '이번 판'을 이기게 될지 혹은 지게 될지, 대박을 얻을지 전 재산을 잃을지 정도를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다. 혼자서는 상대를 속이는 트릭을 쓰기 힘들기 때문에 판에 참여한 (타깃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곧 팀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초중반의 과정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애꾸'(류승범)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규합하고 각자의 역할을 짜 놓은 전술에 따라 확인하고 배치하는 일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미리 말하자면 사적으로는 주, 조연 배우들 고루 연기에 대해서 특별히 불만이나 문제 같은 걸 느끼진 않았다. 안타깝게도 '배우는 애썼지만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라는, 흔한 결론을 또 내려야 할 차례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명절에 개봉하는 코미디/유머가 가미된 가족 관객 타깃의 한국 영화'의 아주 익숙한 전형이었다. 게다가 어설프게 부(기회)의 불평등을 논하고 두 전작보다 더 노골적으로 훈훈한 결말로 향하다 보니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딱히 대단한 건 없지만 무난하고 적당한 엔터테인먼트네' 하면서 봤지만 후반, 그것도 마지막 대결은 앞뒤 상황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 자체로 힘이 빠지면서 결말을 위한 결말에 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개봉 후 관객 반응으로 고스란히 나타나는 듯 보인다. 함께 개봉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와의 경쟁에서 개봉 첫날 우위를 점했지만 갈수록 관객 수와 좌석 판매율 모두에서 점점 차이를 벌리며 뒤지기 시작한 것. 박정민, 임지연, 이광수, 권해효, 류승범에 이르기까지 좋은 배우들의 활약에도 영화가 내세우는 팀플레이가 그렇게 좋은 케미스트리로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과, 무엇보다 이번 신작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리라 여겨졌던 '애꾸'가 그 캐릭터가 주는 위용에 비해 실질적으로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비된다는 것. (또한 최유화가 연기한 '마돈나' 역시 그 역할과 활용 면에서 (다행히(?) 뻔한 로맨스로 향하지는 않았지만) 의문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이번 추석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완전히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되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이 혹평이 적지 않았던 <타짜-신의 손>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 추이를 보이고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한국의 기획 상업영화가 이제는 명절을 만만하게 혹은 안일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다. 관객을 구경꾼 이상으로 무대에 확실히 끌어들일 수 있는 장악력이 부족했고, 다만 에필로그의 깜짝 카메오 출연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9월 11일 개봉,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 4/10점.)
*본 글은 브런치 계정(https://brunch.co.kr/@cosmos-j/817)에도 업로드 하였습니다. (20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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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쁜녀석들 볼지 타짜 볼지 고민되네요.
에필로그의 까메오 얘기 많이 하던데 과연 누군지 ㅎㅎㅎ
제가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관람하지 못해서 어느 한 작품을 고르기 어렵지만, 전반적인 반응으로는 전자 쪽을 더 권할 만하겠습니다. 저는 카메오를 알고 갔음에도 막상 그 장면에서 보니 정말 반가웠어요!